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곳의 전수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3
안보윤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악(惡)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버티고 있어서 피할 수 없다. 선의로 위장해 바로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다. 악으로부터 도망쳐 멀리 달아났다고 안도하면 그곳엔 새로운 악이 고개를 쳐든다. 그래서 선의의 싹은 고개조차 들지 못한다. 안보윤의 소설 『세상 모든 곳의 전수미』 속 전수미는 악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화자는 그런 악으로 인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희생하고 억눌린 채 살아가는 동생 수영이다. 유난스럽거나 까칠한 정도의 행동으로 부모의 관심을 받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사건사고의 중심이자 문제아 그 자체다. 전수미가 등장하는 곳에는 항상 사건이 발생한다. 때문에 부모는 수영을 살필 여력이 없다. 수영은 모든 걸 견디고 참을 수밖에 없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단발머리에 교복을 입은 비슷한 생김새로 수영을 수미로 착각해 난데없이 머리통을 때리는 이가 늘었고 수미의 난폭함과 기괴함은 폭발한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부모는 사과를 합의를 하고 상담을 받는다. 자연과의 교감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받아 부모는 캠핑을 떠난다. 캠핑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수영에게 좋았다. 숲길을 따라 걸으며 나무를 관찰하는 일이 수영에겐 행복했다. 수미가 텐트에 불을 지르면서 모든 게 사라졌지만 말이다.


이처럼 교묘하고 악랄한 수미와 가족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은 독립뿐이다. 수영은 가장 힘들다는 물류센터에서 일하며 버텼다. 전수미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아가는 일, 그게 전부였다. 주변에 혐오시설이 들어오든 상관없었다. 혼자만의 공간이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제 수영에게 악은 사라진 것일까. 처음 소설을 읽으면서 기대하고 바랐던 건 수영이 수미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것이었다. 수미가 수영에서 잘못을 빌고 용서를 구하는 일 말이다. 그러나 절대적인 악이 그럴 리 없다.


수영의 주변에는 언제나 악이 있었다. 그러니까 새로운 전수미의 등장이라고 할까. 수영은 집 앞에 들어선 동물병원을 겸한 노견돌봄센터에 취직한다. 아프고 병든 노견들을 돌보는 일을 한다. 가장 사랑하는 존재지만 바빠서 곁에서 돌보지 못하는 보호자를 대신해 돌본다. 침을 닦고 사료를 먹이고 기저귀를 채우고 산책을 시키고 사진을 찍어 보호자에게 전송한다. 금요일마다 개가 죽는다는 걸 알게 된다. 자연적인 죽음이 아니라 인위적인 죽음, 구 원장의 선택에 달렸다는 걸 말이다. 편안하고 간단한 죽음, 죄의식은 사라진 죽음이었다. 보호자가 더 이상 찾지 않고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개들이 죽은 자리에게는 새로운 개가 입소한다. 언제 죽어도 아무렇지 않은 병든 노견이니 그래도 괜찮은가.


수영은 이 사실을 보호자에게 알리고 싶다. 금요일에 센터에서 보내는 문자나 연락은 받지 말라고. 하지만 CCTV의 감시 아래 불가능하다. 그러다 수영은 노견 하나의 배에서 멍울을 발견한다. 그러나 그 사실을 구원장에게 알리지 않는다. 치료 시기를 놓쳐 노견은 죽고 CCTV로 모든 걸 지켜본 구 원장은 센터의 운영방식을 함구하게 만든다. 구 원장은 전수미와는 다른 악이었다. 그가 직원을 채용하며 친절하게 말했던 절박함은 잘 짜인 악의 시작이었다. 동물을 사랑하는 호인으로 안타까운 죽음을 함께하는 이미지 뒤로 차곡차곡 부를 쌓는다. 설령 신고가 들어와도 폐업을 하고 다른 곳에서 다시 병원을 열고 센터를 개소하면 그뿐이다.


