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심부름 국시꼬랭이 동네 17
이춘희 글, 김정선 그림, 임재해 감수 / 사파리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은 술도가에서 막걸리 심부름을 하는 이야기가 어쩌면 전설의 고향쯤으로 치부 돼 버릴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막걸리 심부름을 하긴 했지만, 난 술도가는 아니고, 우리 동네 구멍가게에서 막걸리를 처음 만들어 팔때 정말 노란 주전자에 엄마가 "막걸리 받아와라." 라고 하면 그 주전자와 동전 몇푼을 들고, 혹은 외상으로 정말 심부름을 간 적이 있다.  비록 초등학교 입학전이라 너무 오래된 기억이긴 하지만, 암튼 그 막걸리를 주전자에 받아오면서 흘린 기억도 있고, 그 입구에 입을 대고 마셔본 적도 있다.  그래서 그때 아버지가 피우시던 환희 담배나 거북선던가 암튼 그 담배도 기억나고 좀 좋은거 피시라고 해서 솔 담배를 샀던 기억도 있다.  그러고보니 나도 참 오래된 사람이긴 하네.


암튼, 그러다 어느 순간 막걸리가 고무 플라스틱이라고 해야하나 약간 흐느적 거리는 거기에 담겨 대량 생산이 돼 나오고 그러면 엄마랑 주위 아줌마들이 한잔씩 하면 난 그 옆에 있다가 같이 한잔 거들고.... ㅋㅋㅋㅋ 그때 그 막걸리가 참 맛났었는데..... 들고 흔들었떤 기억이 생생하네.



그래서 이 아이들이 막걸리 심부름을 가는 모습이 낯설진 않았다.  술도가가 좀 어색하긴 했지만, 우린 면에 가면 술도가가 있었던 기억은 있지만서도..... 암튼 심부름 갔다오면서 약간은 볼 빨개지는 일이 다반사였던 건 사실. ㅋㅋㅋㅋ

엄마는 막걸리를 좋아하셨고, 아버지는 소주를 즐기셨지만 여튼 뭐 그래도 막걸리 심부름은 나 아니면 작은오빠 차지.

지금 생각하면 엄청 가까운 거리였는데 그땐 왜 그리도 심부름 가기가 싫었던지.... 한두방울 흐르는 막걸리를 입에 대 보지만 그 맛만으로 심부름의 귀차니즘을 이기기는 쉽지 않았다.  역시 엄마가 용돈 몇 십원 혹은 몇 백원을 줘서 불량과자라도 사 먹을 수 있었어야 룰루랄라 가는게 심부름이지. ㅋㅋㅋㅋㅋㅋ



책 속 아이들은 그야말로 막걸리 맛만보다가 둘 다 취해버리고, 심지어 주전자가 굴러서 다 쏟아지는 대재앙(?!)이 발생하지만, 난 또 그런적은 없었네.  어차피 한두방울에 취하지도 않았고, 조금이라도 흘리지 않으려고 어찌나 신경쓰며 들고 왔던지.

그때 그 시절 생각하면 뭔가 아련하면서도 좋은 기억들이 생겨난다고 할까.

지금 생각해도 내 고향 시골은 책 속에서만 보던 이야기들이 펼쳐지던 곳이었으니까.

물론, 지금은 너무 변해버린 괴리감을 어쩔 수 없지만.......

여튼,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네.  막걸리 심부름을 하던시절.  지금 애들은 술 심부름, 담배 심부름도 안되는데 그때는 그게 아무렇치도 않았던 시절.

암튼 간만에 추억돋는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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