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상상마당 창비 북 콘서트에 다녀왔다. 김형경, 최규석 작가의 신작소개였는데 초대가수로 서영은이 나온다는 희보에 동생이 희희낙락 따라왔다. 여유있게 도착해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데,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승주나무님, 라주미힌님, 웬디양님이 나란히 들어오고 계셨다. 처음 뵙는 롤러코스트님까지 동행이 4분이셨는데, 안부를 오래 물을 수 없었다. 왜냐? 동생은 제 누나가 모과양인 줄 몰랐으니까. 승주나무님이 다음에 같이 보실 분 없으면 자기와 함께 보잔다. 사모님은 어쩌냐고 응수했지만, 동생만 없었더라면 그 날부터 함께 했을 것이다.


초대가수로 나온 서영은의 무대는 노래처럼 ‘완소그대’였다.

김형경 작가의 책이라면 <천 개의 공감><사람풍경>을 본 것이 다였다. 20대 후반 때부터 심리학책을 읽어왔다는 그녀는 참 평안해 보였다. 정신분석도 받아보고, 나름 공부한 것이 있다고 했다. 자신을 알아 가는 데 심리학책은 많은 도움이 되었고, 자신은 “괜찮은 상태에 이르렀다”고 했다. 많은 얘기를 들었지만 기억나는 것은 이 것이다. 나도 언젠가는 참 좋은,괜찮은 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것, 힘들 때 주변 지지자를 찾으라는 것, 자신은 동시대인과 소통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것.




김형경 작가보다 최규석 작가를 뵈러 간 것이 더 컸다. 웃는 표정이 적어 겨우 찍었다.




초대가수로 나온 토미키타의 노래는 낯설었다. 락을 좋아하지 않는 취향도 한 몫.


사인회 때 최규석님 앞에 <습지생태보고서>와 <대한민국 원주민>을 내밀었다. 2개의 캐리커쳐를 그리시는 동안 말을 걸었다. 동향이라는 것과 알라딘에 리뷰를 썼다는 것, 그리고 내 아이디가 모과양이라고 말했다. 그의 홈페이지가 모과넷인 이유도 함께 물었다.

나이가 어떻게 되시냐는 질문을 다시 들었는데 모과라는 아이디는 30대가 넘어가야 쓰는 아이디란다. 작가님이 알려주신 데로 그의 기사를 검색을 해봤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모과’라는 호(號)를 쓰고 있는데요. 뜻이 뭐죠?(최규석 작가의 홈페이지는 www.mokwa.net이다.)
=속담에도 있잖아요. 모과나무처럼 배배 꼬인 놈.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에) 어 많이 쓰는 말인데? 모과나무는 꼬여서 목재로 못 쓴대요. 보통 한국사회에서는 사람을 보고 기둥이 되어라, 서까래가 되어라 이야기하고 아이들도 “어디 꼭 필요한 사람이 될 테야”라고 다짐하죠. 저는 어디에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하고 사는 건 참 짜증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도 날 쓸 수 없게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좌중 웃음) 그런데 20대 초반 군대 휴가를 나와 보니 인터넷 세상으로 변해 모두들 닉네임을 갖고 있더라고요. 제대하면 홈페이지 만들어 그림을 올려야겠다 싶어서 닉네임으로 삼았어요. 

[김혜리가 만난 사람 中]

 
   


내가 모과양인 이유는 서재를 만들 때, 모과차를 마시던 참이었다. 모과차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드러내고 숨는 데 용이한 아이디가 필요했었다. 실용성과는 상관없는 관상용 나무, 그 나무의 별 쓸데없는 열매, 향기는 나는 빛 좋은 개살구. 별 쓸데없는 이야기를 주르륵 쏟아 놓고 싶었다. 그래서 내 닉네임은 모과양이 된 것이다.

앞으로 북 콘서트는 자주 가게 될 것이다. 그때 알라디너들을 더 뵐지도 모르겠다. ‘모과양님’ 하고 인사를 건네준다면 빙그레 웃고 있을 것이다.



ps. 가까이 앉질 않아서 미쳐 작별인사를 못했다. 반가웠어요. 승주나무님, 라주미힌님, 웬디양님, 롤러코스트님.(그런데 롤러코스트 님은 검색이 잘 안되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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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6-29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과양님의 습지생태 보고서는 녹용이를 그려줬군요 저는 둘다 같은 캐릭터였는데, (부러워요) 재호군을 그려달라고 할 걸 그랬어요 ㅋㅋ 그날 끝나고 못뵈어서 아쉬웠어요 나름 좀 찾았었는데 말이죠 ㅜㅜ 근데 최규석은 정말 잘생겼죠? 으흑

모과양 2008-06-29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공연장 앞자리에서 미적거리다가 늦게 나오게 됐어요 덕분에 사인도 늦게 받고요.ㅠ.,ㅠ 다음엔 함께해요~

앞에서 봐도, 옆에서 봐도 잘 생겼더라구요. 인터뷰 기사를 검색하다 알아낸것인데, 모두 왜 검은 두건일까요. 뭔가 의미가 있으신건지, 그냥 1개뿐인건지. 콘서트에서도,책 뒤의 인터뷰 내용에서도, 다른 인터뷰에서도 모두 같은 두건이네요. 패션은 잘 몰라서 머리에 얹은 저것을 두건이라 부르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두건이 되고 싶습니다.ㅋㅋ

시비돌이 2008-06-29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녹용이다,,

모과양 2008-06-29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비돌이님도 그림을 배워보심이 어떠신지?ㅋㅋ

Heⓔ 2008-07-20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닉네임에 그런 의미가 있으셨군요~

전 그냥 이름 끝 글자 딴 닉네임 ㅎㅎ;;

모과양 2008-07-20 16:50   좋아요 0 | URL
**희님, 알고 있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