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울 하나에는 ‘엄마를 슬프게 하고 샹젤리제에 가지 못할지도 모르는 위험‘을, 또 다른 저울에는 ‘장세니스트적인 창백함과 태양의 신화‘를 올려놓았다. 그러나 이런 낱말 자체가 내 정신 앞에서 점차로 모호해지면서 더 이상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았고 또 모든 힘을 잃었다. 나의 망설임은 점점 더 심한 고통이 되어 만일 지금 내가 극장에 가기로 결정한다면 그건 단지 이 망설임을 중단하고 거기서 영원히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 P38

내 기쁨은 커튼이 내려진 막 뒤에서마치 병아리가 알껍데기를 까고 나오려 할 때처럼 어렴풋한웅성거림을 식별하기 시작하면서 커졌고, 이윽고 그 웅성거림이 높아지면서 갑자기 우리 시선이 뚫고 들어갈 수는 없지만 그쪽에서는 우리가 잘 보이는 그 세계로부터, 마치 화성에서 온 신호만큼이나 그렇게도 감동적인 개막을 알리는 세 번의 위압적인 두드림 형태로 분명히 전해졌을 때 더욱 커졌다.
-> 무대 전 긴장감 폭발 - P43

내가 연구하고 싶었던 장면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자 할머니가 오페라글라스를 주셨다. 우리가 사물의 실재를 믿을 때 단지 인위적인 수단을 써서 사물을 보여 주는 것과 그 사물 가까이 있다고 느끼는 것은 완전히 같지 않다. 확대경에서 내가 본 것은 더 이상 라 베르마가 아닌 그녀의 이미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오페라글라스를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 그러나 어쩌면 내 눈이 받아들인 이미지는 거리감으로 축소되어 더 이상 정확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두 라 베르마 중 어느 것이 진짜였을까?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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