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내가 사람들에게 함부로 했던 시절 위로 내리는지 모른다

어느 겨울밤처럼 눈도 막막했는지 모른다

어디엔가 눈을 받아두기 위해 바닥을 까부수거나
내 몸 끝 어딘가를 오므려야 하는지도 모르고

피를 돌게 하는 것은 오로지 흰 풍경뿐이어서
그토록 창가에 매달렸는지도 모른다

애써 뒷모습을 보이느라 사랑이 희기만 한 눈들,
참을 수 없이 막막한 것들이 잔인해지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비명으로 세상을 저리 밀어버리는 것도 모르는 저 눈발

손가락을 끊어서 끊어서 으스러뜨려서 내가 알거나 본
모든 배후를 비비고 또 비벼서 아무것도 아니며 그 무엇이 되겠다는 듯
쌓이는 저 눈 풍경 고백 같다, 고백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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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엔 KBS <인간극장>의 주인공 두 할머니에게 푹 빠져 살았다.
충남 공주의 이인순 할머니(78세)와 그의 사돈 박장임 할머니(74세).
장임 할머니가 7, 8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거동이 불편하자
인순 할머니가 그녀를 자기 사는 시골로 모셔왔다.
맞벌이를 하는 딸과 사위을 도와주고 싶었던 것.

인순 할머니가 몸이 좀 아파서 장임 할머니를 부천 딸네 집에 잠시 보냈는데,
장임 할머니 하루종일 빈 아파트에서 창 밖만 내다보고 있다.

제작진이 왜 창밖만 내다보느냐고 묻자 어눌한 목소리로,

"외로와! 외로와! 보통이 아녀."

골목 앞을 지나는 모르는 사람도 반가워 손을 흔들며 장임 할머니가 하는 대답.
심술궂고 고집센 이 전라도 할머니가 귀여워서, 나중에 '쿡'으로 다시 챙겨볼 생각이다. 
(인순 할머니는 보살 같다. 살아 있는 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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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9 22: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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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9 22: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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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9 23: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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