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이란 무엇이냐. 애국하는 겐가, 애족하는 겐가. 하긴 요즘엔 애국을 생략하는 축도 있고 민족을 인간으로 대치하는 축도 있긴 있더라만 결국 공평하자는 거다. 고루 나누어 먹자는 거다. 그게 바로 정의 아닌가.의・・・・…… 가사를 바꾸고 곡조를 바꾸어가면서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은 지겹도록 애국애족, 아니 정의, 정의를 되풀이 계속해서아직도 그것은 최고 최대의 도덕이요, 문자가 있건 없건, 개명인이든 미개인이든 각기 나름대로, 그것이 분명 뭣이기는 뭣인모양이라…………. 정의. 지금 왜놈의 어린것들이 다음 침략에 대비하여 입이 찢어지게 불러대는 정의의 노래. 가만있자, 뭣이기는 뭣인 모양인데 과연 그게 있었던가? " - P16
"나는 혁명가도 산적도 싫어이. 무념무상(無念無想), 그거야 득도를 꾀하는 해도사 소관이겠으나 민족, 국가, 가문 다 상관없네. 나하고는 무관일세. 죽지 못해 살아남았다. 그 팻말 하나 치켜들고 이곳까지 왔는데 이제는 그것도 버릴라네. 들판에 큰 대자로 드러눕는 거다. 아아피곤하다, 그 말밖에 될 것이 없을 게야. 바람이 실어가든 까마귀가 쪼아 먹든 확실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해골이 된다는, 그것뿐이네. 살아 있다는 것은 어떤 이유 구구한 변명으론 규명할 수 없는 것, 살아 있다는 현실 그 자체일 뿐. " - P17
윤필구는 동학의 창조이념으로 삼은 수기정심이 보국안민(輔國安民), 광제창생(廣濟蒼生)과 상반된 듯하나, 수기정심을 수도(修道)의 측면에서 도덕에 가깝다 생각했기에 상반이 아니라 생각하였고, 타 종교에서의 신비와 현실, 피안(彼岸)과 차안(此岸)같이 간격이 멀지 않아 쉬이 다리를 놓을수는 있다는 바로 그러한 점이 본질적인 인간의 고뇌를 해소하는 길잡이로썬 동학이 미흡한 종교적 약점이라는 것을 느끼고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윤필구는 윤도집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지적인 두뇌로 동학에다 신비성을 윤색할 가능성은 있다고 볼수도 있다. 독불장군인 손태산과는 달리, 또 송관수같이 조직되어 있지는 않으나, 윤필구는 언제든지 용병이 가능한 식자층의많은 동학교도들을 쥐고 있었다. 윤도집의 내림도 있었지만 새로운 젊은층도 상당수 윤필구와 관련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 P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