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병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147
공광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언제까지나 청년일 것 같은 '대학일기'의 시인 공광규도 어느새 늙나보다.

얼마 전 나온 새 시집을 보니 나이 마흔의 피로와 당혹감이 덕지덕지 묻어난다.

 

    작은 인정에 취하고 / 작은 비난에 상처받고

    작은 욕망에 갇히는 나는 / 큰놈 되기 다 틀렸다(시 '큰놈' 중)

 

'지독한 불륜'이라는 제목의 시집을 상재한 이후 몇 년 만의 시집인가?

'소주병'이라는 간결하고 단호한 이 시집의 제목이 나는 참 좋다.

'먹고사는 데 급급하여, 혹은 쾌락의 토끼 꼬리만 따라다니다

오늘 도심 골짜기에서 길을 잃었다'는 시인의 통렬한 고백이 시집 곳곳에

신음처럼 배어 나온다.

 

     더러워져가는 나를 끌고 / 장대비 속을 이백 리나 달렸다

     강물이나 도랑에 처박고 싶은 / 비겁해져 가는 중년(시 '원적사에서 하룻밤' 중)

 

내가 잘못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을 멈추지 않는 한 그는 시인이고 청년이다.

그의 정신과 언어는 아직 녹슬지 않았다.

거친 입담 속에 사람과 세상을 향한 뜨거운 관심과 애정이 보인다.

그는 이 땅에 몇 안 되는, 명실공히 사내 대장부 같은 뚝심 있는 시인이다.

아직도 그의 삶의 자리는 노동자들의 옆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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