나는 전수미에게서만 벗어나면 모든 게 괜찮아질 줄 알았다. 그러나 가는 곳마다 전수미가 있었다. 나는 세상 모든 것의 뒷면이었다. 온 세상이 전수미였다. (117쪽)


이제 소설은 점점 복잡해진다. 요양병원에서 노인을 돌보는 일을 하는 전수미는 노인의 죽음을 방치했다. 구 원장이 그랬던 것처럼 이 역시 ‘편안한고 안전한 죽음’으로 주장할 수 있다. 어쩌면 영악한 전수미답게 치밀하게 계획했을지도 모른다. 수영과의 통화 내용을 알리바이로 주장한다. 전수미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과거 캠핑장에서 수미는 자신이 텐트에 불을 질렀던 일의 이면에 숨겨진 비밀을 언급한다. 자작나무 숲에서 벌어졌던 일을. 그 대가로 수영이 자신의 편을 들어줘야 한다고 압박한다.


전수미가 노인의 죽음을 방치한 것, 수영이 돌봄센터에서 아픈 개를 죽게 만든 것. 그것은 같은 행위가 아닌가. 그렇다면 수영도 수미와 다르지 않다는 게 아닐까. 아니 그렇지 않다. 수영은 결코 수미처럼 살지 않을 것이며 과거 수미의 그늘에서 달력의 뒷면에 인쇄된 그림자처럼 살았던 시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수영은 보았다. 아픈 노견을 사랑하는 견주를, 구 원장의 의도대로 죽은 개를 애도하는 동료 소란의 진심을 말이다. 그래서 수영은 결심하고 행동한다.


비밀을 삼킨 채로는 자작나무처럼 위로 뻗어 나갈 수 없다. 비밀은 너무 크고 무거워 나를 땅속으로 가라앉힌 뒤 도무지 도망칠 수 없게 뿌리로 옭아맬 테니까. 그러니 나는 모든 비밀을 토해낼 것이다. 더는 세계의 뒷면에 나를 가둬두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전수미가 아니니까. (168쪽)


소란이 구 원장과 자신이 다르다는 걸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었던 것처럼 수영도 수미와 다른 인간이라는 걸 자신에게 알려주고 싶었고 그렇게 했다. 이 부분에서 소설은 내부고발자에 대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과연 쉬운 일인가. 우리는 알고 있다. 절대 그렇지 않다는걸.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악의 기운을 외면하고 물리칠 수 있는 용기는 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말이다. 그리하여 작가는 돌아보게 만든다. 잠깐만 방심해도 누구나 ‘세계 모든 곳의 전수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전수미가 아닌 전수영으로 살아가려 애쓰고 노력하는 이들을 기억하고 응원해야 한다고. ‘세계 모든 곳의 전수영’을 말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선 2025-01-21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나 전수미가 될 수 있겠습니다 조금만 마음을 다르게 먹으면... 하지만 그런 사람보다 전수영 같은 사람이 더 많겠지요 그러기를 바랍니다 전수미는 왜 그렇게 된 걸지 하는 의문이 남기도 합니다 본래 그렇게 태어나는 사람이 없다고 할 수 없겠습니다


희선

2025-01-21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생활체육과 시 일상시화 5
김소연 지음 / 아침달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은 책엔 좋은 글로 보답하고 싶다. 불가능하겠지만. 그러니까 이 말은 김소연 시인의 『생활체육과 시』가 좋은 책이라는 말이다. 얇고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책. 그 안에서 펼쳐지는 글은 쉽고 정겹다. 그러나 단순하지 않고 복잡하지 않으며 간결하고 힘 있다. 모두가 바랐을(어쩌면 일부는 바라지 않았을) 어제의 일과 앞으로 기대하는 일들을 생각하며 이런 글을 다시 읽는다. 우리가 배우고 공부했던 것들, 그것을 말하고 쓰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혐오의 말들에 대하여 글로 써보기로 했지만,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이런 주제로 집필된 책들이 어느덧 내 방 책꽂이에 빽빽하다. 읽고, 밑줄을 긋고, 이해하고, 공부해온 문장들. 그러나 실재하는 사건들, 참사들, 재난들 앞에서 나는 자주 재확인한다. 공부가 다 무슨 소용이람. 피부에 새겨진 것들이 이토록 없을 수 있다니. 앎은 간단히 휘발되고, 무지했던 신체로 무력하게 리셋된다. (32쪽)


