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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은하철도 999
린 타로 감독, 이케다 마사코 외 출연 / DVD 애니 (DVD Ani) / 2002년 1월
평점 :
품절
이제껏 린타로 감독의 작품을 보면서 공통된 결론은 그림은 화려한데, 스토리가 빈약하다는 것이였다.
그가 한창 활동했던 시기의 일본 애니시장은 화려한 그림체가 인기를 끌고, 기술적인 발전을 더하던 시기였다. 그의 대표작은 클림트의 X 또한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한데, 머리가 말린다던가 공기의 흐름을 리본과 같은 표현으로 전면에 뿌리고, 그 사이를 흐르는 벗꽃잎 흩날림 너무나 유려하다. 본편에서도 폐허가 된 별들과 우주 정거장 등의 모습이 웅장하게 그려져있다.
하지만, 기술에 의한 멋진 표현에 익숙해지는 시점이 되면, 내가 이 애니메이션을 왜 보고 있었던가의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철이의 성장과 메텔과의 이별이 아련하게 그려지고 있는데, 내가 아는 tv판 999는 별 사이를 떠도는 메텔과 철이가 만나는 비록 개체의 모습은 각기 다른 사정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인간사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삶의 갈등들이 주테마였다.
그런데, 이 애니는 전후 필요없고, 그저 은하철도의 가장 멋진 캐릭터들을 한데 모을 구실만이 필요했을 뿐이니..에스메랄다와 하록선장의 뜬금없는 출현은 나를 벙찌게 만들었다.
나에게 필요했던 건 등장인물의 종합선물세트가 아닌, 짧은 시간물에서 소화되지 못했던 고민의 깊이를 심화시킨 작품이였다. 하나의 에피소드를 좀 더 구체화시켜 담아내었더라면 은하철도999의 아릿한 슬픔을 더 잘 그려낼 수 있지 않았을까?
왠지, 입맛만 버린 느끼한 생크림마냥 과잉된 주인공들의 모습이 부담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