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노동자의 벗 이재유 우리시대의 인물이야기 9
안재성 지음, 장선환 그림 / 사계절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 (소년) 재유는 대중소설에는 흥미가 없었습니다.
조선과 세계의 역사, 그리고 사회주의에 대해 알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도서관에는 이 분야에 대해 일본인 학자들이 쓴 책이 많이 있었습니다.
재유는 책표지에 사회나 역사라는 단어만 있으면 무조건 꺼내 읽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자꾸 읽다보니 점점 아는 게 많아져
나중에는 필요한 책을 골라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54~55쪽) 

책읽기에 대한 지침으로만 보더라도 어떤 논술책보다 알기 쉽고 설득력이 있는 대목이다.
머리맡에 쌓인 십수 권의 책 중 딸아이를 위해 며칠 전 이동도서관에서 빌려온 이 책을
골라들었는데, 거의 자석에 끌린 듯하였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삼일절.
몇 년 전, <경성 트로이카>를 읽으며 가슴이 마구 뛰던 생각이 나고
당시 책장을 덮으며 이재유는 물론 이현상과 김삼룡 등 사회주의 운동가들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소년 이재유와 달리 그동안 대중소설과 시집들에 마음을 빼앗겨
그들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 책은 '사계절' 출판사의 아동문고 중 한 권으로 아동들이 읽기엔 다소 딱딱한 편이다.

1905년 을사늑약이 이루어진 해에 개마고원 부근 화전민의 아들로 태어나
항일운동과 노동운동에 평생을 바치고 1944년 옥사한 영원한 사회주의자 청년 이재유.
그의 사상에 감명받아 이재유의 형무소 탈출과 도주를 적극적으로 도운 두 일본인
서대문형무소의 모리타 순사와 경성제대 미야케 교수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인물이다.
이재유는 1936년 이관술과 함께 농촌에 숨어들어 농사를 지으며 지하신문을 제작했는데
'같은 노동에는 같은 임금을 지급하라'든지, '1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임시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지금으로부터 75년 전이다. 놀랍지 않은가!

- 이재유라는 이름이 다시 살아난 것은 죽은 지 62년이나 지난 2006년이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사회주의자들의 항일 운동 공로를 인정하기로 한 대한민국 정부는
그 해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이재유에게 건국훈장 독립장을 수여하고,
그와 함께 종연방직에서 활동했다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동덕여고보 출신 이효정을
독립운동 유공자로 인정했습니다.
(...) 남한에 한 명의 가족도 친척도 살아 있지 않은 이재유에게 수여된 훈장과 증서는
민주노동당에서 대신 수여받아 보관하고 있습니다.(213쪽)

이재유는 우리나라의 독립과 노동운동에 평생을 바쳤지만
그 존재가 뒤늦게 조명되어 노무현 대통령 시절 다시 살아난  이름이다.
그 이름을 오래도록 지켜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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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0-03-09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재성은 박헌영 경성 콩그룹 남로당 노선을 한국사회주의 운동의 정통으로 보고 있더군요.그래서 그 계열 인물들 전기를 내고 있구요.

로드무비 2010-03-09 23:05   좋아요 0 | URL
과문해서인지 저도 그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만...
<경성 에로이카>를 읽으니 저자의 의견에 그대로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노이에자이트 2010-03-09 23:29   좋아요 0 | URL
김성동도 그런 쪽이죠.북로당과 북한을 정통으로 인정하는 사람들은 대놓고 이야기를 못하니 식별하기가 좀 힘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