연합은 힘을 키운다. 그 힘을 어떤 연합은 권력을 얻는 데에 쓴다. 패권이 목표다. 폭력의 말은 그에 대한 기표이다. (48쪽)


곳곳에서 연합하는 이들, 유튜브를 즐기지 않기에 어제 뉴스에 나온 유튜버의 말에 나는 심히 놀랐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걸 몰랐다. 더 알아야 할까 하다 검색하는 일은 그만두었다. 정치적인 사람이 아니지만 그래서 더 정치적인 사람이 되고 있다고 느끼는 날들이다. 『생활체육과 시』이라는 책에 대해 이야기기 해야 하는데 정치라니. 그러다 문득 우리에겐 생활정치가 필요한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 책은 좋다. 시도 좋고 김소연의 산문도 좋다. 작가는 이런 유행의 글(시인의 글에 의하면 시 청탁에, 산물을 사은품처럼)에서 산문을 군만두로 표현했는데 덕분에 나의 책 읽기는 풍요롭고 만족스럽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를 읽는 독자가 많이 없다는 걸 실감하기도 했다. 나부터도 그런가 싶은 마음이 들기도. 그래서 이런 유행이 끝나기를 바라는 시인의 바람에 한편으로는 동의한다.





책에 대해 많이 말해야 할 것 같은 책이 있고 일부러 책에 대해 말을 아껴야 할 것 같은 책이 있는데 이 책은 후자의 속한다. 내 기준으로는 그렇다. 말을 아낀다는 건 그만큼 비밀스럽거나 나만 알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이기도 한데 좋은 책일수록 그렇다. 탁구 경기를 하고 테니스를 치는 김소연 시인을 상상한다. 시인들이 모여 응원하는 모습도 함께. 건전한 생활체육은 얼마나 좋은가. 이 책의 시작인 시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처럼 말이다. 공을 주고받는 사람, 소통하는 사람, 더 잘 해보자고 말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을 가득 채운 생기 넘치는 공기.


캐치볼을 하러 가자

글러브를 하나씩 끼고 마주 보며 멀리 서 있자

공을 던지자

공을 받자

또 공을 던지고 또 공을 받자

잘 던지고 잘 받고 조금 더 잘 던지고

조금 더 잘 받자

그만하고 싶어도 조금 더 해보자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 일부)


그러면서 무언가를 견디고 아직 말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쏟아낼 수 있는 용기를 보여준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었다. 그래서 시를 몰라도 반복해서 읽는다. 이런 부분을 말이다.


말해줄래

우리에게 일어난 일을

줄넘기를 이렇게 잘하게 된 이유를

신발장에서 줄넘기를 꺼내어 손에 들고 매일매일 옥상으로 올라간 이유를

팔자더블스윙을 연마한 지난주와

옆 떨쳐 모아 뛰기를 연마한 어제에

우리에게 일어난 일을

들려줄래

(중략)

우는 입을 비로소 보이고

낯선 사람들과 마주 앉았다

안녕하세요 잘 주무셨어요

인사를 건네고 오늘의 할 일을 의논하는

한가로운 여행지의 조식 시간처럼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 일부)

시은 홀연한 것이라고 말하는 시인에게 던져진 질문이 무엇일지 알지 못해도 나는 끝내 만질 수 없는 시인의 감각과 시선을 흠모한다. 1991년에 초판이 발행되고 지금은 구하지 싶지 않은 김소연 시인 말하는 ‘나만의 시집’ 이 궁금하다. 그리하여 나는 이 책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고 가까운 이에게 선물할 목록에 포함시킨다.

