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남자를 찾아드립니다 - 그웬과 아이리스의 런던 미스터리 결혼상담소
앨리슨 몽클레어 저자, 장성주 역자 / 시월이일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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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슨 몽클레어의 장편소설 『멀쩡한 남자를 찾아드립니다』은 한창 방송가를 휩쓰는 연애 상담이나 일반이 출연해 커플로 이어지는 내용을 상상하기에 충분하다. 세상의 수많은 남자 가운데 운명처럼 누군가 만나는 일은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이기에 전문가의 도움과 조언에 기대를 걸기도 한다. 21세기의 현재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만남을 시작하지만 소설 속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영국의 현실은 다르다. 그러니 소설 속 ‘바른 만남 결혼 상담소’ 는 시대의 요구상을 반영한 기발한 사업이다. 


상담소의 사업자는 두 명의 여성 아이리스와 그웬으로 고객이 원하는 타입의 상대를 꼼꼼히 기록하고 연결시키려 노력한다. 아이리스는 자유분방한 연애를 추구하지만 뭔가 비밀에 가득하다. 그웬은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하는 동안 아들의 양육권은 시어머니에게 돌아갔다. 어쩔 수 없이 시댁에 살지만 아들의 양육에는 권리가 없다. 환경과 성격이 전혀 다르지만 둘은 서로를 보완하는 완벽한 파트너다. 상담소는 별 탈 없이 운영되고 있었다. 여성 고객 틸리가 상담소를 통해 소개 받은 남성 고객 트로워에게 살해 당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상담소에 찾아온 형사는 아이리스와 그웬에게 살인도구인 칼의 피에서 틸리의 혈액형과 일치하고 그 칼이 트로워의 침대 밑에서 발견됐다고 전한다. 그러나 정작 트로워는 틸리에게 만남 취소의 편지를 받고 만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상담소에 대한 신뢰는 추락하고 환불 요청이 끝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사업이 망할 지경이다. 그웬은 트로워가 살인범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고 아이리스에게 살인사건을 조사하고 범인을 잡자고 제안한다. 


소설은 달콤한 연애 로맨스가 아니라 살벌한 미스터리였다. 아이리스는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사건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웬은 트로워의 무죄를 확실하면 그를 면회 가기에 이른다. 그웬은 자동차가 아닌 지하철, 버스를 이용할 방법을 모르는 우아한 사모님이었다. 하녀의 도움으로 트램을 이용한다. 전쟁이 끝나고 남편을 잃고 발작으로 힘들었던 그웬에게 상담소는 세상을 향한 유일한 창구였다. 자신이 본 트로워는 절대 범인이 아니었기에 기필코 이 사건을 해결하고 싶었다. 구치소에서 자신이 기르는 금붕어를 걱정하는 남자가 어떻게 사람을 죽이겠는가. 


아이리스와 그웬은 틸리의 주변을 탐색한다. 가명으로 미리 틸리와의 친분을 꾸미고 그녀가 근무한 여성복점과 그녀를 추모하는 친구들의 모임에 참석해 틸리가 누구를 만나고 사귀고 은밀하게 알아본다. 그 과정에서 틸리가 조직적으로 암거래를 주도하는 무리의 일원이었음을 확인한다. 전쟁이 끝나고 복구가 되지 않은 런던에서 배급받은 물품은 빼돌리거나 뒷돈을 받고 거래하는 일이 이상하지 않은 시대였으니까. 거기다 배급표를 위조한다면 큰돈을 벌 수 있었다. 그 계획과 비밀을 모두 틸리가 알고 있다면 무리에서 틸리를 죽일 동기가 충분했다. 경찰은 트로워를 범인으로 단정하고 더 이상의 수사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새로운 용의자의 등장으로 아이리스와 그웬의 활동은 더욱 대담해지고 활발해진다.


