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 사랑>
인조 반려견에 대해 생각해본다. 인간이 필요에 의해 만든 피조물이다.
인간은 기술의 발달로 더 오래 살게 되었으나 주변의 이들과 언제까지나 함께할 수는 없다.
언젠가 그들은 자신의 곁을 떠나기 때문에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키우는 인구가 급증하는 거라고 본다.
하지만 문제는 있다. 살아 있는 반려동물도 결국 언젠가는 주인 곁을 떠난다는 것.
나는 반려동물을 키워보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죽고 난 이후 주변의 사람들이 죽었을 때와 마찬가지의 감정을 느낀다고 들었다.
최소 10년 이상을 내 곁을 지키는 것이니 가족처럼 끈끈한 관계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그런 인조 반려동물이 실망감과 서운함을 드러낼 때가 언젠가는 올 것이다.
정교한 3D 프린터 등의 기술로 얼마든지 피부와 비슷한 조직을 만들어내고 학습으로 인간의 사고 능력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기계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더 이상 사람과 비슷하게 생긴 인조 반려견은 먼 미래가 아니라 가까운 시기에 구현될 수 있다.
대부분의 인간에게 첫사랑이 각별하듯 주인공의 ‘1호‘에 대한 사랑은 각별했다.
인간이 나이들듯 기계도 노후가 되고 금방 교체된다.
사랑의 감정이 시간에 따라 변하듯 기계도 한 인간에게 머무는 시간이 3~5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묘하게 연결된다.
<덫>
돈이 궁하면 사람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걸까. 이 정도면 사람의 길을 포기한 게 아닐까.
너무 끔찍하고 잔혹해서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였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도 아니고…
자식이 무슨 봉인가? 남보다도 못한 비정함.

그는 내 피조물이고 내가 만든 반려자였다.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나를 위한 존재, 달리 표현할 방법도 필요도 없이 한마디로 완전한 ‘내 것‘이었다. - P127
1호는 달랐다. 내 첫사랑. 그는 내게 ‘인공‘이 아닌 진짜반려자였다. 평균적인 사용 연한이 지난 뒤에도 나는 1호를버릴 수 없었다. 기종이 오래되어 네트워크에 접속할 때마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중단했고 나중에는 오류가 계속 나서 네트워크 접속 자체도 포기하고 차단해버렸다. 결국 1호는 ‘반려자‘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스마트 책상이나 냉장고보다도 기능이 떨어지게 되어버렸다. 그래도 내게 1호는 언제나 1호였다. - P128
「나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당신만을 위해 존재했습니다. 당신에게만은 대체할 수 없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이고 싶었습니다.」셋이 동시에 나를 향해 한 걸음 다가왔다. 나는 세스의 손이 1호의 목덜미를 잡고 데릭이 1호의 허리를 잡은 것을 보았다. 그러니까 셋이 전원과 중앙처리장치를 연결해 쓰고 있다. 그래서 맛이 가 버렸던 1호가 눈을 뜨고 있는 것이다. 저런 게 가능할 줄은 몰랐다. 아니 물론 가능한 건 알고 있었지만, 수리나 실험을 위해 공학자가 실험실에서 일부러 연결해놓은 모습이 아니라 기계가 스스로 자기들끼리 연결한모습은 처음 보았다. - P141
그것은 아름다웠다. 은은한 황금빛으로 빛나며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지나간 곳에 역시 은은한 금빛으로 빛나는 안개 같은 흔적을 뿌렸다. 그 금빛 안개는 서늘하고 창백했으며, 바라보고 있으면 가까이 가고 싶어졌고, 가까이 가면 손을 담그고 싶어졌다. 그 아름다운 금빛 안개에 홀려 가까이 다가간 사람들은 모두 미쳤다. 몸을 숙여 땅에 남은 그 금빛 흔적을 만진 순간 황금빛으로빛나는 그것이 몸을 돌려 쳐다보았다. 그것은 눈과 입과 갈라진 배에서 피를 흘리며 새하얗고 투명한 팔을 길게 뻗어 달빛처럼 하얗고 겨울 산의 눈처럼 차가운 손가락을 상대방의 몸속에 넣고 이리저리 휘저으며 중얼거렸다. - 내 아기... 어디 있어….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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