책을 읽는 일도 여느 경험과 마찬가지로 실패의 연속 경험을 통과하게 된다. 그래야 안목이 생긴다. 어떤 허위를 알아보는 눈이 뜨인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데 나는 어째서 이것이 별로인가?”라는 질문이 그 시절의 나에게는 나의 정체성을 파악하기에 유용했다. ‘별로’라는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내 자신을 향하여 세부적인 질문들이 생겨났다. 싫어할 수밖에 없는 가치 기준이 필요했다. ‘진짜 원하는 것’을 알아채는 기준들이 태어났다. (103쪽)


이렇게 좋은 책을 만나 기쁘다. 더 많이 읽어서 나만의 안목을 키우고 싶은 소망을 품는다. 좋은 글은 좋을 글을 쓰고 싶게 만든다. 설령 좋은 글이 아니더라도 뭔가 더 쓰고 싶은 동기가 된다. 『마음사전』을 만났을 때의 마음이 떠오른다. 그 책과 더불어 곁에 두고 자주 열어보게 될 책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삭매냐 2025-01-21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을 만나, 안목을 키우는 것
이야말로 우리 독서인들이 책을
읽는 이유가 아닐런지요. 건승.

자목련 2025-01-21 09:48   좋아요 1 | URL
네, 더 많은 책을, 더 다양한 책을 읽어야 하는데 그건 또 쉽지 않네요.
 

한 권의 책은 다른 책으로 연결된다.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 작가가 같을 때 이런 경우가 많다. 배리 로페즈의 『호라이즌』를 읽게 된 이유가 그렇다. 『북극을 꿈꾸다』로 그를 알았지만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를 읽지 않았다면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가 탐험하고 방문한 장소에 대한 기록과 사유를 섬세하게 그려낸 『호라이즌』은 내가 읽기에 어려운 책이었으니까. 때문에 꼼꼼하게 읽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아름다운 책이고 놀라운 책이라는 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저자 배리 로페즈는 여행자이자 탐험가이고 기록자였고 연구자였다. 그의 생은 여행하며 체험하고 읽고 쓴 시간으로 채워졌다. 55년 동안 80여 개 나라를 여행했다. 단순한 여행자가 아니라 보고 배우고 느끼고 사유한 것들을 책으로 써냈다. 『호라이즌』은 생전에 마지막 집필한 인문 에세이다. 남극과 일흔여 개 나라를 여행하고 보낸 세월을 돌아본 책이다. 그가 간 장소, 그가 본 역사적 유적지, 그가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그러니 900페이지가 넘을 수밖에. 누군가는 이 책이 지식과 정보를 만나는 시간이 될 것이고 누군가는 한 번쯤 찾고 싶은 여행지를 꿈꾸는 시간이 될 것이고 누군가는 공간에 대한 탐구와 사유로 안내하는 문학서가 될 것이다.


책은 오리건주 서부의 파일웨더곳을 시작으로 캐나다 북극 스크릴랭섬, 아프리카 케냐, 적도 인근의 푸에르토아요라, 호주, 남극 등 세계 곳곳으로 안내한다. 고백하자면 나는 책을 읽으면서 자주 멈췄다. 인터넷으로 지명을 검색하고 역사에 기록된 탐험가를 검색하며 따라가야 했다. 그가 만난 지구의 곳곳은 고고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이면서도 여전히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었다. 그의 글로 만나는 황홀하고 신비로운 자연의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검색이나 정보로 만날 수 없는 놀라운 경이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어느 장소에서든 눈에 보이는 것 작은 것에도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이며 관찰했다. 그리고 과거의 삶을 상상하며 그려보았다. 한 마리 새, 한 마리 고래, 남겨진 뼈나 집 터에서 그가 발견하려고 했던 건 무엇일까. 표면이 아닌 깊숙한 내부, 그곳에 처음 존재했던 동물과 사람의 삶의 형태가 어떻게 흘러갔을까 돌아보는 것 같았다. 새로운 대륙을 발견하며 원주민을 몰아내고 그곳의 지배하고 그곳의 모든 것을 소멸시키고 만 역사의 기록에서 놓치고 만 어떤 것을 찾아내려는 노력이라고 할까.





