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부주의자들의 그림책
박주영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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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쯤엔가 박주영작가의 <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를 만났다.  생각보다 신선한 감각과 감정이입이 잘되는 주인공이 등장해서 꽤 괜찮게 읽은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녀의 신작이 나왔을때 적잖은 기대감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부류의 소설이기도 했지만, 뭣보다 주인공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다고 해도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책을 덮는 그 순간까지 지겨움에 치를 떨어야했다.  이번 주인공은 감정이입은 물론이려니와 너무도 많은 감정의 나열로 책을 읽어내는데 웬 설명서를 읽어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주인공들의 심리상태란......

이책의 주인공은 어쩌면 지연이라는 인물일수 있지만, 엄연히 지연과 리나라는 두 주인공이 번갈아가며 "나"로 등장한다.  고등학교까지 미술을 전공하다 대학을 사회학과로 가는 아이러니한 지연과 사랑했던 남자에게 버림받고 사랑을 잃어버린 어린시절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리나는 스물두살의 어린나이에 열살이 차이나는 남자와 결혼을 한다.  그들의 삶은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전혀 일반적이지가 않다.  물론, 우리의 일반적 특성이 어떤 삶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알순 없지만 평범하게 결혼하고 아이낳고 살아가는 일상적인 삶은 아니라는 것이다.  생각의 깊이가 너무도 깊고 많은 그녀들은 그저 스치듯 넘어가야할 모든것들이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어쩌면 답답해 보이기까지 한 주인공들이었다.

십여년을 사귄 남자친구에게서 아무 의미를 찾지 못하는 지연에게서 나는 답답함을 느껴야했고, 짜증이 나고 말았다.  누구나 삶에서 크고 작은것에서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고자 하지만, 일일이 그렇게 살다보면 결국 스스로가 지쳐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그런 의미 부여보다는 대충대충 살아가는 것을 선택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연은 그렇치를 못한다.  물론 그녀의 모습에 일일이 뭔가를 찾거나 의미 부여를 하고자 하는 모습은 없다.  오히려 더 우리보다 대충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일탈을 벌이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모습들이 전혀 허트러져 보이지 않고 깝깝해 보이기만 한다.  일탈된 행동이 자유로워 보이지도 않고 자신의 틀안에 갇혀 허우적 거리는 모습만 보일뿐이다.  게다가 그런 두 주인공의 모습을 너무도 설명적으로 서술한 작가의 글을 읽는 내내 지루함을 보여줄 뿐이었다.  감정이입이 되지 않으므로 그녀들의 생각하나, 모습하나들이 지루한 설명서를 읽어야하는 숙제로 밖에 보이지 않으니, 지겨울 수 밖에......

좀더 밝음을 기대했기에, 그리고, 그녀들의 모습에서 진지한 삶의 고뇌와 더불어 감정적으로 와 닿을 수 있는 주인공을 기대했기에 나는 실망할수 밖에 없었고, 답답할수 밖에 없었다.  이런식의 박주영 작가의 글이라면 앞으로 그다지 만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뿐이다.  단 한편이 나를 사로잡았다면, 또다른 단한편이 나를 돌아서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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