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약속은 가장 추운 날이었다. 그러니까 어제 말이다. 서로의 시간을 맞추고 얼굴을 마주하기로 한 날. 친구가 오기 전에 보일러를 틀었다. 바닥이 따뜻해지는 게 기분이 좋았다. 거의 5달 만에 마주한 우리. 그 사이 우리는 조금 더 늙었고 집착 비슷한 열망은 조금 옅어졌다. 9월엔 친구에게 큰일이 있었고, 나는 그 곁을 지켜주지 못했다. 약속을 잡으면서 친구가 무화과 시루를 사갈 수 있으면 사 가겠다고 했다. 당신에 예상하는 그곳의 무화과 시루가 맞다.


친구와 나는 그 지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녔다. 그래서 종종 놀란다. 그 빵집이 이렇게 유명해질지 몰랐으니까. 당시에도 랜드마크였고 그 앞에서 약속을 잡기도 했지만. 아무튼 직접 본 무화과 시루는 너무 예뻤다. 어마 무시하게 컸다. 친구가 말하길, 이건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한다고.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접시와 수저를 두고 무화과 시루를 먹었다. 물론 양이 적어서 다 먹을 수 없었고 남은 케이크는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었다. 그건 모두 친구가 했다. 친구는 나보다 그런 걸 잘한다.





이사 간 집과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친구가 책 이야기를 꺼냈다. 친구가 책 이야기를 꺼내는 건 정말 진기한(친구에게 미안하지만) 일이다. 필사를 할 거라고 했다. 켈리 그라프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친구의 손 글씨는 정갈하고 곱다. 덕분에 나는 이런 책이 있는 줄 알았다. 친구에게 선물을 하려고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 드라마 대사로 하는 필사, 그래서 나는 드라마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 가장 기다리는 드라마 <연애박사>에 대해서 말이다. 아마도 올가을 내 키워드는 <연애박사>가 지배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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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첫날 친구는 여동생 둘과 중국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3박 4일의 짧은 기간이 친구에게 쉼이자 휴식이면 좋겠다. 함께 할 시간은 끝이 났고 우리는 다음 계절을 약속했다. 겨울의 어느 시기에 만날지 모른다. 첫눈이 내리는 겨울일지도 모르고 봄에 속한 겨울이 될 수도 있고 여름에 떠올리는 겨울일지도 모른다. 그때까지 10월의 무화과 시루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달콤함으로 풍성하게 채워진 하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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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6-10-29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릴때 자주 가던 곳인데 이렇게 유명해질지 몰랐어요 저는 거기서 빵 보다는 돈까스 먹는걸 좋아했는데...ㅋㅋㅋ

hnine 2026-10-29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2006년부터 그 동네에 살고 있는데 이사올 당시만해도 이 정도로 유명하진 않았고, 전 지금까지도 그곳의 시그니처 케잌들을 못먹어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