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리스트
김순덕 지음 / 민음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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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웃서재를 순방하다가 마태우스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리뷰를 보게 되었다. (참고로 나는 마태우스님의 빠다. 알라딘에 흘러들어오게 된 것도 그이의 영향이 크다.) 장하준에 대한 평가를 하면서 김순덕을 대비시키는데 그 리뷰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녀가 더 섹시하다>의 그 김순덕인가? ’

바로 검색 들어갔다. <마녀가 더 섹시하다>를 재미있게 읽었었다. 첫인상은 좋은 편이었고, 착하게만 살지는 말라던 마녀 예찬론과 속 시원한 글들이 좋았다. 언제 또 책을 내시려나 기다렸는데, 이번에 <글로벌리스트>를 출간했다고 했다.

읽는 내내 한탄이 나왔다. 난 왜 이렇게 무식한 걸까. 서브프라임 모기지, 이노베이션, 포퓰리즘 등 들어는 봤으나 정확한 뜻은 모르는 용어들이 수두룩했다. 심지어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가 의학용어로는 어떻게 쓰는지 궁금했다. (intracranail tumor 두개내 종양 icterus 황달 등으로 쓰이고 있었다.)

마지막장을 덮는 순간 알았다. 내가 세상에 대해 무심하다는 걸. 무식한 것도 있지만, 관심조차도 두질 않았다. 영삼이 때부터 외쳐대던 세계화가 별거 있더냐. 내일 제출해야 되는 연말소득공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글로벌리스트 이탈자의 순진한 생각이었다. 책에서는 글로벌리스트를 이 시대에 생존자, 적응자로 정의하면서 세계가 돌아가는 것 좀 보라고 한다. 글로벌리제이션의 도도한 흐름을 무시하지 말란다. 세상 돌아가는 꼴을 방관한 채, 적당히 순응하면 그럭저럭은 살 수는 있겠지만 그게 무슨 삶이냐고 묻는다. 그런 안이한 세계관으론 방글라데시 같은 행복만 부자인 빈자란다. 글로벌리스트의 FAC이 뭔지는 몰라도 배부르고 등 따뜻한 삶을 지향하는 바, 열심히 읽었다.   

어제는 17대 대통령 선거 날 이었다. 나이트 근무를 마치고 동사무소에도 들렀었다. 덕분에 책속에서 일려준 중국 경제와 공산당 독재도 반추해보고, 선거를 통한 자유민주주의라는 것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 경제대통령이라 하는 명박이가 당선됐고, 경제실속을 챙기라는 <글로벌리스트>도 다 읽었으니, 남은 건 리뷰였다. 다른 분들의 리뷰는 어떤지 참고하다가 네이버의 은빛연어님의 리뷰를 봤다. 은빛연어님은 정치담론으로 치우친 책이라며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나 어찌할까나. 나는 아직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글로벌리스트>는 충분히 재미있었다. 아마 은빛연어님의 리뷰를 보지 않았다면 <글로벌리스트>를 훨씬 더 찬양했을 것이다.

타인의 리뷰는 중심을 잡게 도와주기도 한다. 타인들의 리뷰는 읽을 만하다. ‘난 정치엔 관심 없어요.’를 핑계로 사회고민이 없이 참 편하게 살아왔다. 소설책만 읽지 말고, 사회과학 서적도 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감탄했던 타인들의 리뷰처럼 곧게 생각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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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으로 간 사이코패스
폴 바비악, 로버트 D. 헤어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지난 4월, 로버트 D. 헤어의 <진단명 사이코패스>를 읽고 적잖이 놀랐었다. 책을 읽는 동안 대입되는 한 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범망에도 걸러지지 않는 자가 직접적이고 잠재적이므로 더 위험하다고 <진단명 사이코패스>는 말했다. 내가 떠올린 그 이는 범죄자는 아니다. 그 이의 행동이 나를 힘들게 할 뿐이다. 그러나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니 그 이는 가해자였고, <진단명 사이코패스>는 더욱 흥미로웠다.