나는 그 장소들에 처음 갔을 때는 놓치는 게 많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두 번째로 갔다면 어떤 것을 받아들이든 간에, 전체적인 경험에서 전과는 다른 영향을 받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나는 다른 장소들에서 밤을 보낼 것이고, 날씨도 다를 것이며, 그 사이 내가 읽은 책들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첫 여행 이후 얻은 깨달음들과 내가 살면서 한 실패들도 분명 예전의 인식을 바꿔 놓을 터였다. 아무리 여러 차원에서 엄밀히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도, 그곳을 아무리 여러 번 여행한다고 해도, 한 사람이 한 장소를 완전히 이해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이는 장소 자체가 항상 변화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모든 장소는 그 깊은 본성상 투명하지 않고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48~49쪽)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일어난 일들을 이해해 보려 노력하고, 거기에 아직 어떤 실마리가 남아 있는지 알아보려 한다. (51쪽)


그러니 그의 가방에는 언제나 책이 있었다. 하나의 장소를 방문하기 전 그곳에 대한 기록을 찾고 함께 가는 이들(대부분 연구가, 탐험가, 과학자)과 어떤 대화를 나누고 그들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미리 세심하게 계획했다. 그의 글은 인류의 발자취를 연구하고, 인류의 현재를 살피고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다. 『호라이즌』 은 인문학, 지질학, 생물학, 지구과학, 지구 역사, 환경까지 모든 걸 수렴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그가 간 장소에 나는 가지 못할 것이다. 단 하나의 장소에도 말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그 장소를 꿈꿀 수는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책의 마지막 여행지로 만나는 남극 대륙에서 지구온난화, 남극에서 사라지는 것들을 생각한다. 그곳에서 운석을 수집하고 기록하는 과정은 놀랍다. 화성, 소행성대, 달에서 조각들이 남극에서 발견된다니. 그 운석 조각을 마주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배리 로페즈의 산책을 따라 남극의 풍경을 그려본다.

남극점 기지에서 나가 산책하는 날이면 나는 남극 고원을 가로질러 한참을 걸으며 어디를 바라보든 만나게 되는 풍경의 단순함을 즐겼다. 하늘에서는 종종 햇빛이 다양한 종류의 굴절 현상을 일으켜 눈길을 사로잡는 신기한 광경을 보여주었는데, 이를테면 양쪽으로 아주 연한 분홍색과 라임색의 밝은 빛무리가 생기거나ㅡ이를 환일이라 한다ㅡ 태양과 지평선 사이에 증기로 된 유령처럼 흐릿한 빛줄기가 달의 흙을 연상시키는 회색 기둥을 만들었다.

영원히 지고 있는 태양, 눈을 밟으며 걷는 내 부츠에서 나는 뽀드득 소리, 고원의 광활한 정적 위로 내 숨소리는 주변에 있는 건물들이 어쩐지 내가 투사해낸 실체 없는 환영인 것 같다는 느낌까지 들게 했다. 그것들은 언제라도 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816~817쪽)


배리 로페즈의 생생한 글로 지구의 자연과 역사를 만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되살린 기억과 꼼꼼한 기록으로 이끈 자연 여행은 끝나지만 그가 남긴 질문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는 우리가 살아갈 지구, 앞으로 남겨질 자연에 대한 연구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그것은 아름답고 끝이 없는 추구여야 한다고.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제 인간의 안락과 이득을 위해 자연 세계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아니라, 우리가 서로 어떻게 협력해야 언젠가 자연 세계 안에서 우리가 지배하는 자리가 아니라 우리에게 적합한 자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다. 나는 우리의 문화적 운명에 관해, 그리고 우리 모두가 기다리는 생물학적 운명에 관해 우리가 마침내 서로 유의미한 대화를 나룰 수 있으려면 어떤 대격변이, 혹은 더 낫게는 어떤 상상의 행위가 필요한지 종종 생각한다. (85쪽)


더 알고자 하는 욕망, 감지하고 측정하는 더 정교한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욕망은 단순히 알고 싶은 욕망이 아니라 미지의 것에 대비하려는 욕망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끝이 없는 추구다. (285쪽)


여행자에게는 아름다운 안내서가 된다. 연구자와 과학자에는 정확하고 사려 깊은 교과서가 된다.그리고 나 같은 독자에게는 자연과 지구의 역사를 선물하는 그런 책이다. 온전히 이해할 수 없고 닿을 수 없지만 정말 경이롭고 아름다운 책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힐 2025-01-14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말씀대로 책은 다른 책을 연결하고, 가지 못하지만 꿈 꿀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 무척 공감합니다.
이해하지 못하고 닿을 수 없지만 꿈 꿀 수 있게 하는 아름다운 책을 저도 보고 싶네요.
좋은 책 소개 감사 합니다.

