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세계문학의 숲 16
제인 오스틴 지음, 고정아 옮김 / 시공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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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오만과 편견>을 접한게 20대 초반쯤이 아니었나 싶다.  그때 한참 고전에 빠져있었고, 고전을 읽는 즐거움으로 책읽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던 때였다.  그당시 제인오스틴을 만나고 나는 얼마나 흥분했었던가.  너무나 많은 세월이 흘러버려 지금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치만, 어쨌거나 나는 그뒤로 그녀의 팬이 됐었고, 그녀의 책들을 찾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어떤 책들은 번역의 오류로 읽는데 어려움이 따르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녀의 매력이 흠씬 묻어나는 책들속에 푹 빠졌었다. 

근데, 이번에 다시 시공사에서 <오만과 편견>을 펴냈다.  지금 시공사 시리즈를 모으고 있는 나로선 간만에 꽤 오래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만나 볼 수 있는 기회였고, 그 감동을 다시금 되새겨 볼 수 있는 기회라 덥석 책을 집어 들었다.  이거이거 표지도 어쩜 이리 멋져 주시는지.....

 일신서적 관계자분께는 죄송하지만 어쨌거나 십여년 전에 구입해 읽은 <오만과 편견>은 정말 표지가 '나 지루한 고전'라는 느낌을 팍팍 들게 한다.  지금도 이런 표지로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일신서적도 고전쪽에서는 번역이 상당히 매끄러워서 꽤 여러권 소장을 하고 있다.  근데, 역시나 표지는 지금의 시공사 표지에 비하면 아쉬움이 많이 남긴한다.

특히나, 나처럼 표지에 좌지우지 되는 인간에게는 겉표지의 중요성을 한번 더 느끼게 한다.  물론, 책 내용이 이미 검증된 <오만과 편견>이고 보면 내실이 중요하지 겉모습으로 보여지는게 중요하겠는가. 라고 따지고 들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요즘처럼 보여지는 시대에 되도록이면 이쁜 표지의 책을 읽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아무튼, 뭐 표지에 대한 칭찬은 그만 끝내고, 내용을 간만에 음미(?)해 보니, 처음엔 '어라? 내가 이책 읽은거 맞아?'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억이 전혀 나질 않았다.  물론, 큰 맥락은 기억나지만, 당최 주인공 엘리자베스가 편견을 가지고 들여다 본 인물이 누구였더라 부터 시작해서, 아, 빙리씨도 있었고, 제인도 있었고, 다아시씨도 있었구나.  라며 주인공들의 이름을 새삼 새롭게 되새길 수도 있었다.

 

이책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18세기쯤의 연애관으로선 꽤 깊이있게 감정선을 다루지 않았나 싶다.  특히나, 그시대쯤의 젊은 여성상으로는 파격적인 모습의 주인공 엘리자베스의 등장은 여자들도 남자들 못지 않은 의견 피력을 할 수 있으며, 내숭없이 활달할 수 있고, 그러면서 당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이야 그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냐 따질 수 있지만 그 시대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여성들의 목소리가 크지 않은 상태였다.  게다가 한사상속이라는 정말 시덥지 않은 제도로 아들이 없으면 부모님 재산인데도 물려받을 수 없었던 시절이니 만큼 이런 여성상이 나타나는 건 정말 쉬운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제인오스틴의 책은 파격이 아니었나 싶다.  게다가 남녀간의 사랑이야기가 지루함이 없이 감정선을 따라 읽어가다보면 어느새 그들의 사랑줄다리기에 나도 동화되는 느낌이 들어서 이들 사랑의 이루어짐을 무척이나 기대하게 하기도 한다.

 

가벼운 러브스토리로 치부해 버릴수 있지만, 2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읽히고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이 책이 우리에게 보여지는 사실들이 그저그런 사랑이야기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는, 시대를 아우르는 이야기이며, 한발 앞서 나간 이야기 이기에 우리는 고전을 읽으면서 배우고,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기르는게 아닌가 싶다.

 

간만에 만난 제인오스틴은 이제 막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딛는 나에게도 설레임을 선사했고, 지금은 세상에 조금 찌들어 버린 모습의 현재에서도 설레임을 선사했다.  그래서, 여전히 제인오스틴의 팬일 수 밖에 없고, 그녀의 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간만에 만난 제인오스틴, 역시나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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