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전승환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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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활약을 느끼지만 마음의 한구석에서는 겨울이 터를 잡았다. 춥고 외롭고 쓸쓸하고 때로는 나만 이렇게 사는 게 힘들고 뭔가 이루지도 못하는 게 아닐까 두려움을 안고 산다. 그 두려움을 잘 다스리고 그와 함께 동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각하는 것과 살아가는 것은 다르다. 그럴 때 우리는 친구를 찾고, 책을 읽고,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가장 쉽게 마음을 기대는 방법, 책을 선택한다.

 

가만히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친구처럼 말을 거는 책을 만나면 반갑고도 고맙다. 이미 따뜻한 위로와 공감으로 잘 알려진 전승환이 이번엔 귀여운 캐릭터와 함께 한다.『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는 마치 애착 인형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운 라이언의 등장만으로도 웃음이 번진다. 가볍게 천천히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 그래서 책과 더 친해질 수 있는 책이다. 오래 눈이 머무는 문장을 만나면 그 문장 속 주인공이 당신일지도 모른다. 슬픔 마음, 화난 마음, 우울한 마음을 책 속 문장에 남겨두고 다음 문장을 만나는 건 어떨까? 나의 상태를 읽고 나를 돌보는 일, 그게 중요하다.

 

내가 인생의 날씨를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모든 일을 내 뜻대로 조정할 수도 없으니까 오늘 하루 날씨가 어떻든 그러려니 내버려 둘 생각이다. (49쪽)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미세먼지처럼, 나의 마음도 하루 정도는 내버려 둔다면 그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순간에 집중하라고 수없이 많은 책은 말하지만 정작 그것을 가슴에 품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엔 내버려 두는 일에 집중한다면 어떨까? 자꾸만 생각하고 미련을 갖는 일, 그건 피로를 몰고 오니까. 때때로 잡다한 생각을 내려놓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상대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알려고 애를 쓰다 보면 마음만 다치게 된다. 상대의 마음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동안 이전에 보지 못했던 마음도 발견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건 상대도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다다르게 할 것이다. 혼자가 아닌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는 걸 알면서도 오롯이 혼자이고 싶은 순간이 찾아올 때 이런 문장은 그 자체로 피로회복제가 된다.

 

내 사람이 아닌 사람들에게 마음을 거두기로 했다. 내 마음의 잔을 내 사람에게, 내 마음에 쓰기로 했다. (81쪽)

 

겨울이 지나 봄이 오듯 나이를 먹으면서 존재에 대한 생각은 죽음으로 이어진다. 이 나이에 뭔가 이루지 못했다는 생각에 괴롭다. 하지만 뭔가 이루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은 왜 하지 않는 것일까. 당장 성과가 없더라도 내가 즐겁다면 그것이 주는 기쁨을 기꺼이 기다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어디에 기준을 두고 어떤 가치를 갖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저마다의 삶은 다른 색을 갖는다는 걸 기억하려 한다.

 

꼭 생산적이지 않아도 돼. 숨 쉬는 것 자체가 이미 충분히 생산적인 일 아니야?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해. (217쪽)

 

무엇인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에는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시간과 인내심의 의미를 가장 깊이 깨달았을 때 비로소 인생의 풍요로움이 뭔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2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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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히어로
엠마뉘엘 베르네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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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은 언제나 쉽다. 그것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인생의 전환점에 대해 생각한다. 무엇이 나를 지금의 나로 혹은 지금의 나와 다른 나로 이끄는가. 그 결정적 계기가 영화배우라면 믿을까. 가족이나 연인이 믿음은 상관없다. 오직 나를 변화시키고 움직이게 한다는 게 놀라운 것이다. 엠마뉘엘 베르네임의 『나의 마지막 히어로』의 리즈는 그런 힘을 느꼈을 뿐이다. 우연하게 마주한 영화 <록키3>가 그녀를 움직였다. 행동하게 만든 것이다.

 

록키 발보아처럼 일어날 것이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 스물다섯 살이었다. 지금이야말로 다시없는 기회였다. 다시 훈련을 시작하는 록키 발보아처럼 그녀는 공부를 재개할 것이다. 의과대학 공부를 다시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공부를 마칠 것이다. 결심이 섰다. 의사가 될 것이다. (15~16쪽)

 