이후 ‘사이코패스’는 나의 협소한 세계관을 많이 확장시켜 주었다. 처음엔 주변인 모두가 의심스러웠다. 모두를 의심해대니 모든 것에 위축되었고 그런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죄책감을 가져왔다. 당혹스러웠던 것은, ‘내가 사이코패스는 아닌가?’하는 질문이 생겨버린 것이다. 그 질문에 답을 구하니, 전보다 유연한 사고도 같이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럴 때마다 한 숨 참고, 다시 책을 폈다. 그 때 접한 책이 사이코패스의 또 다른 책, 조지K. 사이먼의 <양의 탈을 쓰다>였고, 이번에는 <직장으로 간 사이코패스>였다.

책 서문에는 어설프게 주변사람을 사이코패스로 결정짓는 우는 범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도 사이코패스를 처음 보고는 확신할 수 없단다. 훈련과 많은 경험이 축적된 전문가도 헷갈리는 판에 겨우 책 한권 읽은 걸 가지고 섣불리 생각 말란다. 난 섣불리 생각한 그 우매한 쪽이고, <직장으로 간 사이코패스>를 읽고 또 놀라는 금붕어였다. 덕분에 새로이 사이코패스를 알게 되었고, 추가적으로 얻은 내용에 만족해했다.

평가하는 과정에서 사이코패스들이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장차 먹잇감이 될 상대방이 얼마나 효용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그 사람 인격의 내면적인 작동 기제를 찾아낸다. 이런 평가가 진행되는 동안 사이코패스는, 나중에 속임수와 조종의 통로가 될 친근한 개인적 관계를 쌓으려고 노력하기 시작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부자나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사이코패스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사실 왕성한 의욕으로 불타는 사이코패스의 눈으로 보면 어떤 사람도 쓸모없는 사람이 없다. (p.121)

그리고 내가 가진 열등감에 어리석은 보상심리까지 알게 됐다. 내가 당하는 줄 알 알면서도 왜 그 이를 감쌌는지 말이다. 사이코패스가 가지는 호감도 전략법도 알게 되었다. 선천적인지, 후천적인 모르지만 사이코패스는 심리학에 능통하다는 것이다. 그걸 이용하여, 대상의 작동 기제를 알아놓으면 구미에 맞는 숙주가 되는 거다.

책 표지에는 왠 사내가 뱀을 목에 두르고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서있다. 참으로 건방진 포즈가 아닐 수 없지만, 눈길은 간다. 꽤나 인상적인 표지였다. 사이코패스들은 뱀을 목에 감고서도 목도리라 우기는 요설과 뱀 같은 속내를 감추는 포장술로 쉽게 취업을 한다. 이 부분을 읽고 인사채용이 얼마나 중요하며, 또한 허술할 수도 있는지 놀라웠다. 문제는 이 뱀 허물을 벋고 포장술의 필요성을 못 느낄 때 나타난다. 권력욕과 무책임이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위를 넘어서기 시작하면, 주변 동료들까지 무기력에 빠진다. 관리자층으로 갈수록 더 심각해진다. 관리자의 파급 효과는 회사 전체로 가기 때문이다. 관리자층으로 갈수록 성과평가는 애매하고 감시 감찰력은 더 떨어진다. 거기에 급진적인 경영변화와 리더십으로 오인받는 사이코패스의 행동은 전체를 위협한다. 그 들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교묘히 전가시킨 후, 최고 관리자까지 자기편으로 만든 후에야 퇴근을 한다. 주변 사람들이 혜안을 가졌다면 다행이겠지만, 없다면 거르는 방법만이라도 알아야 한다. 이 책은 그 이야기를  한다.

책을 다 읽고, 사이코패스 책을 다시 본 이유를 생각해봤다. <진단명 사이코패스>가 소개한 교도소의 미친놈 보다 내 직장의 미친놈이 더 무섭긴 하다. 그러나 이 이유만으론 아직 부족하다. 책을 읽은 이유가 로버트 D.헤어를 좋아해서도 아니었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숙고해서 떠올려 본 또 다른 이유는 이것이다. 사이코패스의 사람을 후리는 그 ‘재주’가 궁금했던 거다. 그 들의 전략적 행동도 나의 부족분을 말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냥 ‘미친놈’ 한마디면 뱉으면 되는 데, 이해하려 드는 내 성격의 문제.

