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 않은 소설은 물음표로 남는다. 그건 읽다가 만 소설도 마찬가지다. 소설을 좋아하면서도 때로 피로감을 느낀다. 서점가에서 독자에게 인기 있는 주제나 테마가 생기면 너도나도 그 테마를 따라잡는다. 내가 느끼기엔 그렇다. 당연한 흐름일지도 모른다. 다 읽지 않았어도 비슷한 느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도 새로운 소설은 좋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은 더욱 좋다. 여기 세 권의 소설이 주는 기쁨도 같다.
제목 그대로 짧은 소설, 그리고 긴 소설이다. 김혜진의 짧은 소설 모음인 『완벽한 케이크의 맛』, 이제는 마음산책의 대표 시리즈가 되었다. 짧은 이야기와 그림. 박혜진의 그림도 좋다. 김혜진의 단편, 장편을 만났기에 짧은 단편은 어떨까 궁금하다. 기존의 소설과 닮았을 것 같으면서도 약간은 다르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백수린의 첫 번째 장편 『눈부신 안부』는 백수린의 다정함이 곳곳에 묻어 있다. 『친애하고, 친애하는』이라는 경장편이 있지만 문학동네에 연재한 이 소설이 백수린에게는 첫 장편인 것 같다. 김혜진과 백수린, 둘 다 좋아하는 작가라서 읽기 전에, 읽으면서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뀐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 짧은 소설이자 가장 긴 소설인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 100쪽 정도의 얇은 책이 주는 울림이 대단한다. 뭐라 할 말이 많으면서도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 할까. 어떻게 이런 슬픔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전할 수 있을까. 꼭 끌어안고 싶은 마음을 참아내며 가볍게 스치듯 포옹을 하는 마음이랄까. 아무튼 좋다. 이 소설은 영화 <말 없는 소녀>로 만들어졌다. 기회가 되면 영화도 보고 싶다. 검색해 보니 개봉일이 오늘이다.
읽기에 치진 마음이 있다면 이런 소설을 추천하고 싶다. 짧은 소설, 그리고 긴 소설. 세 명의 여성 작가가 보여주는 섬세한 아름다움, 여성 작가가 마주하는 사회의 모습,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 한 꼭지 짧은 소설을 읽고 잠시 멈춰도 좋고 장편은 나중에 천천히 읽어도 좋다. 어떻게 하든 좋은 소설은 우리와 만나게 되고 읽게 되니까. 그 좋음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어떤 좋음은 누구나 같으니까. 6월엔 그 좋음을 즐겁게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