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유엔하우스
이지연 지음, 정세호 원안 / 멜론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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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계 곳곳에서 모여드는 사람들이 들려줄 이야기. <부록> 멋스럽고 아름다운 한옥 스테이 200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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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언가를 물려받는다는 건 무척 의미 있는 일이다. 절대 버려서는 안 되는 아주 소중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내게는 아직 그런 물건이 없다. 오랜 시간을 나와 함께 지낸 물건엔 어떤 역사가 있을 것 같다. 대단한 사연은 아니더라도 기억해야 할 그런 역사 말이다. 쉽게 원하는 물건을 구할 수 있고 버리는 시대에  『타니아의 소중한 것과 오래도록 함께하는 생활』 속 물건에 담긴 이야기는 묘한 울림을 안겨준다. 

 

 

 

 

 ‘제가 자라온 그 어떤 곳에도 있었고 오래된 사진에도 같이 찍혀 있는 등 어린 시절부터 계속 봐왔기 때문일까요? 이 장 자체가 마치 친정 같은 존재로 느껴집니다.’ (15쪽)

 

 부모님이 물려주신 그릇장, 그것만으로도 든든하고 편안한다. 누군가에게 친정 같은 존재로 남을 수 있는 그릇장이 얼마나 될까. 튼튼한 그릇장을 보노라니 돌아가신 엄마가 모아두었던 촌스럽다고 여겨졌던 그릇과 내가 모으는 컵들로 모아진다. 단지 예쁘다는 이유로, 특이하는 이유로 사들인 컵들을 좋아하는 이에게 선물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건을 나누는 건 삶의 한 부분을 공유하는 것이니 내가 사용한 것들을 선뜻 받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책에는 정말 탐나는 소품이 많다. 감히 시도하지 못할 붉은 벽지, 유용하게 쓰이는 갖가지 색의 스카프, 시할머니가 만든 옻 그릇, 귀여운 모양의 컵 받침, 책을 수납할 수 있는 큰 테이블, 생활 소음도 흡수하고 인테리어에도 훌륭한 카펫 등 일일이 나열할 수 없다.  자꾸만 보게 되는 건 역시 컵, 의자, 그릇이다. 나뭇잎 문양의 접시에 담긴 이야기는 신기할 정도다. 어머니가 신혼 때 장만한 접시을 여행 중에 발견했을 때 얼마나 기뻤을까. 어머니와 딸의 접시가 나란히 놓인 식탁을 상상한다.

 

 

 

 

 

 ‘쓸 때마다 젊은 시절의 어머니가 자신의 가정을 열심히 꾸려나갔을 모습이 떠오르며 마음 한편이 따듯해집니다.’ (137쪽)

 

 하루를 여는 아침에 만난 물건을 시작으로 내 곁에 있는 물건을 바라본다. ​바로 보이는 책장, 닳아버린 침대 패드, 이제는 움직일 때마다 소리가 나는 식탁의자, 방금 전 커피를 마신 머그, 낡은 사진틀. 나와 같이 있는 것들이다. 내가 소중하게 대할수록 그것들의 삶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커진다. 우리 삶을 기쁘고 즐겁게 만드는 건 크고 대단한 게 아니라는 걸 다시 확인한다.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 반드시 자신의 집 안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익숙한 산책길, 언제나 바라볼 수 있는 나무, 마음이 차분해지는 건물 등 집 밖에도 훌륭한 물건은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것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즐거움도 배가 됩니다.’ (9쪽)

 

 사물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새롭다. 이미 읽었던 책 <사소한 발견>도 떠오르고 곁에 두고 펼쳐볼 때마다 기분 좋은 <김선우의 사물들>과 박영택의 <수집 미학>도 그래서 좋다. 사물에 대한 크고 작은 애정을 마주하는 일, 좋아하는 물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을 선물한다. 나만의 이야기를 듣고 나만의 슬픔을 아는 친구 같은 느낌일까. 물론 책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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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의 여섯 기둥 - 어떻게 나를 사랑할 것인가
너새니얼 브랜든 지음, 김세진 옮김 / 교양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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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하게 자존감이 저하하는 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이 책이 강력한 처방전을 내려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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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가족, 버스 몰고 세계여행 - 용감한 가족, 우여곡절 끝에 25개 국, 163개 도시를 달리다!
빼빼가족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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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는 건 누군가에게는 정말 요원한 일이지요. 이렇게 멋진 인생을 사는 가족, 생생한 경험에서 전해진 감동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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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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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이 필수였던 시대는 사라졌다. 이제는 선택도 아니라 비혼(非婚)이 대세인 듯하다. 그러니까 부모는 될 수 있어도 누군가의 남편이나 아내로의 삶을 원하지 않는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자연스러운 현상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혼 전 동거에 대해서도 자유로운 의견을 내놓는 이는 예상외로 적다. 가상 결혼, 가상 연애처럼 실제를 위한 연습이 필요하다는 건 인식하면서도 그것의 주체가 내가 되거나 가족이 된다고 하면 사고는 변화한다. 며칠 전 미국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사랑하는 이와의 결혼을 꿈꾸는 건 당연하다. 그 대상이 동성이어도 마찬가지다. 그저 사랑일 뿐이다.

