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쪽에서는 처음부터 연륜연대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성장한 과학자는 거의 없다. 연륜연대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어쩌다가, 또는 나처럼 대학원에 들어가 필드나 실험실에 우연히 발을 들였다가 눌러앉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 P18

나는 연륜기후학자다. 나이테를 이용해 과거의 기후를 연구하고 기후가 생태계와 인간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다. - P21

나이테는 인류와 기후의 역사 사이에서 일어난 복잡한 상호 작용을 연구하는 데 필요한 발판과 정박지가 된다. - P24

나이테가 다방면에서 적용될 수 있었던 것은 애리조나에서 나이테 연구소가 출발한 이후 전 세계에 많은 나이테 연구소가 세워졌기 때문이다. 나이테 데이터를 생산하는 나이테 연구소가 세계 곳곳에 100군데 이상 있고, 그 중 많은 곳에서 경험이 풍부한 나이테 연구원들이 일한다. - P40

비나 눈이 많이 온 다우 해에는 나무가 더 잘 자라 나이테 폭이 넓다. 반면 건조한 가뭄 해에는 나이테가 좁다. 지역의 모든 나무가 좁고 넓은 나이테 순서를 공유하는데, 그건 나무들이 다우 해와 가뭄 해를 똑같이 겪었기 때문이다. - P42

나무는 안에서 바깥으로 자란다. 가장 최근에 생긴 나이테가 나무껍질에서 가까운 가장 바깥에 있고, 맨 처음에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나이테는 중심에 있다. - P56

나무의 생장을 제한하는 불만들을 나이테 세계에서는 제한 요인이라고 부른다. 연륜기후학자들의 목표는 과거의 기후를 최대한 신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므로, 샘플을 수집할 나무와 장소를 선별할 때 이 제한 요인들을 특별히 신경쓴다. - P57

북아메리카 서부의 지리적 요건이 많은 나무가 장수하도록 이바지하는 것은 분명하다. 많은 노목이 건조한 산비탈을 선호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과의 거리 역시 이 지역에 장수 나무가 많은 이유임을 알아야 한다. - P76

나무는 기억한다. 그리고 역사를 기록한다.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무가 하는 이야기를 제대로 해석하려면 합당한 주의를 기울여 정확하게 나이테를 읽어야 한다. 그러자면 패턴을 인지하는 약간의 재능, 그리고 아주 많은 훈련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또 나무를 괴롭고 아프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아야 한다.

나무줄기를 이루는 각 세포에는 전문적이고 필수적인 기능이 있다. 칩엽수의 경우 목질 세포들은 로마 군대철검 일직선으로 늘어서 있는데, 이는 힘과 기능성을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배열된 것이다. 침엽수보다 나중에 진화한 활엽수에는 세포가 나무마다 독특한, 아주 복잡하고 현란한 패턴을 만든다. - P83

나무의 행복은 날씨에 크게 좌우된다. 나무는 계절적 정서 장애는 물론이고 연례 정서 장애도 겪는다. 즉, 날씨가 나쁜 해에는 나무가 우울해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나쁜 날씨‘는 지역에 따라 추위가 될 수도 있고 가뭄이 될 수도 있다. - P87

습해서 행복한 해와 건조해서 불행한 해가 교대로 주욱 이어지면서 나무에도 넓고 조은 나이테가 번갈아 나오는 패턴으로 기록된다. 이것이 보스 부호다. 이 긴 코드 배열이 우리가 여러 샘플 사이에서 대조하고 비교하려는 패턴이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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