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가 습하고 따뜻하고 무엇보다 안정적이었던 로마 기후 최적기는 기원후 약 250년 무렵에 끝이 났고 이어서 변덕스러운 날씨가 장기적으로 지속되었다. 수십 년을 주기로 가문 해와 비가 많이 오는 해가 번갈아 나타났고, 내내 추운 여름이 동반되면서 기원후 550년 경에는 여름 기온이 바닥을 찍었다. 이례적으로 기후가 불안정했던 이 300년은 로마 제국에 있어 중요한 과도기였다.

고대 후기 소빙하기가 불러온 혹한은 내전, 게르만족 대이동, 불안정한 기후가 로마의 농업 경제와 사회 질서에 미친 손상 때문에 수백 년간 약해질 대로 약해진 로마 제국에 결정타를 날렸다. 536년 화산 폭발 당시 로마 제국의 견고함은 망가져버렸다. 제국의 서쪽 절반은 흉년, 전염병, 야만족 침입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기후 변화가 유도하는 기존 사회 구조의 해체에는 많은 요인이 관여하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사회 자체에 내재된 취약성, 복원력, 적응력이다. 전염병이나 다른 집단과의 경쟁처럼 불리한 외부 요인 역시 한몫을 차지한다. 한 사회가 임박한 재앙의 위협에 대응하는 방식은 전적으로 그 사회의 문화적 가치가 사회 경제 구조와 정치적 리더십에 어떻게 반영되는가에 달렸다.

가뭄이란 강수량이나 적설량을 통해 지구 시스템에 유입되는 물의 양과, 증발과 증산 작용을 통해 지구 시스템에서 방출되는 물의 양으로 결정되는 함수다. 그런 의미에서 지구 시스템은 인체와 다르지 않다. 시원한 날에 등산할 때와 무더운 날에 등산할 때 어느 쪽이 더 많은 땀을 흘리고 탈수되기 쉬운지 생각해 보자. 같은 방식으로 중세 이상 기후 시기부터 소빙하기까지 강수량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중세의 더 따뜻한 기온이 더 길고 심한 가뭄을 일으켰을 것이다.

북아메리카 가뭄 아틀라스에서 가장 큰 단일 사건은 12세기의 차코 메가 가뭄이며 13세기의 메사버드 가뭄이 그 뒤를 바짝 따르고 있다. 차코 가뭄과 메사버드 가뭄은 중세 이상 기후 시기에 일어났는데, 하키 스틱과 스파게티 접시에서 보았듯이 당시 북반구 기온은 이어지는 소빙하기보다 0.72도 높았다. 유럽에서 중세 온난기는 바이킹이 세력을 확장하고 영국이 포도를 재배하게 북돋았다. 그러나 미국 서부에서 따듯한 기온은 중세 메가 가뭄의 유행을 일으켰다.

중세의 메가 가뭄으로 미루어 보아 기후 시스템은 그 자체로도 심각한 가뭄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대기 온난화, 인구 증가, 토지 사용 변화, 그와 연관된 수자원의 초과 할당 등의 요인이 이 가뭄을 메가급으로 키울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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