자목련 2025-01-16 09:42   좋아요 0 | URL
어려운 책이지만 정말 좋은 책이라고 말씀드려요!
따뜻한 하루 보내시고요^^

꼬마요정 2025-01-15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정말 아름답습니다. 저도 못 가보겠지만, 함께 꿈을 꾸고 싶어집니다.

자목련 2025-01-16 09:44   좋아요 1 | URL
지명을 검색하고 세계 지도를 찾게 만드는 책이었어요.
바닷가에서 노을 지는 풍경을 보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다른 길 (반양장) - 박노해 사진 에세이, 티베트에서 인디아까지, 리커버 개정판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새해를 맞고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 아쉬움뿐이다. 그러다 문득 생각한다. 무엇이 그리 아쉬운가. 무엇이 그리 부족한가. 아니다. 모든 게 감사하다. 지금 이 시간에 여기 있다는 것. 무탈하게 지내왔다는 것. 속 시끄러운 일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때마다 다음으로 이어왔다는 것.


지난 12월은 모두에게 특별한 달이 될 것이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탄핵 가결, 촛불 집회.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모두가 뜨거웠던 순간. 앞으로의 과정도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저마다의 삶을 살아간다. 누군가 고민의 시간을, 누군가 고민을 끝내고 선택의 시간을, 누군가 이전과 다른 삶으로 나갈지도 모른다. 박노해의 사진 에세이 『다른 길』에서 이곳이 아닌 그곳의 삶, 다른 삶을 마주하며 나의 삶을 생각한다.


우리 인생에는 각자가 진짜로 원하는 무언가가 있다. 나에게는 분명 나만의 다른 길이 있다. 그것을 잠시 잊어버렸을지언정 아주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 지금 이대로 괜찮지 않을 때, 지금 이 길이 아니라는 게 분명해질 때, 바로 그때, 다른 길이 나를 찾아온다. 길을 찾아 나선 자에게만 그 길은 나를 향해 마주 걸어온다.


나는 알고 있다. 간절하게 길을 찾는 사람은 이미 그 마음속에 자신만의 별의 지도가 빛나고 있음을. 나는 믿는다. 진정한 나를 찾아 좋은 삶 쪽으로 나아가려는 사람에게는 분명, 다른 길이 있다. (「그 길이 나를 찾아왔다」, 9쪽)





박노해의 첫 사진에세이 『다른 길』이 출간 10주년을 맞아 리커버 개정판이다. 이미 많은 이들이 만났을 것이다. 141컷의 사진과 박노해의 짧은 글이 전하는 묵직한 울림. 티베트에서 인디아까지, 검색이나 지도를 통해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닌 직접 가야만 알 수 있는 삶이다. 거룩하고 숭고한 삶의 조각들이다. 태고의 시간이 여기 존재할 것 같다.





이곳 소농들은 동그란 자연의 곡선을 깨지 않는다.

기계가 아닌 물소와 사람의 손으로만 비탈을 깎고

찰흙을 다져 층층이 백 수십 결의 계단논을 창조해냈다.

그 어느 신전보다 위대하고 아름다운 건축물.

후손에게 물려주는 최고의 문화유산이 아닌가.

세계의 토박이들은 오늘의 도시 문명과 인류의 밥상을

떠받치고 있는 피라미드 밑돌과도 같은 존재이다.

이 지상의 작고 힘없는 가난한 이들이 무너져내리면

지금 우리가 딛고 선 세계는 여지없이 무너지리라. (「지상의 가장 아름다운 건축」, 27쪽)


사진 속 계단논을 보면서 이제는 관광지가 된 어느 지역을 떠올린다. 신성한 노동으로 삶을 이어온 사람들, 여전히 삶의 터전인 그곳을 향하는 마음과 태도는 조금 달라져야 할 것이다. 내가 직접 보지 못했기에 치열한 뜨거움을 알 수 없다. 어느 삶이든 다르랴. 고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는 시간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순간일 것이다. 소박하지만 가장 풍요로운 삶, 넉넉함을 잃어버린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각자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하루에 가장 즐거운 시간은 짜이가 끓는 시간.

