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으로 7~11장의 내용은 공감이 잘 안 가서인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7장의 '욕'은 뜬금이 없었다. 갑자기 왜 욕이 등장할까? 나는 욕을 혼자 내뱉는 것은 상관없지만 대화를 할 때 써야 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욕을 쓰면 일단 대화의 격이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불평이나 분노를 해야 할 상황에 꼭 욕만이 답은 아니지 않나? 더군다나 욕을 많이 쓰는 사람들은 굳이 그런 상황이 아닌 경우에도 자신의 힘을 이상하게 과시하는 등의 용도로 쓰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생각하지도 않고 막 뱉어내는 사람들도 있지 않나. 



8~9장: '목소리'에 관한 이야기


목소리의 특질 중에서 음정은 독특한 성격을 띤다. 음량, 톤, 심지어 개인의 모국어와도 달리, 유일하게 생리학에 의해서 좌우된다. 평균적으로 남성의 성대는 여성 성대보다 조금 더 길다. 언어학자들은 낮은 음정이 더 큰 몸집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낮은 음정은 지배나 역량과 관련 있었다. - P257


2015년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셰릴 샌드버그는 "여성으로서 말하는 일의 이중 억압에 대한 장기적인 해결책"은 간단하다고 적었다. 여성 상사를 더 많이 뽑는 것이다. - P268

여성이 이끌고 남성이 따라가는 일이 정상화될수록, 여성이 '새된' 소리나 '날카로운' 소리를 낸다고 말할 일이 없어진다. 왜냐하면 여성과 종속적인 태도가 자동적으로 연합될 일이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젠더가 어떻게 들려야 하고 권력이 어떻게 들려야 하느니에 대해서 서로 잘못 연결되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 P269


어릴 적 나는 목소리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합창단의 구성으로 따지면 '알토'와 '메조 소프라노'에 어중간하게 걸린 낮은 음성이었는데 누가 내 목소리를 들을 때 남자 목소리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아 오해를 많이 받았었다. 맑고 높고 꾀꼬리 같은 목소리를 갖고 싶었지만 이미 나는 걸걸하고 낮고 탁한 목소리를 가졌을 뿐이라 목소리를 바꿀 수는 없었다. 지금은 예전보다 더 낮아졌다. 

공적인 자리에서 목소리가 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낮은 목소리를 가졌다고 해서 임팩트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서 굳이 남성과 여성의 목소리가 다르다고 따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여성이 누구나 인정하는 리더가 되었을 때 그 사람이 주는 목소리에만 집중할까? 결국 그 사람의 능력과 내용이 주는 것이 큰 것이 아닐까.  

 


10장


기쁨을 위한 섹스에 대한 담론, 즐거움을 생식과 분리하는 담론, 여성을 적극적으로 욕망하며 성적인 표현을 할 수 있는 주체로 인정하며 발기한 페니스를 중심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이야기들이 기존의 권력 구조에 도전하고 이에 직면할 수 있다. 상호적인 탐색, 소통, 발견, 서로를 기쁘게 해 주는 새로운 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삽입은 다가 아니라, 에로틱한 기쁨을 찾는 다양한 가능성 가운데 하나이다. - P317


우리는 기본적으로 이성애 중심의 성과 섹스의 용어에 길들여져 있다. 그리고 이것이 가지는 힘과 문제점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겠다. 결국 이를 위한 해결 방법은 남성과 여성의 권력 구조에 의한 폭력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성애가 다가 아니라는 기본 전제부터 바뀌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11장: 여성이 주도권을 가질 수 있을까?


"저는 늘 '여성의 인식을 표현한다'는 언어에 담긴 생각에 회의적입니다. 그게 어떤 인식이고, 어떤 여성에게 속하게 되는 걸까요? 모든 여성이 공유하는 인식의 집합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집단적 자매애를 느끼는 건 좋지만, 여성의 경험은 복잡한 스펙트럼을 구성하고, '자매애'는 하나만 의미하지 않는다. - P330


"언어는 페미니즘에 대한 전방위적인 지지가 있을 때 (1970년대처럼) 더욱 페미니즘적인 방향으로 갔어요." 캐머런은 말했다. "그러니 우리가 할 일은 침묵을 거부하고, 페미니즘을 확산하도록 싸우는 것이겠지요."


인용문처럼 나도 드라마틱한 변화가 단기간에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고 과연 될까 싶은 생각도 있지만 현재의 페미니즘이 더 진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을 때라야 개선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를 목소리로 알아낼 수 있다는 사실은 객관적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다. - P275

게이 남성들이 여성처럼 말한다는 문화적 스테레오 타입은 모든 여성이 업토크를 한다거나 생각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신에 사람들에 대한 가십을 즐긴다는 것만큼이나 취약하다. - P283

화자의 이데올로기를 바꾸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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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9-18 2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욕도 나오는군요?
며칠 전 만두 님 서재에서도 얼핏 본 것 같기도 합니다.
언어의 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언어에 영혼이 깃든다고 어떻게 말을 쓰느냐에 따라 권력의 우선권을 가진다는 건 참 뭐라 형용할 수가 없네요.

거리의화가 2023-09-19 09:07   좋아요 1 | URL
네. 제가 평소 욕과 친하지 않기도 하고 저자가 가진 욕에 대한 생각이 저와 맞지 않음을 느꼈어요.
저도 언어가 가진 힘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지위에 따라서 그 힘이 부여되는 만큼 더 잘 사용해야겠죠.

희선 2023-09-19 0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 목소리보다 그 사람이 말하는 내용이 더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목소리로 사기 치는 사람이 있기도 하네요 그런 데 속으면 안 되는데 많은 사람이 속을지도...


희선

거리의화가 2023-09-19 09:0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도 희선님 생각과 비슷해요! 목소리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목소리로 사기치기!ㅋㅋ 그러네요. 번지르르한 목소리에 속아넘어가면 안되겠지요. 역시 내용이 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