처음 <진단명: 사이코패스>를 읽었을 때는 섬뜩했었는데, 이제 그렇지는 않다. 사이코패스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내 주변의 그 이 말고 사이코패스를 더 만날 수도, 아닌 만날 수도 있지만 그 때는 담담할 수 있기를.

 하지만 당신이 하는 것과 중요한 차이가 있다. 사이코패스의 의도는 사악하지만, 당신의 의도는 진정으로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건강한 것이기 때문이다. (p.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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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9 0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19 04: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이빔 디자인 전기 방석(구름핑크/블루/밀크 중 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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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시 샀어요. 전기방석 없으면 못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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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 개정판
이도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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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 새벽 3시, 출출하여 집 앞 편의점에 갔다. 깜짝 놀랐다. 꽃 분홍 포장지로 큼지막하게 포장된 빼빼로가 날 쳐다보고 있었다. ‘나 사갈일이 있겠냐?’며 히죽거리는 그 녀석을 보니 심란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엔 기운이 빠졌고 컵라면과 소주 한 병이 막역한 친구로, 내 곁을 따라 걸었다. 울적한 기분에 배고픔마저 잊혀 졌더라면 좋았을 걸, 애정 궁핍은 위장 궁핍을 더 불렀다. “속상한 애인보다 속 든든한 너희들이 더 나아!”를 외치다 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땐 성형수술을 방금 끝낸 듯, 부은 얼굴이 거울 속에서 웃고 있었다. 더 이상의 자기 연민은 그만둬야 했다. 지각하게 생겼으니까. 

내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듯, 상대도 완벽할 수만은 없다. 그런데 기대한다. 그리고 기다린다. 완벽한 사랑을 말이다. 이러니, 연애도 못하고 로맨스 소설 따위는 속만 부글거려 읽지를 않았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 그나마 입맛에 맞았다고나 할까.

가장 최근에 읽었던 연애소설이 요시다 슈이치의 <7월 24일거리>였는데 얼마나 반성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 책에 연애 못하는 여자의 10가지 이유가 적혀있었는데, 맨 마지막 이유가 이거였다. 실수하고 싶지 않다. 얼마나 마음을 찌르던지, 연애에도 실수하지 않으려 아등바등하던 내 모습이 생각났었다. “이제는 대 놓고 실수하리.”라고 생각던 찰라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읽기 시작했다. 

배경은 라디오 방송국, 이건이란 PD가 공진솔이라는 작가에게 장난을 건다. 장난질이 귀찮다고 생각하면도 고분고분 받아주는 진솔은 나중에 이건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이건은 오래 전부터 애리를 좋아했다고 말하고, 뭐가 사랑인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교제를 시작하는데, 애리와 선우라는 커플이 섞이면서 감정의 파도가 철썩거린다. 감초같은 이필관 옹의 등장, 친구 한가람의 연애 탐방기, 희연의 남자보다 진한 퓰리처상 애정 등이  웃음을 간간히 던진다. 오해와 화해가 있는 해피엔딩 스토리였다. 완벽한 사랑이 아니라 상대를 향한 온전한 이해를 가르쳐준 로맨스. 이 가을에 딱 이었다.

