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우연성의의 세계에 더 많이 열려 있던 내게 이런일은 그만큼 더 위험했다. 가능성의 세계는 인간의 영혼을 이해하도록 도와주지만, 개인에게 속을 위험이 있다. 내 질투는가능성이 아닌 이미지에서, 내게 고통을 주기 위해 생겨난이었다. 그런데 개인과 민족의 삶에서 (따라서 내 삶에서도 언젠가는 틀림없이 일어날) 어느 한순간 우리는, 동서남북으로 펼쳐진 공간 속에 숨겨진 가능성을 꿈꾸는 대신 다음과 같이 올바르게 성찰하고 생각하는 경찰청장이나 명철한 시각의 외교관 또는 수사반장을 필요로 하기 마련이다. - P38

단조로운 습관이 침묵하게 한 악기와도 같은 우리라 - P40

는 존재 안에서, 노래는 모든 음악의 원천, 다시 말해 어떤 날의 날씨가 우리로 하여금 금방 하나의 음에서 다른 음으로 넘어가게 하는 이런 악기의 차이와 변화에서 생겨난다. 그리하여 우리는 수학적 필연성으로 예측할 수 있었지만, 처음 순간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노래하는 그 망각했던 곡을되찾는다. 밖에서 온 변화지만, 이런 내적 변화만이 외부 세계를 새롭게 했다. 오래전부터 닫혀 있던 사잇문이 내 머릿속에서 다시 열렸다. 몇몇 도시에서의 삶이, 몇몇 산책의 즐거움이내 마음속에서 다시 그 자리를 되찾았다. 바이올린의 진동하는 현 주위에서 온몸을 떨면서, 나는 이런 특별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습관이라는 지우개로 지워 버린 내 퇴색한과거의 삶과 미래의 삶을 기꺼이 포기했을 것이다. - P41

사랑한다는 사실의 소유는 사랑 자체보다 더 큰 기쁨이기 때문이다.
모든 이에게 자신이 소유한 것을 감추는 자들은, 대개는 그 소중한 대상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느끼는 행복은 이렇게 침묵을 지키려는 조심성으로 인해 감소한다. - P85

눈을 감고 의식을 잃어 가면서 알베르틴은 내가 그녀를 안 날부터 그토록 나를 실망시켰던 갖가지 상이한 성격들을 하나씩 벗어 나갔다. 이제 그녀는 식물이나 나무의 무의식적인 삶, 내 것과는 아주 다른 낯선 삶, 그렇지만 내게 더 많이 속한 것처럼 보이는 삶으로 인해 활기를 띠는 것 같았다. - P114

내가 찾고, 휴식을 취하고, 그에 기대어 죽고 싶은 이미지는 더 이상 미지의 삶을 사는 알베르틴이 아니라, 가능하다면 내게 그 실체가 완전히 알려진 알베르틴이었다.(바로 그런 이유로 이 사랑은, 내가 불행하지 않고는 지속될 수 없었다. 그것이 본래 가지는 신비로움에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먼 세계를 투영하지 않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으며 사실 그렇게 여겨지는 순간들도 있었다. 오로지 나와 함께 있으며, 나와 비슷해지기를 바라는알베르틴, 미지의 것이 아닌 바로 내 것으로서의 이미지인 알베르틴이었다. - P123

우리는 사랑의 대상이 육체 안에 갇혀 우리눈앞에 누워 있는 존재일 거라고 상상한다. 그러나 슬프게도!
사랑은 이 존재가 과거에 차지했던, 또 앞으로 차지할 공간과시간 속의 모든 지점으로의 확대이다. 그러므로 만일 이 존재가 접촉했던 장소나 시간을 알지 못한다면, 존재를 소유하지못한 것과 다름없다. 그런데 이 모든 지점에 이를 수는 없다.
그 지점이 어디인지 지적되기만 해도, 어쩌면 그곳까지 손을뻗을 수 있을 텐데.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찾지 못하고 그저더듬을 뿐이다. 거기서 불신과 질투와 박해가 연유한다. 우리는 엉뚱한 길에서 찾느라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곁에 있는줄도 모르고 진실을 지나친다. - P162

사랑하는 사람의 실제 삶과 관련해서 우리가 모르는 온갖 것에 대해 우리는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런저런 일이나 사람들에 대해 그녀가 했던 말도 모두망각한다. 따라서 훗날 그 동일한 사람들로 인해 질투가 유발되는 경우, 그 질투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우리 애인이 그토록 서둘러 외출하려고 한 것도, 우리가 너무 일찍 귀가해서 자기 뜻을 이루지 못해 불만의 표정을 지은 것도 그들과 관계된일은 아닌지 하고, 우리의 질투심은 과거를 뒤지면서 어떤 사실을 유추하려 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다. 언제나 회고적인 질투는 자료 하나 없이 역사책을 쓰는 사학자와도 같다. - P241

우리는 우리 자신의 육체를 보지 못하지만타인은 이 육체를 보며, 또 우리는 자기 생각의 흐름은 ‘쫓아가지만 우리 눈앞에 있는 이 대상은 타인에게 보이지 않는다.
때로 예술가가 이 대상을 작품에서 보여 준다. 바로 여기서 작품은 찬미하지만 작가에게는 환멸을 느끼는 상황이 발생한다. 작가의 얼굴에는 이런 내적인 아름다움이 완전히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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