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거를 찾아 떠난 7일간의 특별한 여행
질베르 시누에 지음, 홍세화 옮김 / 예담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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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데리고 떠나는 여행은 그리 녹녹한 여행이 아니었다.
아들과 함께 대면하는 현실에 관한 이야기.사람들과 환경의 척박함속에 물이 없다거나, 환경 파괴의 영향으로 아프다던가, 그것도 아니면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어가지만..그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전혀 상상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여기서 아버지는 아들에게 보거를 소개한다. 보거는 아들과 다른 저 아프리카에서 굶주림과 전염병에 시달리는 쇠약해져가는 아이중의 하나를 가정한 것이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어서 이 마법의 양단자를 내려 그를 구하자고 했을때 아버지는 그게 그렇게 쉬운게 아님을 당장 그를 옮겨오는 것이 진정한 행복인가를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보라고 아들에게 당부한다.

그렇다면 잘 사는 나라는 그대로 풍요로운가.. 풍요롭다는 걸 인식할 틈도 없이 많이 더 많이를 외우며 신처럼 암수를 없애는 유전자 조작이나 흰털을 형광털로 바꾸고 작은 사이즈를 크게, 큰걸 작게.. 그렇게 한데는 저마다 유리한 무엇이 있다고 주장하지만...그건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편견에 좌우될 뿐 십년뒤 몇십년 뒤 아이들이 자라서 만나게 될 변화된 환경에 대해서는 아무도 예상할 수도 책임지지 않는다.
더구나 각박해진 세상의 다른 편에서는 물질적으로 풍요하나 마음이 병든 아이들이 자라고 있다. 미국 콜럼바인에서의 총성을 이후로 선진국이라 불리는 곳 여기 저기에서 지금도 총성과 칼부림과 폭탄이 터진다. 풍요로운 물질과 혼자만의 사고 속에 갖혀서 삶을 끝짱내자고 마음 먹었을때 이대로 홀로 가지 않겠다는 결심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타인의 고통을 체 제대로 익히기도 전에 동반 자살을 선택해 버리는 아이들...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걸까.. 콜럼바인 때처럼 폭력적인 비디오와 그들이 들었다던 마를린 핸슨의 음악을 단죄하면 사라지는 것을까?
이제 세상은 착하고 예쁜이들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자랑한다. 더 좋은 유전자로 더 잘 자랄 아이들을 선택할 수 있다고 광고하고, 당신이 아플때 교체할 장기를 지닌 다른 나를 만들어 주겠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복제 연구를 하다 중단했을때 알쯔하이머 병에 걸린 미국 협회 사람들이 제발 연구를 계속해달라고 연구 기금과 간절한 소망을 전달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픈 내가 건강한 너를 이용할 권리가 있는가는 누가 판단할 수 있을까..

이처럼 이 책안에는 녹녹하지 않은 문제들을 하걸음씩 옮기듯 들추어내고 있다. 토로하는 것도 그렇다고 회피하는 것도 아니다. 두껍지 않은 책속에 담겨진 질문들은 아들에게 건네는 아버지의 질문일 뿐 아니라 어느 순간 부모가 되어 자식들에게 다음 세상을 건네줄 바로 우리들에게 던지는 질문들이였다. 크지 않은 소리로 잊지 말고 생각해 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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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미술의 발견 - 갤러리, 경매장, 미술관 그리고 아트 스타들
정윤아 지음 / 아트북스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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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이란 걸 조형예술(서양화?)란 걸 한 나로서는 그림에 대한 글을 대할 때마다 공부할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미술이란 걸 처음 배우기 시작하던 고등학교 시절, 그때는 아트를 하려면 파리로가 당연한 말이였다. 고흐를 필두로한 인상주의 화가들의 기행과 정렬은 화가틱이란 무언지 은연중에 내비쳐주고 있었다.

데생을 하고 들어간 대학교, 배우리라 믿었던 유화는 낡은 형식이 되어 있었고, 이젠 설치와 개념의 시대라고 누군가 일러준다. 친구들은 생명과 존재, 죽음 등의 어려운 주제로 자신의 작업들을 설파했다. 그리고 예술사 수업에서는 액션페인팅과 더불어 백년도 안되어 주류로 등장한 뉴욕 미술의 흐름이 도도히 흐름을 배워야했다.

이 책에서 예술작품과 아티스트가 접하게 되는 환경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표지의 부제인 갤러리, 경매장, 미술관 그리고 아트 스타들. 이들의 면면은 미국이 경제적인 파워를 쥐게 되면서 문화적인 팽창이 미술계에 행사된 영향에서 비롯된다. 부풀은 주머니의 일부를 예술품들을 사모으데 할애하는 컬렉터가 생기고, 그 컬렉터를에게 미래의 인기가 예견되는 작가와 작품을 선별해주는 눈을 가진 딜러들이 증장했으며, 바로 그들이 재능있는 생산자인 작가들을 뒷받침 하여 미래를 준비한다. 근대 미술에서 재미를 본 경매장은 현대미술에 손을 대면서 작가들의 역량을 가치화하고 작가는 이제 작품으로서 만이 아닌 그들이 가진 카리스마와 외향, 기행을 보여주면서 아트 스타로 행동한다. 바야흐로 자본의 시대에서 미술관은 이제 순진하게 작품을 기부해주는 자본가들 대신 마케팅의 제휴자로써의 파트너가 되길 원하는 이들과 함께 전시를 기획해야 한다.