“이번엔 댁이 생각해볼 차례예요. 환상이나 기대 없이도, 나 믿고 당신 믿고 또 사랑해 볼 수 있는지. 당신 마음 들여다봐요. 이젠 내가 기다릴게.”
진솔은 가슴이 아파 머뭇거리다 가만히 끄덕였다. 그가 옆에서 쓴웃음을 지었다.
“난 오래라도 기다릴 수 있어요. 누구처럼 겨우 두 달 가슴 졸였다가 상처받기 싫어요, 하고 도망가진 않아.”
“그게 누군데요?”
“몰라, 어떤 바보 같은 여자.”
(p.407)


 
ps. 양장본의 표지색이 왜 초콜릿 색깔인거야! 초콜릿 막대 과자가 또 생각나잖아. 그러고 보니, 서평등록도 11월 11일까지로군. (서평단 리뷰임을 밝힙니다.) H, 자네에게 선물하기 위해 또 한 권 샀다네. 이거 읽고 서로 반성합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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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여자로 산다는 것 - 대한민국 2030 여자들의 직장생활백서
임경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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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온다. 연초에 제출했던 성과계획서는 반도 채우지 못했지만, 성과평가서만은 그럴듯하게 채워야 할 때가 왔다. 연초엔 내가 무슨 책을 읽었던가. 전에 섰던 리뷰들을 재 리뷰 해봤다. 재미있게 쓴 리뷰도 있었고 얕은 재주를 반성해야하는 리뷰도 있지만, 가장 눈에 뜨인 리뷰는 직장이야기가 쓰인 리뷰였다. 심리학책이나 처세술책인데 다시 읽어보니, 그 시절이 생각나 짠해진다. 직장도 시처럼 사색적이고 소설처럼 재미나기만 할 줄만 알았는데, 손익 계산서와 뒷담화가 난무하는 정치판이었다. 시덥잖은 문학책 따위는 던져 버리고, 같잖은 처세술책이라도 봐야 했다.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더라도, 울분의 해소는 되지 않을까 해서 읽은 그 책들.

결과적으로는 잘 읽은 것 같다. 선후배 및 상사와의 관계 미숙을 인정했고, 안일주의와 나의 미숙함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다. 최소한 트러블메이커에서는 비켜 갔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는 지옥 같지는 않다. 좀 더 가다듬어야 한다면, 건강하게 화내는 법과 거절하는 법이다. 아랫 사람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은 절대 다른 사람 위에 올라갈 수 없다. 아랫사람들을 먼저 퇴근시킨 후, 혼자 남아 야근하는 중간관리자를 보는 중역의 마음은 편치 않을 것이다.(p.51)라는 문장을 보니 따끔하다. 좋은 사람인 척 배실배실 웃고 다니지만 말고, 진짜 방실방실 웃고 다니고 싶다. 


 일하는 여자로 산다는 건 결코 만만치 않다. 지금은 안정을 찾았다고 하지만 다시 고심의 시기가 올 거다. 그때의 나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평생 일하며 살아갈 거라면 그 고민을 당겨 아는 것도 낫다. 저자가 여성이라 다른 처세책보다 섬세하고, 부드럽다. 거기다, 객관적으로 인정하는 성공이 아니라 자신이 인정하는 성공을 기준으로 글을 썼단다. 그래서  읽기가 편했다.

 남들처럼 욕심 부리지 않고 그저 평범하게 살겠다고 한다면? 나는 개인적으로 ‘평범’하다는 단어의 뜻이 뭔지 잘 모르겠다. 다만 원래부터 평범하게 태어나기보다는 어느 시기부터 평범하기로 작정하고 평범의 탈을 쓰고 살아가는 억눌린 개성들이 있을 뿐이다. (중략) 우리는 남들과 똑같은 식으로 잘날 필요도, 아니면 남들과 똑같은 식으로 평범할 필요도 없다. 라이프 스타일 선택은 매우 개인적이어야 하고 ‘나다워’야 한다. 그래서인지 누가 내 일련의 행동을 보고 “참 임경선스럽다”고 혀를 끌끌 차도 별로 기분 나쁘지 않다. (p.238~289)
개인적인 만족과 대외적인 만족을 눈치 보는 나로서는 마지막 이 내용이 쿨하고 화끈하게 느껴진다. “너 답다.“라는 평가까지도 인정해버리는 나다운 모습을 찾아 사기충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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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기세덱 2007-12-14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모과양 2007-12-15 0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멜기세덱님이.. 이 해의 리뷰어께서 축하해주시다니요. 영광이여요.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