양가죽으로 만든 전통 풀무 마시키자로 불씨를 살리고

갓 짜낸 신선한 양젖에 홍차잎을 넣고 차를 끓인다.

발갛게 달아오른 화롯가로 가족들이 모여들고

짜이 향과 함께 이야기꽃이 피어난다.

탐욕의 그릇이 작아지면 삶의 누림은 커지고

우리 삶은 ‘이만하면 넉넉하다’. (「짜이가 끓는 시간」, 99쪽)


141장의 사진에 모두 붙잡았지만 유독 오래 머문 사진이다. 보는 순간, 고요한 평화라는 말이 떠올랐다. 어떤 분쟁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가 느껴진다. 아름다운 자연의 질서만이 존재할 것 같은 곳. 막강한 힘이 이곳을 보호하고 있다는 느낌. 그곳에 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열망까지 품게 된다.





높고 깊은 산맥에 소중히 숨겨진 가쿠치 마을.

흰 만년설과 푸른 하늘과 붉은 흙집과 노란 나무가

저마다의 색깔로 빛나는 가을날.

남자들은 산 위에서 야크를 치고 땔감을 구하고

여인들은 양털을 자아 옷감을 짜고 빵을 굽는다.

따사로운 가난마저 고르게 빛나는 마을.

단순하고 단단하고 단아한 작은 흙집.

마음까지 환해지는 내가 살고 싶은 집. (「내가 살고 싶은 집」, 143쪽)

언제부턴가 개인이 더 중요한 세상이 되었다. 나를 생각하고 나를 위하는 삶이 잘못은 아니지만 함께의 가치가 얼마나 위대한가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모두가 힘을 더해 벽돌을 찍어내는 사진과 스마트폰으로 필요한 것을 얻는 우리는 다르다고 말하겠지만 과연 그럴까. 우리에겐 비교의 삶이 아니라 연대와 공존의 삶이 필요하다.





어린아이부터 할머니까지 모두 모여

마을 공동으로 사용할 흙벽돌을 찍어내는 날.

자신의 노동이 빛나는 날이기에 웃음꽃이 핀다.

인간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결핍이 아니다.

자신의 생명 에너지를 다 사르지 못하고

자기 존재가 아무런 쓸모가 없어지는 것,

‘잉여 인간’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은 고통 그 자체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고통이 아무 의미 없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잉여 인간’은 없다」, 177쪽)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생각에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에게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는 사진이었으면 좋겠다. 쓸모없는 건 없다고, 존재 자체로 가장 소중하다고.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말이다. 때로 막막하고 온통 깜깜할지라도 그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 모르겠다. 경이로운 자연을 품은 삶의 모습을 보며 나는 왜 이런 생각이 드는지. ‘때로는 사람이 깃발이 되는 것이다.’ 이 문장이 고맙고 눈물겹다.





멀리 야크떼를 바라보고 서 있는 청년의 천막집에

티베트 불교의 상징물인 롱다가 펄럭인다.

롱다는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이 마치 초원을 달리는

티베트 말과 같다 하여 ‘바람의 말馬’이라 불린다.

하늘과 땅 사이에 인간의 등뼈를 곧게 세우고

깃발도 없이 길을 찾아가다 보면

때로는 사람이 깃발이 되는 것이다. (「사람의 깃발」, 343쪽)


책의 처음으로 돌아간다. 삶이라는 현장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내며 버티는 이들에게 박노해가 건네는 위로는 마음의 다른 길로 안내한다. 마음의 길이라는 소망을 품고 찾아 나선 이에게는 지표가 될 것이다. 떠나지 않는 이에게도 만족하며 감사하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길이 생긴 것이다.