틸리를 죽인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고 성장하는 아이리스와 그웬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자신의 과거에 대해 함구하면서도 필요할 때마다 누군가와 연락해 위기를 극복하는 아이리스는 그웬에게 적진에 침투하기 위해 훈련을 받았지만 부상으로 참여하지 못했으며 작전에 참여한 다른 동료가 돌아오지 못함을 말한다. 그웬 역시 남편의 전사 소식으로 충격을 받아 감금과 같았던 정신병원의 입원 생활과 현재 시어머니가 지정한 정신과 상담을 받는다고 고백한다. 양육권을 때문에 시어머니에게 복종하듯 지내는 시간과 남편에 대한 그리움까지. 


아이리스와 함께 틸리가 만났던 사람을 만나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면서 그웬은 조금씩 달라진다. 진범을 찾는 활동에 못마땅한 시어머니와 대립하면서도 자신감을 찾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하고 유머까지 넘치는 아이리스와 뛰어난 통찰력으로 진중하면서도 단호한 그웬의 연대는 서로를 더욱 성장시킨다.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대단한 활약뿐 아니라 경찰 조직이나 가십을 다루는 신문기사를 통해 당시 시대상을 충분히 보여주며 비판하는 목소리까지 담은 소설이다. 소설 곳곳에서 의견을 나누는 아이리스와 그웬의 대화는 시원하고 유쾌하다. 


“내가 너한테 이 정신 나간 사업을 같이 하자고 한 건,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평생 남자들한테 이래라저래라 소리 듣는 게 아주 지겨워 죽을 것 같아서였다는 말이야. 내가 어떻게 살지는 내 마음대로 결정하고 싶어서였다고. 그랬는데 이제 그게 다 물거품이 될 판이야. 웬 미친놈이 죄 없는 여자를 칼로 찌르는 바람에.” 

“죄가 아예 없는 건 아닐 수도 있어.”

“죄가 아예 없는 건 아닐 수도 있지. 하지만 그 여자 본인도 살인자였다면 모를까. 희망을 손에 넣어야 할 밤에 칼에 찔려 목숨을 잃는 신세가 된 건 너무나 부당해. (…) 우린 지금 궁지에 몰렸고, 난 궁지에 몰리면 싸우는 쪽이야. 그것도 아주 지저분하게, 손에 잡히는 무기는 뭐든 다 이용해서.” (178~179쪽)


의도하지 않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회피하거나 타인에게 미루는 게 아니라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 절망이 아니 희망을 보려는 아이리스와 그웬의 의지는 전쟁 후 폐허속에서도 삶이 이어가는 모두의 것과 닮아 가슴이 뭉클하다. 지루함은 1도 없는 유머와 재치에 넘치는 감동까지 안겨주는 멋지고 통쾌한 소설이다.


폭격의 흔적이 더 많이 눈에 띄었고, 2층 좌석에 앉은 덕분에 보도 쪽의 시선을 가리려고 세워둔 임시 가림벽 너머까지 언뜻언뜻 눈에 들어왔다. 폭격이 무차별로 이뤄졌다는 사실은 남아 있는 증거에 또렷이 드러났다. 극장 한 곳은 조금도 망가지지 않는 채 우뚝 서 있었지만 바로 옆의 극장은 무너진 상태였고, 무대만 그대로 남아 다시는 오지 않을 관객들을 기다렸다. 허물어져가는 벽에 붙은 광고들은 희망찬 내용을 담고 있었다. (1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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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고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인환 옮김 / 페이퍼로드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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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소유가 아니라는 걸 안다. 무조건적인 사랑도 진정한 사랑은 아니다. 상대가 원하는 사랑을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모를 때가 있다. 그보다 더 어리석은 사랑은 내가 원하는 사랑만 고집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서로를 사랑한다고 믿었고 결혼에 이르렀지만 어딘가 잘못된 걸 느꼈을 때 그 사랑은 어떻게 해야 할까. 프랑수아즈 사강의 스물아홉 번째 소설로 30년 만에 부활한 『황금의 고삐』 속 뱅상과 로랑스 이야기다. 


