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눈은 혼자서는 틀어막을 수 없는 균열이나 총구 같은 것이 되어 그를 보는 사람은 위치에 따라 그 총구를 통해 내부에 있는 총기의 불빛과 느닷없이 부딪히는 느낌을 받았는데, 총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없는 사람이 몸안에 총기를 가지고 있어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불안정한 균형 상태에 놓인 듯 보였다. 그리고 그의 조심스럽고도 끊임없이 불안해하는 눈의 표현은 그 얼굴에, 눈 주위와 눈 밑으로처진 부분까지 가득 채운 피곤함과 더불어, 아무리 잘 꾸미고손질해도 위험에 처한 권력자, 혹은 그저 위험한 한 개인 그러나 비극적인 개인이 익명으로 변장했다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 P204
생루의 친척또는 친구들 가운데 "늙은 여자를 등쳐 먹고 사는 젊은 남자" 이름 두셋을 생루가 우연히 말하면, 샤를뤼스 씨는 평소의 냉정함과는 뚜렷이 대조를 이루는 거의 사나운 표정을 지으며이렇게 말했다. "정말로 너절한 놈들이야!" 나는 그가 특히 요즘 젊은이들에 대해 지나치게 여성적이라는 사실을 비난한다는 걸 깨달았다. "진짜 여자들이라네." 하고 그는 경멸하는 듯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정력적이고 남성다워도 충분치 않다고 여기는 그에게 여성적으로 보이지 않을 삶이 어디 있겠는가? - P205
‘사랑하는 사람 옆에 있으면 말을 하거나 말을 하지 않거나 아무래도 좋다.‘라고요. 맞는 말입니다. 그게 유일한 행복입니다." 하고 샤를뤼스 씨는 울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슬프게도 우리네 인생이 잘못돼서 그런지 그런 행복을 맛볼 수 있는 사람은 아주 드뭅니다. … "우리 삶에서 중요한 건 사랑하는 대상이 아니라." 하고 그는 전문가다운 단호하고도 거의 단정적인 어조로 말을 이었다. "사랑한다는 그 자체입니다. - P209
사진이 단순한 현실의 복제이기를 그치고 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걸 우리에게 보여 줄 때, 사진은 나름대로 그것에 부족한 약간의 품위를 지니게 됩니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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