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조정의 논의에 부쳐 국문한 결과 사사롭게 초나라 도적과 내통하여 사직을 위태롭게 했으므로 오형(五刑) 중에서 요참(腰斬)형에 처하고 삼족을 멸하라는 판결이 났다. 함양 저잣거리에서 이사를 포박하자 이사는 둘째 아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나는 너와 다시 황구(黃狗)를 끌고 상채(上蔡, 허난성 상차이현上蔡縣)의 동문 밖으로 나가 토끼몰이를 즐기려고 했는데, 이제 어떻게 그 일을 이룰 수 있겠느냐?" 부자는 마침내 대성통곡했다. 이어서 이사의 허리를 잘라 죽이고 삼족을 멸했다. - P225
장량은 육도삼략三略)을 강론하며 뜻을 자세히풀이해주었다. 수시로 질문하고, 수시로 대답하는 과정에서 패공은 뜻이 통하지 않는 글자가 한 글자도 없이 분명하게 이해했다. 마치 이전에연구해본 적이 있는 사람 같았다. 장량은 속으로 감탄했다. ‘나는 황석공에게서 가르침을 받은 이래 강론해주는 사람이 없어서막연하고 무지한 상태로 지냈다. 그런데 오늘 패공에게 알려주니 한 글자도 막힘이 없다. 나는 수년 간 숙독하고서야 분명히 알게 되었다. 진실로 패공의 총명함은 하늘이 내려준 것이지, 인간의 힘으로 얻을 수있는 것이 아니다. 참으로 영명하고 어질고 지혜로운 군주로다!‘ - P260
조고는 일을 타당하게 처리하고 나서자신의 사저로 돌아갔다. 그러자 자영이 두 아들을 불러 몰래 일렀다. "지금 조고 승상은 황제 폐하를 시해한 자다. 신료들이 자신을 죽일까봐 두려워하며 거짓으로 대의를 내세워 나를 보위에 올리려고 내게 목욕재계를 시켜 종묘에 고한 뒤 옥새를 받으라고 한다. 너희는 한담, 이필과 군사를 이끌고 재궁(宮) 밖에 매복하여라. 내가 병을 핑계로가지 않으면 조고가 틀림없이 직접 올 것이다. 그자가 오면 복병을 이끌고 와서 그자를 죽여라. 그럼 너희 숙부의 원수를 갚을 수 있을 것이다." - P269
패공은 진나라 궁궐의화려한 휘장, 명마, 명견, 보옥, 비빈과 미희美姬) 1000여 명을 보고 그곳에 거주하고 싶어하며 휘하 장수들에게 말했다. "진나라의 부귀가 이런 경지에까지 이르렀구려! 내가 이제 이곳에 거주하며 민심을 편안하게 하면서 제후들이 서로 쟁탈하지 못하게 하고싶소." 번쾌가 간언을 올렸다. "패공께서는 천하를 소유하고 싶으십니까, 아니면 그냥 부자 늙은이가 되고 싶으십니까? 이 사치스럽고 화려한 물건은 모두 진나라를 멸망시킨 원인입니다. 패공께서는 어찌하여 이런 물건을 사용하려 하십니까? 조속히 패상으로 회군하시길 바랍니다. 궁궐에 머무르셔서는 안됩니다." 패공이 듣지 않자 장량이 다시 직간했다. "대저 안으로 미색에 탐닉하거나, 밖으로 사냥에 빠져들거나, 맛있는술과 아름다운 음악을 즐기거나, 높은 건물과 조각한 담장에 미치는등 이중에서 한 가지만 저지르고도 멸망하지 않은 나라가 없었습니다. 진나라가 무도했기 때문에 주군께서 이곳으로 오실 수 있었습니다. - P279
저는 ‘먼저 관중에 들어간 사람이 왕이 된다‘는 회왕 전하의 약속을 받들고 왔습니다. 이제 제가 먼저 관중으로 들어왔으니 관중왕의자격으로 여러 어르신과 약삼장(三章)12을 제정하고자 합니다. 첫째, 살인한 자는 죽인다. 둘째, 사람을 해치거나 도적질한 자에게는죄를 내린다. 셋째, 나머지 죄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처벌한다. 이 세가지로 진나라의 가혹한 법률을 없애겠습니다. 모든 관리와 백성들은옛날처럼 편안히 살면 됩니다. 무릇 제가 이곳에 온 까닭은 여러 어르신을 위해 해악을 제거하려 함이니 여러분을 침탈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또 제가 패상으로 회군한 까닭은제후들이 오기를 기다려 약속을 정하기 위함입니다." 패공은 말을 마치고 각각 자신의 현으로 돌아가라고 명령했다. - P281
홍문에서 항우는 창과 방패 벌여놓고, 진나라 망국 축하하며 포위망을 펼쳤다네. 오늘 만약 번쾌가 힘을 쓰지 않았다면, 鴻門項列戈, 宴賞亡秦布網羅. 今日若非樊噲力, - P321
패공이 어떻게 한나라 산하 얻었으랴? 沛公焉得漢山河. - P322
진시황 죽은 뒤에 누가 그를 생각할까? 호해가 죽은 뒤에도 슬픈 생각 나지 않네. 오로지 자영이 지도에서 주살되었을 때, 원통한 구름 근심의 비가 누대를 에워쌌네. 始皇死後誰人念, 胡亥身亡竟不哀. 惟有子嬰誅朝道, 怨雲愁雨鎖樓臺, 진나라 백성은 자영이 살해되자 태양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일제히 고함을 질렀다. 천지가 진동했다. 그들은 모두 패공이 덕망을 갖추었으므로 만대까지 임금이 될 것이나 노공은 어질지 못하여 멸문지화를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공 항우는 이 말을 듣고 대로했다. - P336
