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얼구나 강의 오른쪽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23
츠쯔졘 지음, 김윤진 옮김 / 들녘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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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최 이책의 제목은 솔직히 말하면 좀 어렵다.  아니 "어얼구나"라는 말이 잘 입안에 감기질 않는다.  그래서, 책을 잡고 있는 내내 제목이 헷갈렸었고, 강인지 강변인지 헷갈렸었다.  사실 책에 대한 아무 지식도 없이 이책을 집어든터라 아무 기대감이나 재미를 느끼진 못했었다.  그리고, 실제 몇페이지를 넘기면서는 '아, 무슨 사람 이름은 이렇게 많고, 대화체는 거의 없고, 완전 빽빽한 글밥이라니......'라는 사실에 좌절하고 말았다.  그래서,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고, 재미도 느낄수 없었으며 솔직히 말하면 지루하다는 느낌이 더 들었었다.

 

그런데, 글의 재미는 조금씩 조금씩 등장인물들의 이름에 익숙해지고, 그들의 삶에 익숙해지고 그녀가 속삭이듯 되뇌이는 자신의 구십평생을 돌아보는 이야기속으로 들어가다보니 꽤 흥미진진하고 한 인간의 삶에서 파생되는 많은 이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시간이 되고 있었다.

 

지금도 산속 어딨쯤에는 살고 있을 소수민족들의 삶을 다룬 이 책은 한여인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조용조용히 얘기를 하고 있다.  자신 부족들의 삶과 그들이 변함없는 삶속을 침투해오는 외부인들의 삶이 대비되면서 점점 쇠락해가는 소수민족의 이야기가 리얼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우리가 흔히 티비에서 보면 사냥을 하고 말린고기를 먹고, 사냥한 동물의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으며 양념이라곤 소금이 전부인 그런 유목민들의 삶이 그녀가 얘기하는 그네들의 삶이었다.  하지만, 딱히 그게 다라고 할 순 없는 뭔가가 이책엔 있다.  사람이 나고 죽음으로서 인생사에 대한 깊은 고찰과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평화스러움이 고스란히 글속에 묻어나고 있었다.

 

물론, 주술적인 면이나 현대 과학에서 설명하는 이야기들과 비교하면 조금은 황당한 듯한 이야기들이 없는건 아니지만 그들이 자연속에서 배워가며 터득한 삶을 비교해보면 그런 주술적이고 미신적인 이야기들도 무시할 수 없는게 사실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태어나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리고, 그들 이야기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넣은 글이었다.  비록 한 부족의 사람들을 일일이 이야기하다보니 너무 많은 이름이 나와서 솔직히 누가 누군지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깊은 서사적 느낌이 강한 책이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부족의 흥망성쇠를 볼 수 있는 대하드라마 느낌이랄까.

 

초반의 지루함만 잘 견딘다면 꽤 재미나고, 감동적이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런데 역시 글밥이 좀 많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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