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킹 우드스탁
엘리엇 타이버.톰 몬테 지음, 성문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지난 주 텔레비전 모 프로그램에서 인천의 소래포구를 보여주었다.
남편과 함께 어시장 뒤편의 노천횟집을 찾은 초로의 여인이
신문지를 깔고 앉아 주문한 회를 먹으며 닭똥같은 눈물을 흘렸다.
협궤열차가 없어졌다고!
덩달아 나도 눈물이 찔끔 나왔다.

'협궤열차는 애인과 함께 타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어
결국 나는 청춘이 다 가도록 협궤열차를 타보지 못했다.
소래포구에는 재작년인가, 가족과 함께 장어(텔레비전에서 소개한 맛집)를 먹으러 처음 갔다.
어시장을 지나 무슨 버스 종점 골목을 지날 때
시간이 멈춘 듯한 낡은 미장원의 거울을 보고 하마터면 무릎이 꺾일 뻔했다.
지나간 어느 시절이 그리워서, 그리고 너무도 변한 나 자신과 세상이 서러워서.

<테이킹 우드스탁>은 1969년,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열린
미국 뉴욕의 한 변두리 농장과 싸구려 모텔촌이 배경이다.
( 이상하게도 나는 음악 쪽에 별 관심과 소양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우드스탁 공연'이라는 말만 들으면 가슴이 설렌다.)

'엘 모나코'는 뉴욕 주의 외딴 곳에 위치한, 주인공의 엄마가 빚을 끌어들여
무리하게 확장한 모텔촌이다.
방 꼴을 보고 나오면 무조건  환불을 요구하는 손님들과의 악다구니로
주말을 탕진하는 30대 중반 게이 청년 엘리엇 타이버.
그런데 어느 날, 50만 명이 운집한 공연장의 사진만으로도 전설이 된
'1969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화이트 레이크의 진창길을 걸어 제발로 찾아온 것이다.
남편과 싸우고 심통난 얼굴로 긴 의자에 늘어져 있던  <바그다드 카페>의
여주인 브랜다 앞에 비지땀을 흘리며 나타난 뚱보 여인 야스민처럼...


- 나의 유일한 탈출구는 스케치와 색칠하기였고 아이로니컬하게도
우리 집(모텔)에서 운영하는 생활잡화점은 그 두 가지를 탐색할 많은 기회를 제공했다.
내게 가게 쇼윈도의 디스플레이를 연출할 기회를 준 것이다.

(...)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을 하다보면 내가 속한 세상의 소외감과
미친 짓들로부터 벗어나 아름답고 조화로우며 질서정연한 다른 세상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냄비, 프라이팬, 전구, 사다리, 공구벨트 같은 평범한 물건들이
예술의 재료가 되었다. 별다른 연관성도 없는 물건들이 제대로 배치되기만 해도  
불현듯 떼려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가 만들어졌다
.(35쪽)

주중에는 뉴욕에서 아트 디렉터 겸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며  번 돈을
몇 년째 욕심 사나운 엄마의 싸구려 모텔 사업에 쑤셔박던 엘리엇 타이버.

이처럼 엄청난 프로젝트의 일을 온갖 사건사고와 소동 속에서도
잘 해낼 수 있었던 것은 따로 꼬불쳐둔 재능이나 실력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초라하기 짝이 없는 자기 집의 매점 진열장을 요리조리 꾸미던 감각에서 출발한 것!
어찌나 별볼일없고 오죽잖던지 나의 분신처럼 느껴지는 청년의
1969 우드스탁 접수기는 지난해 이안 감독의 영화(<테이킹 우드스탁>)로 만들어졌단다.

게이 청년의 고민과 일상을 이처럼 쿨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한 영화나 책이
또 있었던가?(영화 <밀크>가 생각나긴 한다만...)
우드스탁 공연을 유치하기 전, 빚더미의 모텔 수입에서 10만 달러나 꼬불쳐뒀다가
자신의 노후자금으로 다 쓰고 갔다는 엘리의 엄마 역이 궁금해서라도
영화가 개봉되면 보러 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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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컴퓨터 앞으로 달려왔다.
지미 헨드릭스, 조앤 바에즈, 멜라니 사프카, 재니스 조플린, 산타나 등 기라성 같은
가수들의 우드스탁 페스티벌 공연이 보고 싶어 DVD를 검색해 봤더니 매진이다.
'품절'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매진'. 
8월에는 파주에서 '2010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반가운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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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7 23: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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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8 11: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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