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 빌 Vol.1 - [할인행사]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우마 서먼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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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피에 대해 무뎌진 걸까? 아니면 교묘하게 붉은 빛을 가려내는 블랙의 화면에 눈속임을 당한 걸까. 아니 돌이켜보면 <저수지의 개들>에서도 그랬고 나는 타란티노 감독이 만들어 내는 붉은 빛에 매혹 당한 것이다.

유치한 듯 한 껏 뽐을 내는 듯한 스타일로 만들어진 <킬빌>은 쿵푸, 사무라이, 홍콩 르와르 등에서 친근해진 장면과 편집을 발랄한 MTV식 뮤직으로 잘 우려낸 짬뽕이다.

단순히 흉내내기에 그치는 키치는 조악해지기 쉽지만, 제 삼의 색깔로 녹여냈을때는 또 다른 색다른 맛으로 관객을 만족시킨다. 세상에 무수히 많은 짜장면집이 존재하지만 그 각기 맛이 다르듯, ..감독의 <킬빌>은 늘어지지 않은 자기만의 긴장감으로 중독성 강한 요리를 내어놓았다.

곧 <킬빌2>라는 식단이 새로 메뉴에 첨가될 예정이니, 그 맛을 보러 필히 표를 예매해야겠다.

+첨가 하나
이번에 출시된 DVD는 어느 소개란에서 본 설명처럼 너무나 썰렁한 서플이 심심하고, 아무런 설명이 없는 툭툭 끊어먹는 메이킹 필름은 안넣느니만 못하다. 인터뷰도 '멋지다, 쿨하다' 의 연발이니 차라리 서플을 보지 않고 영화의 깨끗한 화면에 만족하고 끝나는 것이 낫겠다.

+첨가 하나 더
브라이드가 일본으로 건너갈 때 지도 위에 노선을 따라 비행기가 움직이는데 잠깐이긴 했지만 한국 오른편이 영어로 일본해로 적힌게 보였다. 순간 가슴이 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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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쨍쨍 2004-06-11 0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쳐나는 폭력에도 생각보다 눈살을 찌푸리지 않은 까닭은, 아마도 경박함이 아닐까요.
심각하거나 진지하게 무게를 잡지않는 식으로 다루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카르페디엠k 2004-06-11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 그 경박함을 보는 이가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킬빌>에 대한 '재미없다'와 '재밌다'로 갈리는 선이 아닌가 합니다. 저는 그게 아주 치기어린 장난으로 느껴지며 재미가 있었어요. 이건 영화고 좀 가볍게 봐봐 라고 하는 것처럼이요. 하지만 그걸 보여주는 방식에서 감독이 솜씨가 있었기 때문에 유치함으로만 끝나지 않았던 것 같네요.
 
안녕, 은하철도 999
린 타로 감독, 이케다 마사코 외 출연 / DVD 애니 (DVD Ani)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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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린타로 감독의 작품을 보면서 공통된 결론은 그림은 화려한데, 스토리가 빈약하다는 것이였다.

그가 한창 활동했던 시기의 일본 애니시장은 화려한 그림체가 인기를 끌고, 기술적인 발전을 더하던 시기였다. 그의 대표작은 클림트의 X 또한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한데, 머리가 말린다던가 공기의 흐름을 리본과 같은 표현으로 전면에 뿌리고, 그 사이를 흐르는 벗꽃잎 흩날림 너무나 유려하다. 본편에서도 폐허가 된 별들과 우주 정거장 등의 모습이 웅장하게 그려져있다.

하지만, 기술에 의한 멋진 표현에 익숙해지는 시점이 되면, 내가 이 애니메이션을 왜 보고 있었던가의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철이의 성장과 메텔과의 이별이 아련하게 그려지고 있는데, 내가 아는 tv판 999는 별 사이를 떠도는 메텔과 철이가 만나는 비록 개체의 모습은 각기 다른 사정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인간사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삶의 갈등들이 주테마였다.

그런데, 이 애니는 전후 필요없고, 그저 은하철도의 가장 멋진 캐릭터들을 한데 모을 구실만이 필요했을 뿐이니..에스메랄다와 하록선장의 뜬금없는 출현은 나를 벙찌게 만들었다.

나에게 필요했던 건 등장인물의 종합선물세트가 아닌, 짧은 시간물에서 소화되지 못했던 고민의 깊이를 심화시킨 작품이였다. 하나의 에피소드를 좀 더 구체화시켜 담아내었더라면 은하철도999의 아릿한 슬픔을 더 잘 그려낼 수 있지 않았을까?

왠지, 입맛만 버린 느끼한 생크림마냥 과잉된 주인공들의 모습이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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