결혼 7년 차에 접어든 그들의 사랑은 처음부터 기울어진 사랑이었다. 부유한 로랑스의 집안에서 무명의 음악가 뱅상을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뱅상과의 결혼으로 로랑스는 아버지와 연락을 끊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선택한 로랑스의 사랑은 뱅상을 지배하는 방식으로 표출되었다. 로랑스가 원하는 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뱅상은 움직였다. 양복 스타일은 물론이고 뱅상의 용돈, 사랑을 나누는 방식까지 로랑스가 결정했다. 뱅상은 그 사랑에 만족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만족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길들여지고 있었다. 뱅상은 자신의 작업실에서 피아노를 치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살짝 외도를 하는 일상을 유지했다. 그가 만든 영화 음악이 성공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뱅상의 성공으로 기울어진 사랑이 적어도 균형을 이루는 게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그의 성공은 그들의 사랑에 균열을 냈다. 뱅상의 손에 들어오지도 않은 그 돈이 갈등의 시작이었다. 이제껏 로랑스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받으며 살아온 뱅상에게 돈은 내적 자유를 허락했다. 마음대로 양복을 고르고 친구와 함께 지낼 곳을 생각하고 새로운 피아노를 구입하려는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이상한 건 로랑스가 뱅상의 성공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화 음악으로 받은 수입을 전부 지인이 만드는 영화에 투자하자고 제안하고 장인을 내세워 공동계좌를 만들었다. 그것은 돈을 찾을 때마다 로랑스가 서명을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 문제로 인해 로랑스와 뱅상의 거리는 멀어진다. 그 과정에서 뱅상은 로랑스와 자신의 사랑을 돌아본다. 로랑스는 분명 자신을 사랑했다. 하지만 뱅상은 로랑스에 대한 사랑에 대해 확신이 없었다. 로랑스를 만나면서 어느새 자신을 지배한 로랑스에게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어쩌면 로랑스가 뱅상을 가스라이팅 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누구를 만날지 무엇을 입을지 뱅상이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심지어 영화 음악으로 성공한 뱅상의 뒤에 뛰어난 조력자인 로랑스가 있다는 기사와 인터뷰를 뱅상만 모르고 있을 정도였다. 누가 봐도 뱅상을 향한 로랑스의 집착이었다. 안타까운 건 뱅상도 느끼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로랑스를 떠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나의 절망의 근원에는 우선 내가 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힘도, 신뢰감도 경쾌함도 갖지 못한 나, 유치하고 소심하고 보잘것없는 나, 마침내 나는 존재 그 자체보다 나 자신을 더 원망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또 하나의 다른 내가 있어서, 그것은 보통 때에는 너무나 매력적인 삶을 되돌려주고 있었던 것이다. (256쪽)


사강은 너무도 뻔한 사랑을 다루면서도 전혀 뻔하지 않게 사랑을 다룬다. 사강은 인간의 내밀한 욕망을 아름답고 솔직하게 담아낸다. 로랑스와 뱅상의 교묘하게 주고받는 밀당으로 그들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하게 만든다. 얼핏 『황금의 고삐』에서는 모두가 로랑스가 고삐를 쥐었다고 믿게 만든다. 사실 그렇다. 뱅상이 경마에서 번 돈으로 술을 마시고 여자를 만나는 일도 잠깐의 일탈처럼 여겨지니까. 뱅상이 집을 나가려 하자 로랑스는 자신의 진심을 토해낸다. 경제적인 지원이 아니면 뱅상이 자신을 떠날까 두려웠다고. 


나는 로랑스가 좀 지나치게 나를 사랑한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 지나친 감정이 그녀에게 지옥 같은 생활과 맞먹을 수 있다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쨌든 그녀는 어리석고, 경멸한 만하고, 심술궂고, 이기적이고, 맹목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막연하게나마 그녀가 가진 어떤 그 무엇, 내가 알지 못했고, 결코 알게 되지 못할 것이며, 또 아쉬워하면서도 내가 알고 싶어 하지 않을 그 어떤 것에 대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친 듯한 사랑, 바로 그것이었을까? (301~302쪽)


