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언약

창세기의 창조설화는 그 지역에 살았던 다른 부족들의 창조설화와는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우주와 그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유일한 창조자는 야훼다. 이웃부족들의 주요 신들과 달리, 야훼는 어떤 여성신과도Told Tes제휴하지 않으며, 가족적 연대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이제 우주의 창조26)Saxrab Luis와 지구상의 생명을 위한 모성적 원천(maternal source)이라는 것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와 전혀 반대로, 하느님의 창조행위는 인간들이 경험할 수 있는 무엇과는 완전히 다르다. - P316

성서에서 성별에 대한 가장 강력한 은유는 남자의 갈비뼈로 창조된여자에 관한 은유와, 신의 은총에서 인간의 타락을 초래한 유혹자 이브에 대한 은유이다. 이 두 은유는 여성의 종을 신이 승인했다는 증거로써 2천년 동안 인용되어왔다. 동시에 이들 은유는 그 자체만으로 성별관계에 관련된 가치와 실천을 정의하는 데 강력한 영향력을 미쳤다. - P318

창세기의 창조설화에 대해서는 얼핏 서로 모순되어 보이는 두 사본이있다. J사본은 창세기 2:18-25에 등장하며, P사본보다 수세기 전에 씌어졌다. P사본은 그보다 앞서 창세기 1:27-29에 나타난다. J사본에서 하느님은 아담의 갈비뼈에서 이브를 창조해 냈지만, 사본에서는 "그가 그들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였다"로 되어 있다. 수세기에 걸친 성서해설은두 판본의 불일치에 초점을 맞추어 어느 것이 더 우위에 있는가를 두고논쟁을 벌여왔다. - P319

창세기 이야기의 상징적 의미는 둘 다 야훼의 개입을 통해 신성한 물질들이 스며들었지만, 흙에서 창조된 아담과, 인간 몸의 일부에서 창조되었으며 고대 다산 여신들의 후계자인 이브로 양분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이분법은 야훼가 벌로써 노동의 성별분업을 명한 타락 이야기 속에서강화된다. 아담은 그의 이마에 흐르는 땀 속에서 일할 것이며, 이브는 고통 속에서 생명을 낳고 후손을 키울 것이다. 부과된 처벌이 남성에게 일을 부담으로 만들지만, 여성을 고통과 괴로움에 빠지도록 한 벌은 여성의 일에 대해서가 아니라 여성의 섹슈얼리티의 자연적 결과인 여성의 출산하는 몸에 대해서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P323

내 생각으로는, 그 구절에서 중요한 것은 남자들에게서 태어난 딸들이라는 인간 여자들에 대한 언급이다. "남자들이 땅 위에서 불어나기시작했을 때 그들에게서 딸들이 태어났다." 어떻게 남자들이 불어나기시작했는지에 대해 설명되어 있지 않지만, 그 과정에 여자들이 빠져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해보인다. 누구든 그 구절을 다음과 같이 이해해야하는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다. "어머니들이 남자들을 낳았을 때 그들이불어나기 시작했다." 기원전 10세기에 J에 의해 씌어진 그 문헌은 생식에대한 가부장적 가정이 이미 확립되어 있었음을 시사한다. - P326

하느님에 대한 남성의 관계에서 결정적인 변화는 언약에 대한 이야기에서 일어나며, 여성을 주변화하는 방식으로 정의된다. 언약과 함께 인간들은 역사시대로 들어가게 되고 그 이후로는 그들의 집단적 불멸성이야훼와 맺은 언약의 한 측면이 된다. 시간과 역사를 통한 인간들의 변천은 야훼의 약속을 수행하는 표시이며, 그들의 행위와 활동은 언약에 있는 그들의 의무에 비추어 해석되고 판단된다. 언약은 또한 글자 그대로, 12개의 흩어진 부족들을 하나의 국가로 뭉치게 하는 것이다. 사원건물에앞서, 언약의 성궤는 그들의 종교생활의 중심이다. 언약의 의례, 즉 할례(circumcision, 남성 성기의 포피를 절제하는 것ㅡ옮긴이)는 개별 남자아이와 각 가족의 언약 의무에 대한 재헌신을 상징화한다. 이런 여러 측면에서 볼 때, 언약에서의 여성부재는 결코 우연한 것도, 무의미한 것도 아니다. - P328

하느님은 아브람에게 말한 이 말들 속에서 그의 목적을 표현한다. "그는 너의 내장(內臟)으로부터 나올 것이며 너의 상속자가 될 것이다" (창세기 15:4).23) 그는아브람에게 하늘의 별들을 세도록 하고 그에게 약속하기를 "그들도 그렇게 씨를 뿌릴 것이다" (창세기 15:5)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들에게 씨를뿌리도록 내가 이 땅을 주었다" (창세기 15:18) 남성의 ‘씨‘는 그래서 야훼속에 자리잡고 있던 생식의 권력과 축복을 획득한다. 남성의 씨가 여성의 자궁, 밭, 땅에 심어진다는 은유는 구약성서가 씌어진 시기보다 더 오래되었다. 그것은 아마도 농경문화의 배경에서 나왔을 것이다. - P329