분명 고도로 발달된 자본주의 미국에서 순수하게 작품만을 논하기는 힘들 것이다. 작품이 가진 아우라에 의해서 새겨지는 어마어마한 가격대는 더욱이 소장 가치로써 판단하게끔 만드는게 아닐까. 이 책은 바로 이들의 얽힘을 말한다. 뉴욕 한복판에서 일하는 큐레이터의 경험이 녹아 차분하면서도 너무 어렵지 않게 잘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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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야 하는 딸들 - 단편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시공사(만화)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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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처럼.몰랐더랬다. 이게 옹기 종기 모여있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이야기란 걸.그냥 새로운 등장인물이 나오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이네..라며..단행본이 나오고 그제사 알아챘다.

그건 그렇고,
참으로 여운이 남는 만화다. 엄마와 딸, 그리고 또 딸들의 이야기. 그냥 여자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지만 '딸' 이라는 말은 더 강한 끈끈함을 느끼게 해주어서 좋다. '아들'내미가 아닌 아쉬운 듯한 뉘앙스로 불리던 그리고 끊임없이 불안하고 위태로운 대상으로서 '딸' 이란 말의 불운한 기운을 떨쳐낼 수 있을 것같은 제목이다.

2% 모자란 남편을 가진 딸, 턱하나 모났다고 평생 스스로를 못난이라고 생각하는 엄마, 그런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아름답다고 되뇌이는 소년 같은 남자, 얄미운 동급생처럼 되지 말라고 딸을 예쁘다하지 않았던 엄마, 학창시절 여성 사회의 발전의 한 축이 되겠다고 호언하던 친구의 체념과 타협의 굴곡을 보았던 친구들.
콕 찝어 이거다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패턴의 상식을 약간씩 비켜서는 시선은 엇! 하면서 수긍하게 된다.

가장 나를 깜짝 놀라게 했던 부분의 대사는 15페이지 엄마가 딸에게 하는 "부모도 사람이야. 기분 나쁠 때도 있다고! 네 주위가 모두 너한테 공정할 거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야!!" 무조건 적인 내리 사랑을 당연시 하던 의식을 한대 치는 듯했다.

냉정한 듯 보이면서도 그 안에 숨어있는 따뜻함이 분명 어떤 딸들이라도 사랑해주어야 할 만하다 생각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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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그림 좋아하세요? - 어느 불량 큐레이터의 고백
박파랑 지음 / 아트북스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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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1부의 큐레이터에 관한 이야기와 2부의 미술 시장이 돌아가는 이야기로 나뉜다.

개인적으로 1부의 이야기는 어째 심드렁했다. 요는 큐레이터의 직업에 관한 환상을 갖지 말라는 것인데.. 그러면서 적어놓은 큐레이터가 박봉의 단순노무직과 별다르지 않은 이유란 것들이 어째 '이 정도의 단순 노동은 어떤 일에나 따르는 것 아니야?' 라는 반문이 생기게 했다. 뭐 큐레이터라는 그럴싸한(?) 아우라에 비해서 실상은 조악하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 겠지만. 설익은 느낌에 그냥 휘리릭 넘겨버렸다.

2부에서 부터는 좀 더 큐레이터라는 직업적인 경험치가 녹아서 나오는 것이라 훨씬 사고를 자극했다. 작가와 큐레이터, 컬렉터 등 미술 작품의 전시와 유통에 관련되는 것들의 유기적인 연결고리에 대하여 요리 조리 살펴본다. 자신이 경험한 넓은 시장인 외국의 아트페어에서 느꼈던 이야기가 솔직한 필치로 가감없이 쓰여있어 쏙쏙 들어온다.
특시나 큐레이팅을 넘어선 그림을 콜렉터들에게 자신의 안목으로 골라주거나 직접 작가를 후원하기도 하는 사람들인 딜러들의 존재는 미술이 단지 작가와 감상자 사이에서만 있는 것이 아닌 다양한 층위를 가지고 있는 판임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 

자신이 그림을 잘 몰랐다는 고백에서 시작되는 솔직함의 힘은 때로 과격하면서도 시원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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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들의 밤
오시이 마모루 지음, 황상훈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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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일본의 학생 운동에 관한 지식은 하루키 소설이나 에세이에 그라고 일본 사회상을 언급하던 만화들에서 지나가는 단상으로 주워들은 것과 주변에서 누군가가 주워섬긴 몇마다기 다였다. 결과적으로 누적된 건 60년대 폭발했던 학생운동이 어느 순간 갑자기 썰물 빠지듯 완전히 말라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야수들의 밤은 <공각기동대>로 유명한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쓴 장편 소설이다. 그 시작은 바로 그 학생운동이 창궐했던 시기의 고등학생 남자 주인공으로 시작된다. 약간 삐딱할 뿐인 건방진 고등학생 운동권의 모습은 낯설면서도 흥미가 생겼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그가 데모 현장에서 목격한 알 수 없는 괴물과 그를 죽인 소녀에 대한 것으로 옮겨지면서 도통 무엇을 향해가고 있는 건지 감을 잡을 수 없어졌다. 그 뒤 기이한 살인 사건을 수사하러 다니던 형사가 찾아와 극단적인 운동권의 한 모임에 속한 고등학생들이 차례대로 사채로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살인의 현장에 있었던 두 외국인들에게 끌려간 그는 시체의 처리에 대한 장황설을 듣고 그 괴물은 뱀파이어이며 그 뱀파이어를 처리하는 게 인간과 뱀파이어의 혼열인 소녀의 임무다란 자초지종을 듣는다. 마지막의 누구에게 말해도 믿어지지 않을 것 같은 한바탕 소통을 겪고 한 운동권 주인공의 반항적인 시대는 끝이난다.

어째 시대적인 암울함을 풍기던 시작과 다르게 끝마무리는 대충 봉합해버려 허망했다. 본격적인 시대물도 SF도 되지 못하고 사설을 풀다 끝나버렸다. 뭉텅이로 세월을 떼어 먹고서 나오는 마지막 씬은 없어도 되는 사족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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