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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청부업자의 청소가이드 ㅣ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24
하들그리뮈르 헬가손 지음, 백종유 옮김 / 들녘 / 2012년 1월
평점 :
아, 이런...... 이 책을 읽고 울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사실 갈등이 좀 생기긴 한다. 분명, 무시무시한 살인청부업자의 이야기인데, 곳곳에 나를 웃기는 요소들이 쳐박혀 있고, 그렇다고 큰소리를 낼 만큼의 웃음을 짓게 할 만큼은 아닌, 또다른 뭔가가 있어서 이도저도 못하는 형국이 되어버린 책읽기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들녘의 세계의 작가시리즈 이고 보니 내용에서만큼은 못해도 반타작은 해주리라 예상은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살인청부업자 너무 웃겨주시는거 아닌가? 왜 엉뚱하게 다른나라로 새서는 한순간에 신부님으로 변해버리냔 말이다. 게다가 그 신부로의 변신도 신통찮아선 이리저리 버벅거리기 일쑤다. 아니, 당최 정말 당신이 67명을 총으로 쏴 죽인 살인청부업자가 맞긴한건가? 그냥 그저 그런 비계덩어리가 아니던가? 살인자라며? 게다가 전쟁중에도 사람을 꽤 죽인 살인자라며?? 근데도 당신 너무 웃겨주시는거 아닌가?
어디서 그를 무서워해야하는거지? 도대체 무서워할 이유가 없는 우리의 주인공 톡시다.
총이 없으면 살아갈 기운이 없지만 그래도 그는 총없이 꽤 많은 시간을 그 추운나라 아이슬란드에서 겪었고 엉뚱하고도 이상한 기독교 집단에서 회개하는데 성공하기까지에 이르니 전혀 무서워 할 수 없는, 아니 오히려 귀여워해야하는 살인청부업자 일 수 밖에 없다.
책 곳곳에서 느껴지는 블랙코메디는 주인공을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게 만들며 세상을 비틀어치기 하는 작가의 글 솜씨는 오호~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뭣보다 살인이라는 무거운주제를 아주 가볍게 펼치면서 어둡지 않은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사실 설정부터 재밌지 않은가? 살인청부업자가 실수로 신부님의 옷을 입고 한순간 신부님이 되어 버리는 사실이. 거기서 끝나는게 아니라 모든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한통속이 되어 살인청부업자를 숨기기에 급급하고 그를 회개시킴과 동시에 도저히 신고정신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책속의 사람들은 당최 어떤사람들인가 싶기도 하다.
멸공방첩을 외치던 우리의 투철한 신고정신과는 아주 상반된 모습이랄까? 하긴, 우리도 이제는 예전만큼의 그 투철함은 없어져 버려서 그저 남일 보듯 뭐든 신고라는걸 제대로 하지 않치만, 어쨌거나 그래도 상대가 살인청부업잔데도 이 사람들 너무 천하태평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어이없음에 피식거리고 만다.
물론, 아쉬움은 좀 있다. 초반의 엉뚱한 설정에서 꽤 흥미 있는 깊이가 있었다면 후반부에선 작가의 필력이 좀 딸리는지 약간 산으로 간 느낌이 없지 않다. 개인적으로만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좀 산으로 간다. 게다가 옮긴이의 너무 많은 괄호는 읽는 사람의 눈을 방해하기에 이른다. 솔직히 이책을 읽는 독자중 데이비드베컴이나 오프라윈프리를 모르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그외에도 굳이 필요치 않은 괄호가 많아서 이거 뭐냐? 싶은 기분이 들었던게 한두번이 아니다. 적당한 괄호는 우리를 아하~하는 지식의 깊이로 안내하지만 남발하는 괄호는 읽는 사람을 짜증나게도 한다. 그걸 적절히 사용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뭐, 그래도 블랙코메디적인 느낌의 글로 나름 선전한 책이 아닌가 싶다. 내용도 나쁘지 않고, 스토리도 후반의 아쉬움을 빼곤 나쁘지 않다. 단지, 이 책을 다 읽고 역시나 웃어야 할지 울어야할지 감은 좀 안 잡히긴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