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이 정장이었을 때 대나무 껍질로 모자를 만들고는 구도求盜도적 잡는 부하를 설현으로 보내어 다스리게 하면서 항상 그것을 머리에썼으며 귀하게 되어서도 늘 그 모자를 썼다. 이른바 ‘유씨관劉氏冠이 바로 이것이다. - P336
"평소 들은 대로라면 유계 당신에게 진귀하고 기이한 일이 많이있었다 하니 당신은 분명 귀하게 될 것이오. 또한 거북점과 시초점을 쳐 보니 유계 당신만큼 길한 사람은 없었소." 유방은 누차 사양했지만 무리 가운데 감히 나서는 이가 없었으므로 유계를 패공으로 세웠다. 유방은 패현의 관청에서 황제黃帝를 기리고, 치우에게 제사 지내고는 짐승을 죽여 피를 북에 바르고 깃발은 모두 붉은색으로 했다. 예전에 죽음을 당한 뱀이 백제의 아들이고 죽인 자가 적제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붉은색을 숭상하게 된 것이다. 이에 소하, 조참, 번쾌 등과 같은 뛰어난 젊은 관리들이 패현의젊은이 이삼천 명을 모아 호릉과 방여方與를 공격하고 돌아와 풍읍을 지켰다. - P340
"항우는 사람됨이 성급하고 사나우며 교활하고 상해를 입힙니다. 항우가 일찍이 양성을 공격했을 때 양성에는 남아 있는 무리가 없었으니 모두 그들을 묻었거나 지나가면서 남김없이 죽여 멸망시키지않은 것이 없습니다. 더구나 초나라가 여러 번 진군해 빼앗으려 했으나 이전에 진왕진승과 항량이 모두 싸움에 졌습니다. 차라리 장자長者를 보내 의로움을 붙들고 서쪽으로 나아가게 해 진나라의 부형들에게 알려주는 편이 낫습니다. 진나라의 부형들은 그들의 군주로인해 고통당한 지 오래이니 지금 만약 장자가 가서 포악함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분명 함락될 것입니다. 항우는 성급하고 사나우니 현재로서는 보내지 말아야 합니다. 유방만이 평소 관대한 장자이니 보낼만합니다." 결국 항우를 허락하지 않고 유방을 보내 서쪽 땅을 점령하게 했다. 유방은 진왕과 항량의 흩어진 병사들을 모아들이면서 탕현을 지나 성양咸陽에 도착했다. 거기서 강리의 진나라 군사와 대치한끝에 진나라의 두 부대를 모두 쳐부쉈다. 이때 초나라 군대는 출병해 왕리를 공격해 크게 이겼다. - P344
남양 태수의 문객 진회가 말했다. "완성은 커다란 군의 도성으로 성 수십 개가 이어져 있는데, 백성은 많고 쌓아 둔 양식은 풍부하며 관리들과 백성들이 항복하면 반드시 죽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모두 성에 의지해 굳게 지키고 있습니다. 지금 당신이 온종일 머물며 공격하면 죽거나 부상당하는 병사들이 많을 것이고, 병사를 이끌고 완성을 떠나면 완성의 군대가 반드뒤를 쫓을 것입니다. 당신이 전자를 따라 함양에 먼저 진입하게되면 왕이 된다는 약속을 잃을 것이며, 후자를 따르면 강대한 완성의 군대가 뒤쫓아 올 걱정을 할 것입니다. 제게 당신을 위한 계책이하나 있으니 차라리 투항을 약속받고 그곳의 태수로 봉한 후 그에게완성에 머물러 지키게 하고 당신은 그 병사들을 이끌고 함께 서쪽으로 가는 편이 낫습니다. 그러면 여러 성의 항복하지 않은 자들이 - P346
이 소식을 듣고 다투어 문을 열고 기다릴 것이니 당신이 지나쳐 가는 데 거침이 없을 것입니다." 유방이 말했다. "그대 말이 옳소." - P347
10월, 유방의 군대가 마침내 제후들보다 먼저 패상에 도착했다. 진나라 왕 자영은 흰말이 이끄는 흰 수레를 타고 목에는 끈을 맨 채황제의 옥새와 부절을 봉해 막고 지도 옆에서 항복했다. 여러 장수중 어떤 이가 진나라 왕을 죽이라고 말했다. 유방은 말했다. "회왕이 나를 먼저 보낸 것은 내가 관용을 베풀 수 있을 것이라 여겨서요. 게다가 사람이 이미 항복했는데 또 죽이는 것은 상서롭지못하오." - P348