독자인 나는 뱅상을 붙잡고 싶은 마음에 로랑스가 연기를 한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아, 예나 지금이나 이토록 어렵고 힘든 게 사랑이다. 어쩌면 그건 로랑스가 뱅상을 사랑하는 유일한 방식인지도 모른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파격적인 결말로 로랑스는 자신의 사랑을 증명했으니까. 사강은 여전히 우리에게 질문한다. 사랑이 무엇이냐고 말이다. 로랑스와 뱅상의 사랑은 어긋나버렸고 잘못된 사랑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뱅상의 전부를 소유하고자 했던 로랑스의 사랑을 판단할 수 있는 이는 오직 뱅상뿐이다. 그래서 사랑은 함부로 단정 지을 수 없고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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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는 식물들 - 아직 쓸모를 발견하지 못한 꽃과 풀에 대하여
존 카디너 지음, 강유리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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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는 장점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식물일 수 있다. (99쪽)


여름은 무성한 잡초를 만나기 좋은 계절이다. 밭과 논에는 기르는 작물과 함께 풀이 자란다. 농작물이 주인의 발걸음을 듣고 자란다는 소리는 풀을 매러 얼마나 자주 밭에 오느냐는 성실함이 숨겨져 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이맘때 벼를 심은 논에는 김매기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더위를 피해 이른 새벽이나 저녁 어스름에 논에서 김을 매는 풍경은 볼 수 없다. 병충해를 막고 잡초를 제거하는 농약을 치기 때문이다. 물론 우렁이 농법이나 오리 농법으로 벼농사를 짓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노동력이 부족한 시골에서 친환경 농법을 고수하는 일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작물에 피해를 주는 잡초는 어떤 게 있을까? 어린 시절 마구잡이로 뽑거나 잘라낸 쓸모없는 풀들이 약용 성분을 가진 귀한 식물이라는 걸 알 게 된 지금 잡초는 잡초가 아닐지도 모른다. 『미움받는 식물들』이란 흥미로운 제목에 끌려 궁금했던 이 책은 잡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니까 잡초와 인간의 이야기, 다른 방면으로 말하자면 생명력에 대한 보고서 정도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30년 넘게 잡초를 연구한 자연 관찰자 존 카디너 박사는 여덟 종의 잡초의 특성과 어떻게 잡초로 전락(?) 했는지 그 과정을 흥미롭게 들려준다. 그가 선택한 여덟 종은 민들레, 어저귀, 기름골, 플로리다 베가위드, 망초, 비름, 돼지풀, 강아지풀이다. 민들레, 비름, 강아지풀 정도는 익숙한 이름이지만 나머지는 생소한 풀이었다. 봄이면 노란 잎이 반가운 민들레는 어쩌다 잡초가 되었을까. 생각해 보면 토종민들레가 아닌 서양 민들레는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하는 걸로 안다. 서양 민들레가 잡초로 찬밥 신세가 된 경우는 인간의 욕망이 있었다.


약용으로 재배했던 민들레는 정원의 등장으로 초록 잔디에 눈에 띄는 노랑이 되었다. 완벽한 잔디만을 원했던 인간에 의해 민들레를 제거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 그 결과 제초제가 등장했지만 뿌리에 탄수화물을 축적했다 봄이 되면 다시 개화하는 놀라운 생명력을 지닌 민들레는 지금까지 우리 곁에 생존한다. 민들레는 진화하여 잔디에 적응한 개체들이 등장하고 그들은 똑같이 복제한 씨앗을 다른 잔디에 옮긴다. 대단하지 않은가. 아무리 막으려 해도 바람을 타고 어디듯 날아가 자리를 잡은 것이다.


잔디밭에 노란 민들레가 있다고 해서 큰일이 날 것도 아닌데,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민들레도 그것에 적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저귀가 잡초가 된 사연은 남다르다. 대마와 함께 북아메리카에 스며든 어저귀는 처음에는 섬유작물로 대접받았다. 어저귀 생산을 장려하기도 했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어저귀 대신 대두가 주목받는다. 한때 장려했던 어저귀가 스스로 자멸할리 만무하니 저자의 바람처럼 어저귀가 잡초가 아닌 작물이 되어 대두와 함께 자랐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에 공감한다.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더 강력한 제초제가 등장한다. 일일이 손으로 잡초를 뽑던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수도 있다. 기름골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저자가 동아프리카 잡초 사찰을 하면서 마주한 현실은 가혹했다. 잡초를 죽이는 제초제를 판매하면서 그에 대한 설명은 전무한 것이다. 사용 방법과 보관 방법을 몰라 그로 인해 사망에 이르는 일이 빈번했던 것이다. 잡초는 사라지지 않았고 땅을 갈아엎는 대신 제초제를 뿌리고 농사를 짓는 일은 잡초를 죽이는 일이 아니라 그것에 적응하는 다른 잡초를 탄생시킨다.


