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증인 - The Last Witness
유즈키 유코 지음, 이혁재 옮김 / 더이은 / 2022년 5월
평점 :
절판


“죄는 다른 거로 대체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그 인간이 범한 죄를 정확히 처벌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라고.” (247쪽)


최근에 법정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열심히 보고 있기 때문일까. 소설에서도 무조건 검사가 아닌 변호사의 승소를 바라고 있다. 정작 범인의 죄 유무는 상관없이 말이다. 일본 여성 작가 유즈키 유코의 장편소설 『최후의 증인』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은 제목을 통해 짐작 가능하듯 재판에 관한 것이다.


소설은 하나의 살인사건이 발생으로 시작한다. 호텔에 투숙한 중년 연인 중 여성이 남성을 향해 나이프를 겨운다. 그리고 시작된 재판 장면, 피의자를 향한 여자 검사 쇼지의 질문이 날카롭다. 그에 비해 상대 남자 변호사 사카타의 활약은 눈에 띄지 않는다. 피의자의 목욕가운과 살해도구인 나이프에 남겨진 지문, 검사는 유죄를 확신하고 피의사를 몰아붙인다. 주변 인물의 증언도 마찬가지다. 피해자와 피의자는 연인이었고 그로 인해 치정의 살인이 목적이라고 말이다.


뭔가 놀라운 반전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리숙한 모습의 변호사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변호사 사카타는 전직 검사로 도쿄에서 변호사 사무실이 있다. 재판이 진행 중인 법정은 도쿄에서 북쪽으로 두 시간 정도 떨어진 지방 도시다. 도코가 아닌 곳까지 온 이유는 무엇일까. 한때 자신의 상사였던 이의 부하 검사와 재판을 해야 하는 사카타. 그가 사건을 맡은 이유는 사건 전개가 흥미로울 것 같아서다. 정말 이런 이유로 변호를 맡는 게 가능하긴 할까. 뭔가 비밀이 있는 듯 보이지만 작가는 그 속내를 보여주지 않는다.


소설은 살인사건의 재판 진행 과정과 함께 7년 전 일어난 사건을 교차로 들려준다. 7년 전 이곳에서 의사인 다카세와 미스코의 초등학교 5학년 아들 스구루가 사망했다. 비가 오는 날 학원을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신호를 위반하고 음주운전 차에 치여 숨졌다. 친구가 그 모든 걸 목격했지만 경찰은 비 때문에 잘못 본 거라고, 운전자는 술을 마시지 않았고 아이의 잘못으로 죽은 거라고 결론을 맺는다. 기소조차 되지 않은 사건에 부모는 경찰과 검사를 만나 항의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건설회사 사장인 가해자 시마즈가 경찰과 유착했다는 게 뻔했다.


7년이 지났지만 다카세와 미스코는 그 슬픔과 분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들은 진행 중인 사건의 당사자다. 미스코는 아들의 복수를 위해 시마즈에게 접근했다. 그 과정에 미스코가 말기 암을 진단받는다. 다카세는 아내를 말리지만 단호한 아내의 모습에 동의한다. 미스코는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하나하나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다. 미스코는 자신의 죽음을 두려워하기는커녕 복수의 성공만을 바랄 뿐이다.


재판의 진행과정은 검사 쇼지의 일방적인 승리처럼 보인다. 재판이 끝나는 마지막 날 사카타가 기다리는 건 한 명의 증인이다. 사건을 의뢰받고 재판을 진행하는 지금까지 증인에게 증언을 부탁했다. 하지만 사카타가 찾아올 때마다 증인은 거부했고 마지막 날 그가 법정에 나올지는 알 수 없다. 판결이 나오는 날, 등장한 최후의 증언. 그의 증언으로 반전이 시작된다. 7년 전 교통사고의 죽음과 현재 사건의 연결점, 드디어 밝혀지는 진실까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유즈키 유코가 숨겨놓은 트릭에 감탄한다. 놀랍고 뛰어난 결말을 말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재미와 스릴이 넘친다. 그만큼 빠져드는 소설이다. 더불어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부와 권력으로 사건을 음폐하고 유리한 쪽으로 결론을 만드는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한다. 사카타의 말처럼 죄를 지은 이는 마땅히 죄를 받아야 하고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보편의 진리를 말이다.


“재판의 목적은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겁니다. 재판이 검사나 변호사를 위해 있는 게 아닙니다. 피고인과 피해자를 위해 있는 거지요. 죄를 제대로 처벌할 수만 있다면 그걸로 되는 겁니다.” (351쪽)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추리소설 마니아라면 놓쳐서는 안 되는 소설이다. 일상의 무게에 치진 이들에게 기막히게 멋진 도피처를 선사한다. 다가올 휴가철에 함께 한다면 더욱 즐겁고 신나는 휴식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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