몇 년동안 봐야지 생각만 했던 <산해경>을 완독했다. 의외로 보다 보니 이미 내가 다른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것, 매체를 통해서 친숙해진 사실들이 많아 흥미롭게 읽었다. 애당초 모든 것을 외우겠다 덤비지만 않는다면 편하게 쓱쓱 볼 수 있다. 다만 신묘한 동물(?)에 대한 것은 전체적인 그림만 나오고 개개의 그림은 없어 설명만으로는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이 책은 북차1경의 괴이한 동물이라고 해서 이렇게 전체적인 삽화도를 실어놓고 옆에 간단한 설명을 실어놓았다.
상고시대에 모우는 지금보다 넓은 지역에 살았지만 지금은 청해, 티베트 지역에서만 산다. 이 구역에는 소리를 낼 줄 아는 뱀이 있어 제단의 수호신이 되었다. 더욱 괴이한 것은 제건이란 동물인데, 사람 머리에 눈이 하나뿐이고 특이하게 춤추며 꼬리가 무척 길어서 꼬리를 입에 물고 걸어다닌다. 옛날 사람들은 제건 흉내내기를 좋아해서 그를 따라 춤도 추고 소리도 지르며 혼자 기분을 내거나 씨족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도 했다. 또 사냥하기 전이나 출정하기 전 혹은 무술 의식 전에 이 동작으로 몸을 풀기도 했다. - P63
근데 나는 이걸 봐도 잘 와닿지가 않았다. 그림을 알아먹는 재능이 없는 걸로. 아무튼 개개의 동물을 이미지화시켜놓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전자책을 통해 도움을 얻었다(물론 <산해경>에도 몇몇 동물은 개별적으로 설명하고 있기는 하다). 해당 동물이 어느 곳에 거주하고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 간단한 설명을 제공하기에 레퍼런스로 딱이었다.
책에 나오는 모든 동물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아래 그림은 상류에 대한 설명이다. 머리가 아홉개 달린 뱀인데 이미지로 보니 확실히 더 감이 잘 왔던 것 같다. 사실 이 전자책은 중국에 갔을 때 사려고 했다가 전자책에 이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구입하지 않고 넘어갔던 책이었다.

그리고 나는 방향을 비롯한 공간(지리) 감각은 없는 편이라서 역시 설명만으로는 이해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이것은 개인적인 부분으로 고질적인 문제니 넘어가기로 했다. 이런 곳이 있나보다 이런 곳이 있나보다 하고 넘어갈 수밖에. 어차피 해당 시기는 역사인 듯 아닌 듯 대부분의 내용이 역사와 신화가 섞여 있기도 하니까. 그래도 한반도와 가까운 곳이 나오면 좀 더 집중하게 보게 되더라.
앞서 정재서 교수의 이야기 동양신화 1, 2권을 통해서 어느 정도 맛보기로 접한 바가 있었던 것이 꽤나 도움이 되었다. <산해경>의 역자들도 원문을 번역하면서 의문이 드는 부분은 정재서 교수의 책을 참고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조사 끝에 판단 내린 결론을 책에 실어두었더라. 이런 좀은 흥미로웠다. 배울 점을 찾아 보완하려는 모습이 좋았다. 사실 원문을 번역을 통해서 보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번역에 의지해서 원문을 해석할 수밖에 없다. 원어를 아는 독자라도 애써 찾아보지 않으면 오류를 걸러내기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좋은 접근이었다 생각한다.
그렇다면 산해경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담고 있고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을까.
<상서>와 <여씨춘추>, <사기>를 보면, 대우가 치수한 후에 대신들을 거느리고 산천대지와 생산물의 분포상황을 조사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 조사결과에 근거하여 당시 매우 정확한 ‘국토자원 분포도’를 제작하면서 전국을 구주로 나누었다고 한다. 우리가 지금 보는 <산해경>의 <산경> 부분이 바로 대우의 조사결과에 해당된다. <산해경>은 서적으로도 만든 동시에 <산해도>라는 그림으로도 제작되었다. 사실 <산해경>은 이 <산해도>를 설명한 글이라고 한다. <산해도>는 세발솥 구정에 넣었으나, 춘추전국시대의 사회가 어수선하고 전쟁이 빈번하여 구정이 사라지면서 <산해도>도 자취를 감춘다(P4).
그후 진이 통일을 하면서 산해경을 찾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 전해지는 산해경은 18권으로 남산경, 서산경, 북산경, 동산경, 중산경이 각각 한 권으로 합해져 5경으로 <오장산경> 또는 <산경>이라 부른다. 해외남, 서, 북, 동경이 각각 한 권, 해내남, 서, 북, 동경이 각각 한 권, 대황동, 남, 서, 북이 각각 한 권, 해내경을 한 권으로 해서 13권을 <해경>이라 부른다. 합해서 <산해경>이다.
그러니까 산해경의 지리 정보는 측량에 기반한 정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산해경은 그야말로 방대한 백과전서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상고 시대 살았던 이들이 디디고 있던 땅과 그들의 이야기에 주목하여 지리, 역사, 종교, 문학, 철학, 민족, 민속, 동물, 광물, 의약 등 다양한 지식을 담아낸 것이다. 그래서 오래도록 꾸준히 언급되고 회자되며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 다루어지고 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산해경을 중요하게 다루어오면서 중화민족에 얽힌 신화와 전설을 끄집어내어 꾸준히 이용하는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지리에 약하기도 해서 땅을 묘사하고 그곳에 사는 생물에 대한 설명보다는 전승되는 역사에 대한 뒷이야기들이 더 재밌었다. 대표적으로 서왕모, 황제와 치우에 얽힌 이야기나 요, 순임금에 대한 내용 등이 그렇다.



중국 신화전설에 대해서는 이 책으로 가장 먼저 접하지 않았나 싶다. 그때는 잘 모르고 읽었던 것 같은데 다시 읽으면 더 잘 읽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얼마 전 정재서 교수의 신간으로 이 책이 나왔길래 구입했으나 언뜻 책의 내용을 보니 조금 어려워보여서 읽기를 망설이고 있다. 그래도 흐름을 끊기지 않기 위해서는 읽어야겠지. 이 책과 더불어 한국의 신화에 대한 이야기도 더불어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