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대유행은 유럽인들에게 큰 재앙이었지만 유럽의 숲에게는 무자비하게 진행된 산림 파괴에서 잠시나마 숨통이 트이는 계기가 되었다. 유럽의 전체 인구 중 50퍼센트 이상이 사라지면서 에너지와 나무 수요가 감소한 바람에 숲은 회복하고 버려진 땅을 되차지할, 짧은 생명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 P116

나이테를 사용해 과거 기후를 재구성하는 원리는 간단하다. 매년 생성되는 나이테의 너비나 밀도를 측정해서 절대 연대를 추정한 다음, 관측소의 기상 데이터와 한 해 한 해 비교한다. - P122

하키스틱 그래프 논문은 20세기 온난화가 과거 1000년 시야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고 따라서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순환 현상의 일부로 볼 수 없음을 최초로 밝혔다. - P126

지구의 공전 궤도나 자전축 기울기가 변하면 태양에 대한 상대적인 위치가 달라지고 이에 따라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복사선의 양도 변한다. 태양은 지구의 주요 열원이기 때문에 궤도의 변화는 곧 지구 온도의 변화를 가져온다.
(중략)
현재 우리는 약 1만 1650년에 시작한 홀로세의 간빙기에 있다. 간빙기가 약 1만~5만 년 정도 지속된다고 볼 때, 지구의 궤도 변화에 따라 우리는 미래에 필연적으로 다시 빙하기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증가한 온실가스 효과와 그로 인한 지구 온난화는 우리의 100만 년 빙하기 역사를 완전히 뒤엎을지도 모른다. - P135

우리는 기원후 2000년까지 포함하는 종합적인 재구성을 통해 근래의 기온은 가장 따뜻했던 중세 이상 기후 시기(기원후 1071~1100년)보다 섭씨 0.28도, 가장 추웠던 소빙하기(기원후 1601~1630년)보다 섭씨 0.72도 더 따뜻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세 시대는 소빙하기보다는 따뜻했지만 현재만큼 기온이 높지는 않았다.
지난 17년(2000~2016년) 동안의 지구가, 과거 중세 이상 기후 시기에서 소빙하기를 거치는 500년 동안 냉각된 것보다 더 따뜻해졌다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 P141

유럽의 날씨는 대개 북서양 상공의 두 대기압 중심인 아조레스 고기압과 아이슬란드 저기압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된다. 둘 사이의 압력 차이가 크면 바람이 전속력으로 불어 브리튼 제도와 스칸디나비아에는 폭풍을, 지중해 서부에는 가뭄을, 중부 유럽에는 온화한 날씨를 가져온다. 압력 차이가 작을 때는 따뜻한 북대서양 바람이 유럽에 도달하지 못해 브리튼 제도는 가물고 지중해 서부에는 평소보다 비가 많이 온다. - P147

길고 긴 소빙하기 겨울이 마냥 부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화가 대 피터르 브뤼헐의 작품들과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서 그려진 불멸의 겨울 풍경처럼 말이다. - P163

나이테 기록은 가뭄이나 극단적인 기온 변화를 재구성하는 데 주로 쓰이지만, 홍수나 폭풍 같은 다른 극한 기후를 재구성하는 데도 활용된다. - P180

1645~1715년까지 난파선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 공백은 태양 흑점의 수가 최저를 기록한 마운더 극소기와 일치한다. - P186

허리케인이 거의 발생하지 않은 마운더 극소기는 역사가들이 해적의 황금기라고 부른 시기와도 일치했다. - P188

애트워터와 야마구치는 워싱턴주 남부 지역에서 유령의 숲 4곳을 다니며 서양적삼나무 고사목을 수집하고 나이테 연대기를 비교했다. 샘플을 채취한 모든 유령 나무의 바깥 나이테는 1699년에 생성된 것이었다. 연구자들은 1699~1700연 겨울에 대형 지진이 일어났고 지반 침하와 해일이 이어지면서 때아닌 죽음을 초래했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 가설은 1700년부터 거의 10년 가까이 생장이 억제된 주변의 고지대 나무들로 검증되었다. - P192

체르노빌 핵 발전소로 인한 방사성 낙진은 살아남은 소나무들에게 심각한 방사선 손상을 일으켰다. 정상적인 소나무 목재에서 세포는 나이테 경계에 수직 방향으로 직선의 분할되지 않은 열을 형성한다. 1986년 체르노빌 소나무에서 어떤 소나무는 융합하고, 어떤 세포는 여러 열로 나뉘고, 또 어떤 세포는 나뉘었다가 다시 합쳐졌다. - P194

홍수나 서리 같은 극한 날씨도 나이테의 구조를 비정상적으로 변형하는 요인이다. 홍수 나이테는 봄이나 여름이면 물이 범람해 침수되는 강가에 자라는 나무에서 나타난다. 홍수가 심해 침수가 오래 지속되면 나무의 뿌리와 줄기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 무산소 환경이 형성된다. 무산소 환경은 생장 호르몬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침수 기간에 형성하는 나이테에 이상 구조를 가져올 수 있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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