리즈는 달라졌다. 부모님 집으로 가서 필요한 책을 찾았다. 의학 공부를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는 뜻을 전했지만 가족들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연인도 마찬가지. 리즈는 직장을 그만두고 학교와 가까운 곳으로 집을 옮기고 공부에 몰두했다. 호텔 야간 근무를 하면서 열심히 공부했다. 힘들 때는 영화 <록키3>의 음악 <Eye Of The Tiger>를 들었다. 리즈는 권투를 배우기 시작했고 그곳에서 장을 만났다. 장은 거울 제조업자였다. 둘은 연인이 되었고 장은 리즈가 학업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었다. 리즈는 의사가 되었고 장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았다. 어느 정도 안정된 삶, 리즈에게 록키와 스텔론은 처음 그와의 만남처럼 강렬했다. 그의 영화를 기다렸고 흥행에 실패하면 슬펐다. 심지어 스탤론 위한 계좌를 만들어 후원을 결정했다. 자신의 스타의 노후를 걱정하는 팬이라니. 놀라운 건 그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장의 반응이다. 그런 리즈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60여 쪽 정도 분량의 매우 짧은 이 소설은 분명하고 명쾌하다. 어떤 친절한 설명이나 구제적인 묘사는 없다. 주저하거나 머뭇거리지 않고 단호하다. 그래서 더 끌리는 소설이다. 어쩌면 그건 그녀 고유의 문체인지도 모른다. 어떤 이는 이 소설을 프랑스의 사생팬 이야기라 할지도 모른다. 제목부터 『나의 마지막 히어로』이니까. 하지만 이 소설은 한 여자의 인생 이야기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하고 성장을 위해 나가는 당당한 여성의 이야기다. 영화 <록키3>나 스탤론이 계기를 마련했을 뿐이다.

 

사람들은 조언한다. 네 인생을 살라고, 당당하라고. 하지만 정작 그렇게 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다. 리즈처럼 결정하고 전진하는 삶은 쉬운 게 아니다. 다시 시작했지만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많고 주변의 말에 휘둘리기도 한다. 누군가는 스물다섯 살이니 가능했을 거라고 말하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지금의 삶을 돌아본다.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가. 아니, 변화를 꿈꾸는가. 마음이 뜨거워지고 있다면 <록키3>가 리즈를 움직이게 만들었듯 이 짧은 소설이 당신을 움직이게 만들고 있다는 증거는 아닐까. 결심은 이미 끝났다는 걸 말이다.


 

*책에 수록된 이다혜 기자와 이종산 소설가의 대담을 통해 이 짧은 소설의 해설을 만날 수 있다. 작가 엠마뉘엘 베르네임에 대해서도 충분히 들을 수 있다. 그녀의 소설과 삶에 대해서. 나 같은 첫 독자에게는 친절한 길잡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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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나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4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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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늙다’랑 ‘추하다’를 같은 뜻으로 여겼던 시절이 있다. 늙는다는 게 무엇인지 모르고 천둥벌거숭이처럼 살았던 시절에 말이다. 노년의 삶이 누구에게나 주어진다고 착각했다.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안다. 삶이라는 게 모두에게 똑같을 수 없듯 한 사람의 생은 얼마나 특별하고 소중한 것인지 조금씩 깨닫는다. 그러니 평생 집사란 직업에 최선을 다한 스티븐스가 자신의 젊은 날에 대해 회상하며 후회 없이 살았노라고 자신하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영국 달링턴 홀의 집사로서 주인인 달링턴 경을 모시고 그곳에서 일어난 모든 모임과 회의에 자신이 일조했다는 자부심도 그에겐 지나치지 않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은 충직한 영국인 집사 스티븐스가 달링턴 홀의 주인이 미국인으로 바뀌면서 평생 처음으로 휴가륻 받아 서부지방으로 여행을 떠난 일주일의 이야기다. 스티븐슨이 지난 삶을 돌아보며 집사로의 책무를 얼마나 잘 수행했는지 회고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소설은 스티븐스의 여행길에서 그가 보고 느끼는 것들과 함께 지난 시간의 삶을 교차로 들려준다. 그러니까 과거의 화려했던 달링턴 홀과 망해가는 그곳을 현실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인간 스티븐스의 젊은 날을 말이다. 여행의 다른 목적은 과거 달링턴 홀에서 함께 일했던 켄턴 양을 만나 다시 달링턴 홀에서 일하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달링턴 홀을 떠나 그녀가 보낸 편지를 곱씹으며 스티븐슨은 과거의 달링턴 홀에서 자신의 일상을 돌아본다. 가장 완벽한 집사, 품위를 지키며 최선을 다했던 자신의 삶을 생각하는 것이다.