농부들이 쟁기질을 중단하자, 죽이기 쉬운 한해살이 잡초가 사라지는 대신 죽이기 어려운 두해살이 또는 여러해살이 잡초가 그 자리에 들어섰다. (196쪽)


더 많은 수확량을 얻기 위해 GMO(유전자 변형 농산물)이 등장하면서 제초제의 성능은 더욱 좋아졌다. 그에 따라 새로운 잡초의 등장은 아니지만 잡초는 제초제에 저항성을 발달시켰다. 잡초의 시선으로 보면 당연한 것이다. 우리가 감기를 앓거나 백신 투여 후 면역력이 향상되는 것처럼 말이다. 제초제가 잡초에 주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한 스트레스 테스트로 알게 된 사실도 흥미롭다.


스트레스는 식물에 후생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후생적 변화가 유전자의 DNA 서열을 바꾸지는 않는다. 하지만 DNA를 둘러싼 화학반을 바꾸고, 그로 인해 유전자가 작용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후생적 변화는 유전자가 조절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즉 유전자 발현을 켜기도 하고 끄기도 한다. 그 과정에 반드시 돌연변이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제초제 저항성으로 이어진 과정에 관여한 유전자도 그 대상이었을 수도 있다. (215쪽)


대규모의 기업화와 산업화로 생산되는 농업의 세계에서 잡초는 불필요한 존재라 여긴다. 그러나 농업이 발달함에 따라 잡초 역시 진화한다. 수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도 박멸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가 코로나를 경험하면서 지구의 회복력에 대해 언급한 것처럼 자연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식량 생산을 지속하는 방법으로 잡초를 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인류의 삶에 파고든 잡초에 대한 이야기는 재밌고 놀라웠지만 어려운 부분도 많았다. 어쩌면 이런 분야의 책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탓일지도 모른다. 주변에서 마주하는 풀들이 이제는 생소하게 다가올 것 같다. 그저 잡초로 보였던 식물에 숨겨진 대단한 역사와 생명력에 대해 감탄하면서 말이다.


잡초는 인간 본성이 식물에 표출된 결과이자 식물과 인간 사이에서 예로부터 지금까지 이루어진 상호작용의 결과이기 때문에 잡초화 패턴은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새로운 작물 생산법이 등장하면 새로운 잡초가 등장한다. 잡초의 성공 여부는 공진화 파트너가 탐욕, 근시안, 게으름, 순진함, 기술 집착, 교만 같은 인간 특유의 형질을 어떻게 발현하느냐에 달려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사람이 있는 곳에 잡초가 있다. (3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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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7-19 19: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잡초들 볼 때마다 참 생각이 복잡해지곤했는데요...이 책이 저의 생각을 정리해줄 듯 합니다.
자목련님 요즘 환경 자연에 관한 책 열심히 읽으시네요.👍

자목련 2022-07-21 14:47   좋아요 1 | URL
잡초는 왜 잡초일까, 근원적인 질문과 맞닿는 시간이었어요.
책은, 어쩌다 보니 연달아 읽었는데 이 책도 좋았어요.

서니데이 2022-08-10 2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자목련 2022-08-12 08:47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 님, 감사합니다. 건강하고 시원한 날들 이어가세요^^

mini74 2022-08-10 2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축하드립니다 *^^*

자목련 2022-08-12 08:48   좋아요 1 | URL
미니 님, 저도 축하드려요.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8-10 2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자목련 2022-08-12 08:48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 님, 감사드리며 저도 축하드립니다. 맑고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퀀텀 라이프 - 빈민가의 갱스터에서 천체물리학자가 되기까지
하킴 올루세이.조슈아 호위츠 지음, 지웅배 옮김 / 까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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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을 발견하는 일은 중요하다. 스스로의 재능을 발견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건 극소수다. 한 사람의 재능은 주변 사람이 발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까 부모나 선생님 말이다. 재능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애정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그 재능을 뒷받침해 줄 여력이 충분하다면 재능은 아름답게 꽃피울 것이다. 최근에 가장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처럼. 천체물리학자 하킴 올루세이의 자전적 에세이 『퀀텀 라이프』를 읽으면서 그를 응원하고 후원하는 이들이 그의 생애 조금 일찍 등장했더라면 하는 마음이 컸다. 그는 잘 성장했고 현재 선한 영향력을 펼치는 활동을 하는 훌륭한 사람이지만 말이다.


