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44년의 비원 - 새로 읽는 고종시대사
장영숙 지음 / 너머북스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역사책에 관심이 많은 내가, 요즘은 일본소설에 치중하느라 역사에 관한 책이 나와도 제때 읽지 못하고 넘어가기 일쑤다.  역사란 것이 얼마나 흥미롭고 재밌는줄 알면서도 재미에 치우친 독서를 하다보니, 예전 내가 읽어오던 책들을 가까이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안타까울 때가.....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만났으니, 덥석 집어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역사에 대한 또다른 해석,  그리고, 그속에 숨어있는 이야기들.  내가 바라던 이야기가 아닌가.

고종이라 함은 내 기억속에는 망국의 군주요, 힘없는 나라의 힘없는 임금으로 기억돼 있다.  게다가 자신의 자리 또한 제대로 차지 하지 못해 어릴때는 흥선대원군의 밑에서, 그리고 친정을 하고는 명성황후에 의지하는 의지박약의 군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 그다지 좋은 감정의 기억이 아닐 수 밖에.....   그런 고종에 대한 색다른 해석이라고 하니, 그동안 내가 지녀온 선입견을 어느정도는 바꿀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내심 기대가 컸다.  

일단, 이책을 읽으면서 저자 장영숙에 대해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많은 방대한 자료들에서 고종에 관한 연구와 연구.  그리고, 전혀 색다른 해석을 해 놓으므로서 고종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나에게 어느정도 있었으니, 저자의 의도에 맞아떨어졌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그의 작품에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어릴때는 알다시피 쇄국정책을 펼치는 흥선대원군의 밑에서 제대로 된 정치활동 할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아버지에게 감히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진속 흥선대원군은 작은키지만 사진속에서도 깊은 카리스마가 엿보였다.  사진에서도 그럴진데 실제로는 어떠했을지 안봐도 뻔하다.  아무튼, 그때는 고종이 한 일이라고는 어진군주가 되기위한 준비.  그야말로 공부에 공부를 매진하던 시기였다.  그렇다고 특출나게 공부에 열성을 보인건 아니지만, 일단은 정치쪽으로는 전면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혼과 더불어 성인이 되면서 곧 정치적 욕심을 드러내고 아버지를 물리치고 직접 정치속으로 뛰어든다.  아버지가 이루던 쇄국정책은 뒤로하고, 고종은 그야말로 개화사상에 목숨을 건다.  여러나라들과 교우하면서 친분을 쌓는 것과 동시에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청과 손을 잡고, 러시아와 협력하는 등 우리나라 주권을 지키기 위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모든 개화사상을 받아들이고, 외국과의 교류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강력한 군권만이 우리나라가 살길이라는 생각으로 다른나라의 군 교육자들을 초빙해 신식무기를 갖추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미 방대해지고 강력해진 일본군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강력한 군권이 오직 임금에게만 치중되게 하다보니, 임금을 처내면 그 군권이 와르르 무너진다는 아이러니도 낳았다.  어째꺼나 망국의 군주, 힘없는 군주라고 매도하기엔 고종은 나름대로 열심히 정책을 폈고, 외국과 접촉하면서 일본이 우리나라의 주권을 무력으로 빼앗으려 한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자 헤이그 특사를 파견하는 등 힘닿는 데 까지 노력한 증거가 엿보였다.  그러나, 시대는 이미 열강들에 의해 좌지우지 하는 상황이었는데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우방국이라 자처하는 미국도 그때는 이미 일본과의 밀약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우리나라 침략을 눈감아 주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벗어나려고해도 벗어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있었던 것이다.  모든 문제를 고종 한사람 만으로 탓하기엔 이미 그 손을 벗어나 버렸단 얘기다.  온화한 군주로서, 나라테두리 안에서는 괜찮은 정치를 펼 수 있는 군주였지만, 세계 열강속에서는 한낱 힘없는 쓰러져 가는 작은 나라의 임금일 수 밖에 없었다.

이책을 읽기전에는 고종이 뭔가를 시도했었다는 생각을 솔직히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읽어갈 수록 정치적으로나 나라를 경영함에 있어서, 나름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물론, 잘못 한 면도 많았지만, 그동안의 선입견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다.  어쩔수 없는 현실에 안타까워만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러나 그속에서 발버둥치는 고종의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예전에 고종과 관련된 소설을 읽었었는데 거기엔 완전 힘없는 군주로 묘사돼 있었는데 말이다.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정말 상당한 시각의 차이를 가져오는 것 같다.  물론, 소설보다는 이런 사실적인 책들이 그래서 더 믿음이 가고 진실되게 읽혀지는 지도 모른다.  어째꺼나 새로운 고종에 대한 44년간의 이야기 였다.  고종의 정치력보다는 그 시대 열강의 세월을 탓할 수 밖에 없음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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