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홉스봄 평전 - 역사 속의 삶, 역사가 된 삶
리처드 J. 에번스 지음, 박원용.이재만 옮김 / 책과함께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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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은 어느 한 단면만 보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명저를 남겼다고 해서 삶까지 완벽할 수는 없다는 생각도 했다.

불안과 욕구 불만 등의 감정이 어느 한 사람에게 천착되면 이는 집착이 된다.
에릭 홉스봄의 마지막을 함께 했던 부인을 처음부터 만났다면 집착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어떤 사람도 성인 군자처럼 완벽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누구나 성인 군자처럼 산다면 이 세상은 어쩌면 재미가 없을지 모른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기에 이 세상은 묘미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은 책이다.
내가 이 책에서 얻고자 했던 것을 채울 수 있었기에 그렇다.

에릭 홉스봄은 오래 살았고 무척 많은 저작을 냈는데 이 책을 통해 그가 해당 책을 낸 배경과 앞뒤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19세기 3부작을 제외하고도 역사론, 미완의 시대(자서전)가 집에 구비되어 있다. 이 책들을 읽기 전 이 책을 참고한다면 더 유익한 책읽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20세기를 다룬 극단의 시대는 집에 없는데 절판되기 전 구비를 해놓아야겠다.
극단의 시대는 브라질에서 공전의 히트를 쳤다고 한다. 이후 그의 저작이 나올 때마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고 한다.
브라질에서 많은 판매고를 올렸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그가 왜 마르크스에 천착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사회주의에 경도되었던 그는 2차 대전이 끝나고 난 이후, 냉전 기간에도 끊임없이 영국 감시조직(미국의 FBI  같은)의 감시를 받았고 대학의 교수, 조직의 수장 등의 자리에 갈 때마다 불이익을 받았다.
미-소의 대결, 자유주의-사회주의의 극한 대립 속에 그는 억울한 피해자이기도 했다.
그래서 1989년 소련이 무너지고 공산주의가 붕괴되었을 때 그의 충격은 상상하지 못할 충격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 시기쯤 되면 사실 그는 더 이상 프롤레타리아 공산주의의 열렬한 지지자도 아니었다. 이미 그는 많은 저작을 내어 성공하여 인세만으로 충분히 유명한 세계적 작가이자 강연자, 석학이 되어 있었다. 
부르주아가 되었다고 해야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소련이 붕괴되고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가 차레로 무너졌을 때 그의 속내는 무척 복잡했음이 드러난다.

어쨌든 죽는 날까지 그는 책을 놓지 않았고 지적 열망을 추구했다.
나는 그 점이 사람으로서 멋있었다.
나도 그렇게 죽기 전까지 책을 놓고 싶지 않고 끝없이 공부하고 지적 호기심을 추구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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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4-27 13: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분의 극단의 시대를 참 힘들게 읽었던 기억이..... ㅎㅎ 아니 얘들은 왜 역사책도 이렇게 어렵게 쓰는거야 하면서 말이죠. ㅎㅎ 워낙에 학자라는 느낌이 강하다보니 따로 이분의 평전을 읽고 싶다는 생각은 안했는데 이렇게 책이 나오기도 하네요.

거리의화가 2022-04-27 13:30   좋아요 2 | URL
바람돌이님 이 책은 평전인데 오히려 자서전처럼 개인의 사생활이 많이 담겨서 굳이 권해드리고 싶진 않아요^^; 책에서는 딱히 학자라기보다는 에릭 홉스봄 자체의 인간에 대해서 더 주목한 느낌이 들거든요. 저작들이 많으니 필요하시면 그 책들을 읽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mini74 2022-04-27 14: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시대의 지식인들도 참 힘들었을거 같아요. 히클러 전쟁 공황 매카시즘 …전 잘 모르는 분 ㅠㅠ 인데 화가님덕에 알아가네요 *^^*

거리의화가 2022-04-27 14:38   좋아요 3 | URL
네 미니님. 에릭 홉스봄 이란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책이에요. 너무 두꺼워서 추천드리긴 그렇고... 좌우 극단의 대립의 시기를 살았으니 참 스펙타클한 경험을 많이 한 사람임에는 분명합니다!

수이 2022-04-27 16: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마침 수전 손택 이야기 읽었는데요, 수전 지적 열망도 어마무시해서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에릭 홉스봄 옹 역시 더하면 더했지 덜할 거 같지는 않아요. 저도 이름만 아는데 거리의화가님 리뷰 읽으니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그런데 극단의 시대 먼저 읽어야 할 거 같네요 ^^;;

거리의화가 2022-04-27 16:55   좋아요 1 | URL
비타님 100자평 보았습니다^^ 페미니즘 관련 책을 읽기 전에는 수전 손택이라는 사람 자체를 몰랐어요. 그분의 이력을 보니 굉장하더라구요~ 사실 그렇게 되고 싶은 열망은 있지만 불가능할것 같아요. 그래도 어쨌든 남은 생애 그저 공부하고 끊임없이 알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요. 이 세상엔 지적 롤모델로 삼을 만한 사람들이 많아서 참 다행입니다. 그래서 시간이 여러 모로 빨리 흘러가는 것 같아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