때때로 한 사람의 과거를 듣는 일은 어떤 준비가 필요하다. 현재가 아닌 우리가 알 수 없는 과거에는 놀라운 일들로 채워지기도 하니까. 하킴 올루세이의 유년 시절이 그러했다. 아니, 유년 시절뿐 아니라 대학에 가고 대학원을 준비하고 연구자의 길을 걷는 순간까지 이루 말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했다. 아빠를 떠나 엄마와 누나 브리짓과 함께 시작된 삶의 기억. 빈민가를 전전하며 수없이 많은 전학을 하면서 생활했다. 생계를 위해 일하는 엄마에게는 돌봄을 받을 수 없었고 누나 브리짓이 유일한 보호자였다.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엄마에게도 삶을 버거움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흑인이라는 이유가 가장 컸을지도 모른다. 1970년대 미국에서 흑인에게 무시와 냉대가 일상이었으니까.


어려서부터 하킴 올루세이는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다. 뭐든 분해하고 조립하는 일을 즐겼다. 요즘 같으면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라고 칭찬했겠지만 열이 심하게 나도 집에 돌아오지 않고 브리짓에게 아들을 맡긴 엄마에겐 골치 덩어리였다. 몇 년 후에 다시 아빠를 만나 아빠와 생활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학교를 가는 일보다는 집안의 농장 일을 돌보고 마리화나를 파는 일을 돕는 게 더 중요했다. 그를 안전하게 보호할 울타리는 없었다. 어쩌면 그런 이유 때문에 책에 더 깊게 빠져들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뿌리』와 백과사전을 읽으면서 호기심은 더욱 팽창했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만났을 때 폭발했다. 그러나 불안정한 일상은 그를 일탈로 이끌었다. 대마초를 피우는 흑인 학생은 훈육의 대상이었고 그에게 주어진 건 튜바였다. 역시 음악은 아름답고 훌륭한 치유를 선물한다. 이건 내 생각이지만 그때 튜바가 아닌 엄격한 훈육을 받았더라면 현재의 그는 없었을 것이다.


좋아하는 과학에는 더욱 열심히 했던 하킴 올루세이는 대학교에서 열리는 과학전람회에 참여하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분해와 조립을 좋아했던 그에게 컴퓨터는 새로운 세상이었지만 집에 IBM 컴퓨터를 가져갈 수 있게 허락한다. 그는 결국 과학전람회에서 대상을 탔다. 백인과 흑인이 모여 있는 그곳에서 그가 해낸 것이다. 그리고 장학금과 대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해군 입대를 제안받는다. 드디어 어둠에서 벗어나 빛의 세계로의 집인이라는 생각에 나는 덩달아 흥분했다. 하지만 인생은 언제나 복병이 기다리고 있다. 어려서부터 예민했던 피부염이 아토피였다는 사실과 함께 군에서 명예 제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한 친구가 대학을 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투갈루 대학교에 입학한다. 하지만 대학교에서 그는 수업에도 학생들에게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이제 나는 조금씩 조바심이 생겼다. 투갈루를 자퇴한 그가 언제 하킴 올루세이가 마약 흡입과 판매에서 벗어나 오롯이 물리학에만 정진할 수 있을지 말이다. 이런 나의 마음을 몰랐겠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스탠퍼드 대학교 물리학과 대학원에 입학했지만 그를 향한 혐오의 시선은 여전했다. 그의 실력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고 그때마다 그는 좌절했다. 그때 그를 격려하고 지지한 사람은 그의 스승 ‘아서’ 교수와 아내 제시카였다. 마약 중독자였던 그는 치료를 시작했다. 아서 교수가 있었기에 그는 천체물리학자로 남을 수 있었다.