 

 『남아 있는 나날』이 많은 이들이 주목받고 사랑했던 이유는 아마도 영국인 집사 스티븐스의 생이 세계대전이 일어난 1920년~1930년대 유럽의 격동기와 맞물려있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의 역사가 나라의 역사가 되고 세계의 역사가 된다는 건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특정 인사의 선택과 결정으로 이뤄진다. 그러니 결정적인 힘이 모여든 달링턴 홀에서 집사였던 스티븐스의 삶은 보통의 그것과 다르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 스티븐스의 삶은 어떤가? 대를 이어 집사의 길을 선택하면서 내 삶은 존재하지 않았고 모시는 이의 분신으로 살았던 건 아닐까.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는 대신 국제 회합에 더 집중하는 걸 택한 스티븐슨. 그것이 자신의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여겼던 그다.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스티븐스의 차과 옷차림을 보고 그가 집사일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선생님이라 부르며 뭔가 대단한 일을 했던 사람이라 여기는 것이다. 스티븐스도 그런 반응에 반박하지 않고 한 편으로는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 여전히 집사로의 높은 자긍심을 가지고 달링턴 홀의 새로운 주인인 미국인 주인을 열심히 모셔야 한다는 각오와 함께 말이다. 그때 당시의 선택에 후회가 남은 것 아니지만 자꾸만 떠오르는 건 켄턴 양의 행동과 말들이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하녀를 해고하라는 달링턴 경의 말에 무조건 복종하듯이 따르고 켄턴 양에게 통보하는 스티븐스에게 켄턴 양은 몹시 실망한다.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전할 수 있는 위치임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스티븐스를 이해할 수 없다. 물론 스티븐스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업무에 관해 까칠하게 굴며 업무 외의 시간에도 자신의 공간에 화병을 들고 찾아오는 켄턴 양의 마음을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것이 집사로의 일과 무관하다고 여겼기에. 아니, 만약 과거에 그 마음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해도 그는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마음속으로는 후회하면서도. 여행의 끝에 켄턴 양을 만나 그 시절을 추억하면서도 말이다. 그리고 자신처럼 인생의 황혼 길에서 만난 누군가는 저녁을 즐기라 말한다.

 

 “우리의 관심은 주로 행복했던 기억들에 모아졌으며, 휴게실에서 함께한 그 두 시간이 나는 지극히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기꺼이 말할 수 있다. 우리가 대화하는 동안 다양한 손님들이 들어오고 잠시 나가고 했던 것 같기는 하지만 결코 우리의 주의를 흩어 놓지는 못했다.” (289쪽)

 

 “즐기며 살아야 합니다. 저녁은 하루 중에 가장 좋은 때요. 당신을 하루 일을 끝냈어요. 이제는 다리를 쭉 벋고 즐길 수 있어요. 내 생각은 그래요. 아니, 누군가를 붙잡고 물어봐도 그렇게 말할 거요. 하루 중 가장 좋은 때는 저녁이라고.” (300쪽)

 

 누구든 지난 삶에 후회가 있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그 후회에서 벗어나 다른 삶을 선택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내가 왜 그때 그랬을까, 가까운 이들에게 속상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러나 스티븐스는 그것을 말하지 않는다. 때로는 시대적 상황과 집사라는 자신의 위치를 든든한 방패 삼아 적절하게 회피한다. 앞으로 남아 있는 날들에 대해서도 집사가 아닌 삶을 상상할 수 없다. 그것이 그의 선택이니 켄턴 양과 여행에서 만난 이들의 조언도 어쩔 도리가 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날들, 남아 있는 날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그가 허무감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어쩌겠는가. 고집불통이라 말해도 스티븐스가 그의 삶의 주인인 것을. 묵묵하게 지켜온 자신만의 삶의 기준과 가치를 그가 바꾸려 하지 않는 것을.

 

 내 인생이 택했던 길을 두고 왜 이렇게 했던가 못했던가 끙끙대고 속을 태운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여러분이나 나 같은 사람들은 진실되고 가치 있는 일에 작으나마 기여하고자 ‘노력하는 것’으로 충분한 것 같다.”​ (3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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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의 소포 (초판본 미니북 + 노트 + 연필 + 포스트잇)
글입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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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의 부탁으로 주문을 했지만 읽는 모습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이런 기획상품이 책과 친해지는 계기로 이어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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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겨울 2018 소설 보다
박민정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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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끝나는 자리에서 겨울을 읽고 본다. 정용준과 백수린에 살짝 기우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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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9-02-28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시리즈를 읽는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반갑네요^^
어제 도서관 가는 길에 시리즈를 다 빌려오진 못하고,봄,여름편 한 권만 빌려 왔었더랬어요.
작은 책인데도 무척 끌렸습니다.
곁에서 같이 읽는 느낌과 함께
계절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또한 신기합니다^^

자목련 2019-03-05 10:37   좋아요 0 | URL
어디선가 이 책을 읽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입니다.
그 누군가가 책읽는나무 님이니, 더욱 그러하고요.
미세먼지로 답답한 아침이지만, 그래도 봄 기운을 느끼는 날이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