 

 김려령의 『트렁크』는 결국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사랑으로 가는 길에 결혼과 동성애라는 장치가 꼭 필요했을까 묻고 싶다. 소설의 주인공 인지는 스물아홉 살로 정보업체의 비밀 부서 NM(NEW MARRIAGE)에서 일한다. 그녀의 주요 업무는 기간제 아내 FW(FIELD WIFE)다. 그렇다. 가상 결혼생활이지만 일정 기간 진짜 부부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누군가는 업무적 파트너란 의미의 오피스 와이프(office wife)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불륜이나 외도가 아닌 아내가 직업이다. 결혼생활 중 불미스러운 일(폭언, 폭력, 비이성적 행동)이 있으면 회사에서 조치한다. 한 번의 결혼이 끝나면 인지에겐 14K 실반지와 트렁크만 남는다.

 

 취직 대신 취집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취직이 어려운 시기라지만 인지가 선뜻 이런 결정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인지의 동료를 보면 알 수 있듯 누군가는 돈 때문에 누군가는 거주할 집 때문에 선택한다. 인지처럼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기간 장기 출장이라는 이유로 집을 떠날 수 있는 이유도 있었다. 과거 자신의 사랑을 더럽다 표현한 어머니와의 갈등도 포함된다. 인지가 사랑한 남자는 어떤 남자였을까?  김려령은 독자를 잘 다룰 줄 아는 작가다. 인지의 직장인 NM을 통해 인간의 탐욕과 속물적 욕구를 파헤치고 동시에 인지의 개인사를 조금씩 풀어놓으며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모래밭에 푹푹 빠지더라도 원하는 방향으로 걷고 싶은 만큼만 걸을 순 없을까. NM은 허위를 감춘 사막이고, NM 밖은 허위로 포장된 사막이다. 아주 어렸을 때는 어른만 되면 세상이 나를 알아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어른이 된다는 건 내가 세상을 알아버리는 것이었다.’ (69쪽)

 

 20~30대 젊은 층은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를 포기한 5포 세대라고 한다. 인지의 경우는 어떠한가? 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연애와 결혼과 출산은 포기했고 친구도 고교 친구 시정뿐이다. 그러나 시정에게도 자신의 직업은 비밀이다. 그 사실을 알리 없는 시정은 인지에게 떡 만드는 남자 엄태성을 소개한다. 시정 때문에 만났지만 인지는 직장까지 찾아오는 태성에게 관심이 없다. 상무에게 엄태성 조사를 부탁한 인지는 다섯번째 결혼을 진행한다. 아니, 업무라고 해야 맞겠다. 놀랍게도 다섯번째 남편은 전 남편이었다. 두 번이나 자신을 선택한 회원이라니.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남편을 보게 되지만 계약일 뿐이다. 다른 공간에서 새롭게 시작되는 결혼 출장은 나쁘지 않았다. 엄태성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회사는 괜찮은 외모로 여자들에게 금품을 갈취하는 사기꾼이라는 설명과 함께 곧바로 그를 정신병원에 격리시켰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무섭고 부조리한 곳인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소설 같은 삶을 사는 인지에 비해 시정은 무척 평범하다. 뭔가를 끊임없이 배우고 언제나 인지 곁을 지킨다. 고교시절 삼총사였던 혜영의 죽음 이후로 시정에겐 인지밖에 없다. 그러나 시정에게도 비밀이 있었다. 그것은 인지를 향한 사랑이었다. 시정은 여자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인지는 담담한 듯 고백을 듣지만 시정의 사랑 때문에 혜영이 죽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혜영은 시정을 사랑했고 시정은 인지를 사랑했다. 시정과 혜영은 사랑을 위해 자신의 생을 걸고 있었다. 인지는 그 사실을 자신의 이름과 달리 인지(認知)못했고 시정(施錠)은 자신의 사랑을 이름처럼 자물쇠를 채워 잠궈버렸다.

 

 인지에게 사랑은 어떤 의미였을까? 아니,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사랑은 무엇일까? 기간제 아내와 결혼 출장이라는 소설의 소재로는 기발하고 산뜻하지만 기괴망측하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모르는 돈의 권력 아래 이런 세상이 존재하는 건 아닐까 의심을 거둘 수 없다. 때문에 신선한 재미로 다가오지만 그게 전부다. 아쉽게도 결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사랑에 대한 성찰, 그리고 이 소설을 통해 세태를 풍자하거나 고발하려는 김려령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그래서 그녀의 트렁크는 다음 여행에서는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

 

 ‘그동안 잘 살았는지 못 살았는지 시간이 좀 더 흘러야 할 것 같다. 후회되는 삶이 모두 잘못 산 건 아닐 테니까.’(2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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