항우가 말했다. "왕호는 비록 옛날 사적에는 합치되나 지금에는 맞지 않소. 패업은비록 지금에는 합치되나 옛날 사적과 다 맞지는 않소. 만약 고금에 맞는 것을 겸유하게 한다면 초패왕(王)이라고 일컫는 것이 좋을 듯하오. 나는 초 땅에서 태어났고, 회수(淮) 이북은 서초(楚)가 되므로여러 신료께서 조서를 초하여 나를 서초 패왕으로 삼아 천하에 반포하도록 하시오." - P346
한왕은 군영으로 돌아와서 즉시 대소 장수들에게 서둘러 길을 떠나라고 명령했다. 그리하여 장수들은 인마를 모두 정비하여 인솔하고 한왕을 촘촘히 에워싼 채 함양을 떠났다. 관중의 백성들만 한왕이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노인을 부축하고 아이까지 동반하고 나와 길을 가득메웠다. 땅에 엎드려 슬피 우는 백성이 어찌 수만에 그치랴? 그 우두머리 중 수십 명의 노인이 말했다. "우리는 대왕마마께서 관중의 주인이 되실 날을 손꼽아 기다려왔습니다. 지금 대왕마마께서 한중으로 가시리라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또언제 동쪽으로 돌아오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때 다시 천안을 뵐 수 있을는지요?" 그들은 수레 끌채와 수레바퀴를 부여잡고 차마 한왕을 보내려 하지않았다. 한왕은 그들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여러분! 각자가 편안히 생업에 힘쓰며 다른 마음을 먹지 마시오. 뒷날 관중으로 들어와서 다시 뵙겠습니다." - P373
"그는 회음 사람으로 집안이 가난하여 걸식을 했기에 사람들이대부분 그를 천시했소. 범증이 여러 번 천거했지만 패왕이 등용하지 않고, 겨우 지극낭관 직책만 맡겼을 뿐이오. 일전에 이 책문을 올렸지만패왕은 문서를 찢어버리고 그 사람을 문책하려 했는데, 내가 말려서 풀려났소." 장량은 더이상 문서를 뒤적거리지 않고 그가 바로 홍문연에서 만난사람이라 짐작하고 마음속으로 몰래 기뻐하며 누각을 내려왔다. 장량은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나라를 보좌한 재상으로는 정말 강태공과 비견할 만하고 군사를 부리는 일은 손무도 이 사람보다 낫지 않다. 항우가 이 사람을 잡지 않으면 사직을 망치겠고 한왕이 이 사람을 등용하면 산하를 얻겠구나." - P394
한생은 계단 아래로 내려가서 하늘을 우러러 길게 탄식했다. "원숭이의 머리를 감기고 관(冠)을 씌워놓은 것이 초나라 사람이라더니 지금 보니 과연 그렇구나!" 패왕은 보좌에 앉아서 문득 이 말을 듣고 진평에게 물었다. "저게 무슨 말이오?" 진평이 감히 숨기지 못하고 앞으로 나와 아뢰었다. "저것은 폐하를 헐뜯는 말입니다. 원숭이로 폐하를 비유하고 있습니다. 원숭이가 비록 관모를 쓰고 있지만 그 마음은 사람이 아니며, 또원숭이는 오래 참는 마음이 없어서 사람의 의관을 하고 있더라도 마음이 조급하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원숭이는 사람의 의관을 하고 있더라도 끝내 사람의 본성을 갖지 못하므로 쓰고 있는 관모를 찢어버리지않아도 반드시 저절로 패망한다는 뜻입니다." 패왕은 그 말을 듣고 고성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늙다리 짐승 같은 놈! 저 영감탱이가 감히 짐을 모욕하다니!" 그리고 좌우 지극낭관에게 불호령을 내렸다. "저 늙은 역적 놈을 함양 저잣거리로 끌고 가서 기름솥에 삶아 죽여라!" - P402
금 장군께서 사람들 뒤에서 평범하게 사시는 건 아직 진정한 주군을 만나지 못해 원수의 자질이 알려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진정한 주군을 만나 말과 계책이 받아들여지면 천지를 움직이고 풍운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앉아서 중원을 진압한 뒤 출입할 때 벽제 - P416
하며 제후왕의 영예를 누리고 천자의 신하로서 가장 고귀한 지위에 올라 오늘의 평범한 삶과는 완전히 다른 생활을 하실 것입니다." 장량의 말이 이 대목에 이르자 한신은 자신도 모르게 장탄식을 내뱉으며 울분을 터뜨렸다. "선생의 말씀을 들으니 마치 마음을 서로 비추어보는 듯합니다…" - P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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