남쪽으로 평음진平津을 건너 낙양에 이르렀다. 신성의 삼로동공董公이 유방의 행렬을 가로막고 의제가 죽은 까닭을 이야기했다. 유방은 그 말을 듣고 팔뚝을 드러낸 채로 대성통곡했다. 마침내의제를 위해 상을 치르고 사흘 동안 제를 올렸다. 그러고는 사자를파견해 제후들에게 알렸다. "천하가 함께 의제를 세우고 신하로 섬겼습니다. 항우가 의제를강남으로 쫓아내 죽이니 대역무도합니다. 과인이 직접 상을 치르니제후들은 모두 흰 상복을 입으십시오. 그리고 관중의 병사를 모두출동시키고 삼하三河하동, 하내, 하남의 병사들을 소집해 남쪽으로 장강과 한수를 따라 내려가 제후왕들과 함께 의제를 시해한 초나라 죄인을 쳐부수고자 합니다." - P355
정월, 제후 및 장상이 함께 한왕 유방을 높여 황제로 삼기를 청했다. 유방이 말했다. "나는 황제란 어진 자만이 받을 수 있는 호칭이라고 들었소. 헛된말과 빈말로 제위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니, 나는 감히 황제의 지위를 감당할 수 없소." 여러 신하들이 모두 말했다. "대왕께서는 가난하고 미천한 평민에서 일어나 포악하게 반역한자들을 정벌해 천하를 평정하고 공적이 있는 자에게 땅을 나눠 주고 - P365
왕후로 봉하셨습니다. 대왕께서 황제의 존호를 받지 않는다면 모두의심하고 믿지 않을 것입니다. 신 등은 목숨을 걸고 황제가 존호를받도록 하는 것을 고수할 것입니다." 유방은 여러 번 사양하다 어쩔 수 없이 말했다. "반드시 이익이라고 여기니 나라에 이익이 되겠구려." 갑오일, 범수氾 북쪽에서 유방은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 P366
고조는 말했다. "군막 속에서 계책을 짜내천리 밖에서 승리를 결판내는 것은 내가 자방구房장량만 못하오. 나라를 어루만지고 백성들을 위로하며 양식을 공급하고 운송 도로를 끊기지 않게 하는 것은 내가 소하만 못하오. 백만 대군을 통솔해싸우면 어김없이 이기고 공격하면 어김없이 빼앗는 것은 내가 한신만 못하오. 이 세 사람은 모두 빼어난 인재이지만 내가 그들을 임용할 수 있었으니 이것이 내가 천하를 얻을 수 있었던 까닭이오. 항우는 범증 한 사람만 있었으면서도 그를 중용하지 않았으니 이것이 그가 나에게 사로잡힌 까닭이오." - P367
8월, 조나라의 상국 진희가 대나라 땅에서 모반을 일으켰다. 황상고조이 말했다. "진희는 일찍이 나의 관리였는데 매우 믿음이 있었소. 대나라 땅은 내게 중요한 곳이었기 때문에 진희를 열후로 봉해 상국의 신분으로 대나라를 지키게 했는데, 지금 왕황 등과 함께 대나라 땅을 협박해 강탈하려 하다니! 대나라 땅의 관리와 사람들은 죄가 있지 않으니 대나라 땅의 관리와 백성을 사면하시오." - P373
병인일, [고조를] 안장했다. 기사일, 태자를 세워 태상황의 묘지에 갔다. 신하들이 모두 말했다. "고조는 미천한 평민 출신에서 일어나 어지러운 세상을 다스려정도正道로 돌이키고 천하를 평정해 한나라의 태조太祖가 되었으니공로가 가장 높다." 이에 제왕의 호를 바쳐 고황제皇帝라고 했다. 태자가 이전의 호칭을 이어받아 황제가 되니 효혜제孝惠帝이다. 군과 제후국의 제후들에게는 각자 고조의 사당을 세워서 매년 때맞춰 제사 지내게 했다. - P379
태사공은 말한다. "하 왕조의 정치는 질박하였다. 질박함의 병폐가 소인小人백성들로 하여금 거칠어지게 했기 때문에 은나라 사람들은 공경함으로 그것을 계승했다. 공경함의 병폐는 소인들로 하여금 귀신을 섬기게 했기 때문에 주나라 사람들은 예의로 그것을 계승했다. 예의의 병폐는소인들을 불성실하게 했기 때문에 불성실함을 구원하는 데는 충성만 한 것이 없다. 삼왕의 다스림 방법은 순환하는 듯하다가 끝나서는 다시 시작된다. 주나라 왕조와 진나라 왕조 사이는 지나치게 예악을 중시한 병폐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진나라 왕조의 정치는 병폐를 고치지 않고 도리어 형법을 가혹하게 했으니 어찌 잘못되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한나라 왕조가 일어나 전대의 병폐를 계승하기는했어도 이를 개혁해 백성들을 곤하지 않게 했으니 하늘로부터 법통을 얻은 것이다." - P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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