인간이기에 ‘어찌할 수 없음’의 주어진 한계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인간으로서 ‘어찌할 수 있음’의 가능성에 다해 분투하면서, 우리 삶은 ‘이만하면 넉넉하다’며 감사와 우애로 서로 기대어 사는 사람들. (「그 길이 나를 찾아왔다」, 8쪽)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야제 2025-01-12 1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간절하게 길을 찾아 나선 사람에게 길이 다가와 마주한다는 것,,영상 이미지로 떠올리면서 글을 읽으니, 자목련님께서 글에 담으신 에너지들이 한층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위로가 되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일만 가득한 2025년이 되시길 바랄게요^^

자목련 2025-01-14 08:48   좋아요 1 | URL
위로와 희망을 안겨주는 책이 아닌가 싶어요.
전야제 님이 원하는 길, 즐겁고 행복하게 걸어가시길 바라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그레이스 2025-01-12 1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존과 연대의 중요성...200퍼센트 공감!

자목련 2025-01-14 08:44   좋아요 1 | URL
박노해의 글을 읽을 때면 매번 내가 잊고 있었던 것들이 떠오르는 것 같아요!
그레이스 님,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고 평온한 날들 이어가세요^^
 



2025년이 생경하다. 그저 숫자에 불과한데 먼 미래에 도착한 기분이다. 푸른 뱀의 해라고 했던가. 고모와 선생님이 뱀띠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다정한 동생도. 같은 해에 태어난 건 아니지만 나에게 소중한 이들이다. 이렇게 띠로 연결해 보니 재밌고 한결 친근한 것 같다.


2025년의 첫 책을 샀다. 커피만 구매하려고 했는데 적립금이 아까워서 책을 골랐다. 무료 배송 가격을 맞춰야 해서 책을 더했다. 책을 덜 살려고 하는 마음은 언제나 유효하다. 궁금한 책은 많지만 이상하게 구매하는 책은 시집이다. 유수연의 시집은 처음인 것 같다. 『사랑하고 선량하게 잦아드네』란 제목의 시집. 아무런 정보 없이 그냥 샀다. 사실은 이 소설도 그렇다. 세라 온 주잇의 『뾰족한 전나무의 땅』이다. 이 소설은 정보가 조금 있다. 윌라 캐더가 극찬하고 직접 편집했다고 한다. 『루시 게이하트』의 작가 윌라 캐더 말이다.







두 권의 책과 커피로 2025년을 시작한다. 8일이나 지났지만 새로운 마음을 지닌다. 나에게는 새로운 마음이 조금 필요하다. 새로운 마음, 새로운 산뜻함, 새로운 기분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 새로운 소식을 듣고 싶다. 아마도 그 새로운 소식은 모두가 바라는 그것일 것이다.


2025년의 계획 같은 건 없다. 그냥 산다. 그래도 이런 건 지키고 싶다. 올해는 덜 사고 많이 읽는 일. 조금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작년보다 덜 사고 작년보다 많이 읽고 싶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힐 2025-01-08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자목련님 처럼 2025년이란 미래에 도착한 느낌입니다. 그런데 생각 보다 과거와 달라진게 없어서 약간은 실망하고 있어요. ㅎㅎ 그래도 올 해에 또 어떤 일이 생길지 궁금 하면서 밝은 희망도 가져 봅니다. 자목련님 올해도 늘 건강하시고 좋은 책 알려 주세요. 감사 합니다.

자목련 2025-01-09 11:26   좋아요 1 | URL
어느 순간 해가 바뀌고 새로운 숫자를 마주하는 게 느낌이 없기도 합니다. ㅎㅎ
나이가 든 탓일까 싶어요.
마힐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환하고 맑은 날들 이어가시길 바라요!

희선 2025-01-08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많이 만나는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그래야겠네요 지난해에는 별로 못 봐서... 새해가 됐지만 달라진 건 별로 없군요 앞으로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좋겠네요 나라도...


희선

자목련 2025-01-09 11:27   좋아요 0 | URL
읽는 속도도 느려지고 쓰는 속도는 더욱 느려집니다.
올해는 조금 속도를 내고 싶은데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희선 님도 좋은 책들 많이 만나시길 바라요.
많이 춥습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