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꽁꽁 싸매고 동네 은행에 다녀왔다.
딸아이의 세뱃돈을 저금하기 위해서였다.
팔순을 넘긴 아버지는 이상하게 작년부터 큰 돼지저금통에
주하와 동주의 세뱃돈을 1년 동안 모아,
세배를 끝내자마자 저금통의 배를 따서 정확하게  반씩 나누어 주셨다.
작년엔 손자손녀 각자 무려 30만 원이나 되더니,
올해는 실망(!)스럽게도 겨우 15만 원씩이었다.
저금통 개봉에 임박하여 금액에 자신이 없었던 아버지는
 5만 원짜리 두 장과 만 원짜리 한두 장씩을 급히 넣으셨던 것 같다.
딸아이 몫으로 떨어진 동전이 8만 원 정도,
은행에 가는데 무거워서 팔이 빠질 지경이었다.
(아버지, 내년에는 그냥 지폐로 주세요.
이 무거운 걸 들고 기차 타고 부산에서 서울 오셨습니까!)

은행은 세뱃돈을 저축하러 온 사람들로 미어터졌다.
(그런데 나중에 내 차례가 되어 담당직원과 얘기 나누다가 보니
세뱃돈 때문에 미어터진 게 아니었다.)

객장에 설치된 텔레비전 모니터에 시인 유하 영화감독이 나왔다.
신작 <하울링>의 주연배우 송강호에 대한 소개가 그럴듯하다.

-저는 열연을 싫어해서요.
그런데 이 배우는 열연 없이 자기가  맡은 역할을 납득시킵니다.

이상하게 그 말이 귀에 쏙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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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6 0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26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