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말리는 의사

공중그네 ㅣ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못말리는 의사

주인공 이라부 이치로 방은 ‘이라부 종합병원’의 지하 1층에 위치하고 있다. 이라부는 1인용 쇼파에 앉아 드문드문 오는 환자를 기다리고, 동료 간호사 마유미는 벤치에 앉아 잡지를 넘기는 곳이다.

이라부는 거구에 2중턱이 빛나지만, 아이같은 사고를 가지고 있다.

다른 과도 마찬가지로 중요하지만, 의사-환자간의 신뢰관계 즉 Rapport가 어느 곳보다 중요한 곳이 바로 정신과다. 그럼에도 이라부의 환자들은 rapport는커녕 의사 가운 명찰도 신임하지 못한다. 이라부의 행동이 엉뚱하고, 황당하기 때문이다.  

다섯 부분으로 이라부와 환자이야기를 나누어 놓았는데, 그 때 마다 꼭 등장하는 내용이 주사에 관한 내용이다. 섹시한 간호사 마유미는 의도하지 않았던 의도를 했던, 가슴선이 보일 만큼 관능적으로 주사를 놓는다. 처음 이 부분을 읽을 때는, 황당스럽더니 뒤로 갈수록 마유미의 등장을 기대를 하는 나를 발견했다. 소설의 힘이겠지만, 박미경 씨의 뮤직비디오에는 화가 나더니 소설 속 마유미에게는 통쾌감까지 느껴진다. (참고 : 가수 박미경 씨가 선정적으로 간호복을 입고, 뮤직비디오를 찍어 방영한 적이 있다. 당연히 대한간호협회에서는 항의를 했고, 간호사의 윤리 직업관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주사를 맞는 부분에서, 마유미 보다 더욱 통쾌하고 공감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주사 맞는 순간을 관찰하는 이라부의 눈이다. 자신을 향해 꽂히는 주사바늘을 직접 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 아닌 다른 사람에게 바늘이 꽂히는 장면은 흥미진진하다. 예전 기억이지만, 실습기간에 간호사 선생님을 따라다니며 구경한 혈관주사는 언제나 재미있었다. 학생끼리 서로 직접해보라고 하면 고개를 흔들지만, 관찰하는 사람으로서는 구경자체가 더 좋았다. 이라부를 피 좋아하는 변태로 여길만큼 환자들은 불쾌히 생각하지만, 나는 이라부의 심정에 공감과 이해를 보낸다.

 병원에 가면 무조건 주사먼저 맞아둬야 한다는 생각은 옳지 못하다. 그러나  소설 속 이라부는 바늘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환자까지 무조건적으로 들이민다. 그리고 비타민, 장정제, 감기예방약 등으로 환자 대응에 따라 주사제를 달리한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모두 식염수가 아닐까 한다.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를 노린 것이다. 그렇다고 플라시보 효과를 봤냐면, 대부분 거부반응을 보여 효과까지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다섯 명의 환자 모두 회복단계에 이른다. 이라부가 치료요법으로 우기는 직ㆍ간접적인 행동들 때문이다. 이 행동들이 모두 폭소다.

의료인에 대한 기존인식과 상당히 동떨어진 이라부는 만화책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선사한 웃음은 만화 밖, 병원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길 바란다. 

ps. 이라부가 한국에 병원을 세운다면, 의료수가 때문에 주사처방은 함부로 하지 못할 것 같다. 그 때도 지금처럼 식염수로 주사제를 쓸 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