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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2
이시즈카 신이치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시즈카 신이치의 만화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가벼운 만보객이 아니라
대부분 인생의 조난자들이다.
'조난'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사업에 실패했다거나 연인으로부터 버림받았다거나 하는 등의
극적이고 어마어마한 사연들의 주인공인 것만은 아니다.
그들은 대부분 멀쩡한 얼굴로 살다가 어느 날 문득 눈앞이 아득해지며 길을 잃는다.
<산>의 주인공, 시마자키 산포는 일본 알프스 기슭에 천막을 치고 살며
조난자들을 구조하는 자원봉사가.
누구보다 산의 엄격함과 근사함을 잘 알고 있다.
젊은 날 그와 뜻을 함께했던 스캇이라는 친구는 어느 날 문득 깨닫는다.
-- 더이상 산에서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만은 없겠구나.
건강에 뭔가 이상이 온 것이다.
그가 산포에게 하는 말.
"이렇게 되고 보니까 알겠어. 낮은 산도 즐거웠다는걸!"
이기적으로 자신의 예술활동에만 매달리다 오래 전 아내를 떠나 보낸 화가는
어느 날 홀로 산에 오르며 중얼거린다.
"우리 둘의 로프를, 인연을 끊은 것은 나야. 그런데 산이 남아 있었구나!
그는 산의 정상에서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무릎을 굻는다.
--산에 오기 잘했다.
산포를 만나 좋았다.
등반 중 길을 잃고, 미끄러져 떨어지고, 눈사태에 휩쓸리고,
피로동사(눈보라 속에 피로와 동사가 동시에 진행되는)를 하는 등
산에 오른 인간들의 갖가지 사연과 긴박한 에피소드에 빨려들어가
두 권을 단숨에 읽었는데.
2권 뒷표지의 헤드카피가 눈에 들어왔다.
산에 오기 잘했다, 산포를 만나 좋았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갑자기 이 텁수룩한 사내를 눈앞에서 실제로 만난 듯
가슴이 설레는 것이었다.
Visibility?
None. Complete white - out.(2권 161쪽)
외국인 등반가나 친구들이 등장하여 대화를 나눌 때는 영어를 함께 실어
극의 리얼리티를 살린 것도 좋았다.
당신의 시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