아브라함은 훨씬 후대에로마법이 가장(家長, pater familias)으로 제도화시키게 되는 방식으로, 부족과 가족을 통합시킨다. 사라는 언약 구절에 겨우 아브라함의 ‘씨‘를잉태하는 사람으로만 언급되어 있다("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축복을 내릴 것이며, 더 나아가 너에게 그녀의 아들을 줄 것이다. 아무렴, 나는 그녀에게 축복을 내릴 것이고, 그녀는 여러 민족의 어머니가 될 것이며, 사람들의 왕들은 그녀의 자식들일 것이다" [창세기 17:161). 아브라함과 사라가 똑같이 왕들과 민족들의 조상으로 축복받았지만, 언약의 관계는 오직남성들과만 성립한다―처음에는 아브라함과, 그후에는 아브라함의 아들이라고만 언급된 아브라함과 사라의 아들 이사악과 분명하게 언약을맺는다. 더욱이 ‘언약의 징표‘ (token of the covenant)로 선택된 상징의선별에서 볼 수 있듯이, 언약의 공동체는 신에 의해 남성공동체로 정의된다. - P331

할례에 함축된 상징성은 강력한 가부장적 여운을 갖고 있다. 그것은이제 생식력이 하느님 안에 그리고 인간 남성 안에 있다는 것을 뜻할 뿐만 아니라, 토지와 권력을 그것과 연결시킨다. 정신분석학 이론은 서구문명에서 남근이 남성과 여성에게 권력의 상징이며, 할례를 거세 (cas-tration)의 상징적 대체물(symbolic substitute)로 간주했다. 이 설명은흥미로운 한 역사적 참고자료에 우리가 관심을 갖게 한다. 성서가 씌어진 시점과 그 이전에 다산 여신의 남사제들과 여사제들은 그들의 섹슈얼리티를 그 여신에게 바쳤다. 일부는 자발적으로 순결을 지키거나 독신생활을 하였고, 다른 사제들은 여신의 명예를 걸고 종교의식적인 성교를하였다. 두 경우 모두에서, 인간들은 여신의 다산성을 높이고 찬양하기위해 그들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희생하였다. 언약의 징표로 요구된 할례가 오래된 메소포타미아 의례의 각색임을 나타낸다는 것이 전혀 상상할수 없는 일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유일한 하느님의 다산성과, 남성적생식력에 대한 하느님의 축복을 찬양하는 것으로 변질되었다. - P334

인간존재가 선과 악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면, 그들의 순진무구함은 물론 도덕적 염려 없이 하느님의 뜻을 수행하는 자신들의 능력도 함께 잃어버림으로써 그들은 도덕적 판단을 내릴 의무를 스스로에게 부여한다. 타락한 인간성은 더 높은 차원의 ‘앎‘ (knowing)을 습득하는 이 행위 속에서, 선과 악을 구분하고 구원받기 위해 선을 택하는 짐을 안게 된다. 지식의 다른 측면은 성적 지식이다. 그것은 타락의 결과 중 한 가지를 묘사하는 구절에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벌거벗고 있음을 알았다" (창세기 3:7). 여기서 아담과 이브가 거역한 결과는 여성에게 더 무겁게 떨어진다. 성적 지식의 결과로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생식과 분리된다. 하느님은 뱀과 여자 사이에 적대감을 심어준다(창세기 3:15). 창세기가 씌어진 시대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뱀은 분명히 다산 여신과 연관되어 있었고 그녀를 상징적으로 재현하였다. 따라서 하느님의 명령에 의해, 다산 여신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섹슈얼리티는 타락한 여자가 가질수 없게 되었다. 여자의 섹슈얼리티가 표출될 수 있는 방법은 어머니 역할 안에서였다. 여자의 섹슈얼리티는 모성적 기능에 봉사하기 위한 것으로 정의되었고, 두 가지 조건 그녀는 남편에게 종속되게 되었으며, 고통 속에서 아이를 낳게 되었다―에 의해 제한되었다. - P340

타락한 이브는 어머니로서 그녀의 새로운 구속적(贖的) 역할에서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도 있지만, 거기에는 그녀의 선택폭을 규정하고 제한하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둘 다 하느님에 의해 부과된 조건으로서, 그녀가 뱀과 관계를 끊고 남편에 의해 지배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 P341

두번째 조건은 생명을 주는 자로서 존중받게 될 이브가 남편에 의해지배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가부장제의 법으로서 여기서 분명하게정의되고 신의 인가를 받는다. 우리는 함무라비법전과 중기 아시리아법40조에서, 그와 같은 정의로 만들어져 가던 이전 시대의 전개과정을 보았다. 여기서 우리는 강력하고 종교적인 세계관으로 완전히 통합된 신의명령이라는 형식 속에서 그것을 본다. - 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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