“인생이 쉽게 풀릴 거라고 절대 생각하지 마라. 물리학은 원래 어려운 거야. 어쩌면 학과 교수들 몇몇을 납득시키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다. 그러나 자네는 분명 똑똑한 학생이야 그래서 자네를 우리 연구진에 참여시키고 싶었고, 나는 자네를 믿네. 그동안의 일을 잘 잊고 극복해낼 거라고 믿는다.” (334쪽)


아서 교수 역시 하킴 올루세이와 같았다. 흑인이었기에 대학에서는 그의 연구나 업적을 흔쾌히 인정하지 않았다. 아서 교수는 스스로 자신을 증명했고 하킴 올루세이도 그럴 수 있다고 확신했다. 아서 교수는 하킴 올루세이를 어떻게든 내보내려는 대학교를 상대할 방법을 알려주었다. 자신을 지지해 주는 이가 있다는 걸 확인한 하킴 올루세이는 확신한 목표를 향해 나갔다. 아서 교수의 연구에 참여하고 최선을 다했다. 그 연구가 아서 교수의 마지막이 될 거라는 걸 알았을 때 하킴 올루세이는 세상을 잃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빈민가의 갱스터에서 천체물리학자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파란만장했다. 인생에서 우연히 얻어지는 건 없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타고났더라도 빛을 낼 수 있도록 그것을 꺼내 연마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하킴 올로세이의 재능도 그러했다. 그것을 알아봐 준 아서 교수와 고난과 역경을 함께 이겨내고 곁을 지켜준 아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그가 전하고 싶은 것도 다르지 않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지지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그는 희망을 말한다. 그가 미국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건너간 이유였다. 역사적으로 혜택받지 못한 그들에게 희망을 전해주기 위함이다.


아이들이 꿈을 꾸는 한 한계는 없다. 수천억 조 개의 별들로 이루어진 우리 우주는 매우 광활하다. 그러나 무한하지는 않다. 유한하다. 내가 관측한 것 중에 무한에 가장 가까운 것은 바로 희망이다. 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학생들의 얼굴에서 그 무한한 희망을 보았다. (418쪽)


이 책이 또 다른 하킴 올로세이와 만난다면 더 크고 위대한 누군가의 인생에 있어 눈부신 조각이 될 것이다. 천체물리학에 관심을 가진 이들과 전공을 하는 이에게도 훌륭한 교재뿐 아니라 동기부여를 안겨줄게 틀림없다.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감동은 말할 것도 없이 말이다.


나는 아무리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더라도 상상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것은 분명 일어날 수 있는 범주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는 물리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양자역학에는 양자 터널링 quantum tunneling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있다. 벽을 뚫고 통과하려고 해도 매번 벽으로 가로막힌다. 벽을 통과할 수 있는 확률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낮다. 그러나 분명 아주 희박하게나마 벽을 통과할 확률이 아주 조금은 있다. 이 희박한 확률로 벽을 뚫고 통과하는 현상을 양자 터널링이라고 한다. 나의 삶은 마치 새로운 벽을 마주해서 반대 방향으로 강하게 튕겨나가면서도, 결국은 벽을 통과하는 데에 성공하는 진동 패턴과도 같았다. 나 자신이 바로, 우리의 운명이 결정되어 있지 않으며 삶은 이 양자역학의 원리에 따른다는 것을 보여주는 산 증거이다. (프롤로그,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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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증인 - The Last Witness
유즈키 유코 지음, 이혁재 옮김 / 더이은 / 2022년 5월
평점 :
절판


“죄는 다른 거로 대체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그 인간이 범한 죄를 정확히 처벌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라고.” (247쪽)


최근에 법정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열심히 보고 있기 때문일까. 소설에서도 무조건 검사가 아닌 변호사의 승소를 바라고 있다. 정작 범인의 죄 유무는 상관없이 말이다. 일본 여성 작가 유즈키 유코의 장편소설 『최후의 증인』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은 제목을 통해 짐작 가능하듯 재판에 관한 것이다.


소설은 하나의 살인사건이 발생으로 시작한다. 호텔에 투숙한 중년 연인 중 여성이 남성을 향해 나이프를 겨운다. 그리고 시작된 재판 장면, 피의자를 향한 여자 검사 쇼지의 질문이 날카롭다. 그에 비해 상대 남자 변호사 사카타의 활약은 눈에 띄지 않는다. 피의자의 목욕가운과 살해도구인 나이프에 남겨진 지문, 검사는 유죄를 확신하고 피의사를 몰아붙인다. 주변 인물의 증언도 마찬가지다. 피해자와 피의자는 연인이었고 그로 인해 치정의 살인이 목적이라고 말이다.


뭔가 놀라운 반전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리숙한 모습의 변호사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변호사 사카타는 전직 검사로 도쿄에서 변호사 사무실이 있다. 재판이 진행 중인 법정은 도쿄에서 북쪽으로 두 시간 정도 떨어진 지방 도시다. 도코가 아닌 곳까지 온 이유는 무엇일까. 한때 자신의 상사였던 이의 부하 검사와 재판을 해야 하는 사카타. 그가 사건을 맡은 이유는 사건 전개가 흥미로울 것 같아서다. 정말 이런 이유로 변호를 맡는 게 가능하긴 할까. 뭔가 비밀이 있는 듯 보이지만 작가는 그 속내를 보여주지 않는다.


소설은 살인사건의 재판 진행 과정과 함께 7년 전 일어난 사건을 교차로 들려준다. 7년 전 이곳에서 의사인 다카세와 미스코의 초등학교 5학년 아들 스구루가 사망했다. 비가 오는 날 학원을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신호를 위반하고 음주운전 차에 치여 숨졌다. 친구가 그 모든 걸 목격했지만 경찰은 비 때문에 잘못 본 거라고, 운전자는 술을 마시지 않았고 아이의 잘못으로 죽은 거라고 결론을 맺는다. 기소조차 되지 않은 사건에 부모는 경찰과 검사를 만나 항의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건설회사 사장인 가해자 시마즈가 경찰과 유착했다는 게 뻔했다.


7년이 지났지만 다카세와 미스코는 그 슬픔과 분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들은 진행 중인 사건의 당사자다. 미스코는 아들의 복수를 위해 시마즈에게 접근했다. 그 과정에 미스코가 말기 암을 진단받는다. 다카세는 아내를 말리지만 단호한 아내의 모습에 동의한다. 미스코는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하나하나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다. 미스코는 자신의 죽음을 두려워하기는커녕 복수의 성공만을 바랄 뿐이다.


재판의 진행과정은 검사 쇼지의 일방적인 승리처럼 보인다. 재판이 끝나는 마지막 날 사카타가 기다리는 건 한 명의 증인이다. 사건을 의뢰받고 재판을 진행하는 지금까지 증인에게 증언을 부탁했다. 하지만 사카타가 찾아올 때마다 증인은 거부했고 마지막 날 그가 법정에 나올지는 알 수 없다. 판결이 나오는 날, 등장한 최후의 증언. 그의 증언으로 반전이 시작된다. 7년 전 교통사고의 죽음과 현재 사건의 연결점, 드디어 밝혀지는 진실까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유즈키 유코가 숨겨놓은 트릭에 감탄한다. 놀랍고 뛰어난 결말을 말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재미와 스릴이 넘친다. 그만큼 빠져드는 소설이다. 더불어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부와 권력으로 사건을 음폐하고 유리한 쪽으로 결론을 만드는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한다. 사카타의 말처럼 죄를 지은 이는 마땅히 죄를 받아야 하고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보편의 진리를 말이다.


“재판의 목적은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겁니다. 재판이 검사나 변호사를 위해 있는 게 아닙니다. 피고인과 피해자를 위해 있는 거지요. 죄를 제대로 처벌할 수만 있다면 그걸로 되는 겁니다.” (351쪽)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추리소설 마니아라면 놓쳐서는 안 되는 소설이다. 일상의 무게에 치진 이들에게 기막히게 멋진 도피처를 선사한다. 다가올 휴가철에 함께 한다면 더욱 즐겁고 신나는 휴식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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