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책 엄청 읽은 것 같은데, 리뷰 작성한 것은 몇 권 되지도 않는다. 

다만, 책읽다가 공감하는 문장 적은 것만 수두룩.

어떤 책을 읽었는지 기록을 하지 않아 다 알 수는 없고, 대충 블로그에 올라온 책들을 위주로

내 맘에 들어왔던 책들(사실은 내가 블로그에 올리는 책들은 거의 대부분 맘에 들어왔기에 올리는 것들이다)을 

나름의 이유를 달아 뽑아 봤다.

 

 

1.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문장들, 아름다운 글귀들

 

두 말 할 것 없이 완전 빠져버렸다.

처음엔 문장에 반해 스토리도 안 보고 문장만 읽었다. 다 훑어본 후에 그제야 스토리를 봤다.

당연 좋았다. 안 읽어보면 후회할 것이다. 분명!

 

마침내 등들이 밝혀지자 나는 넋을 빼앗기고 말았다. 따스한 촛불의 빛이 안쪽에서 고요히 새어나오는, 먹색 어둠 속에서 겹겹이 흔들리는 수백 송이의 붉고 흰 지등들. 이제 그만 집에 가야지, 어머니가 채근했지만 나는 걸음을 뗄 수 없었다.

 

 

이 귀엽고 사랑스럽고 예쁜 커플을 어쩔거야.
연애는 이렇게 하는 것이지. 이렇게 순수하고 예쁘고 착하고 진실되게...
그들의 대화만 봐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나도 이런 연애하고파!
 

언제고 우리 틈에 금이 가면 삶아서 마실까요?

라는 말에 당황해서 우리는 부부도 뭣도 아닌데, 라고 얼버무리자 무재 씨가 우산 속에서 싱글벙글 웃었다. 나는 흠, 하고 기침을 했다.

금슬은 잘 모르겠지만 무재 씨, 이렇게 앉아 있으니 배도 따뜻하고, 좋네요.

네.

그냥 좋네요.

하며 밤을 바라보면서 앉아 있었다.

 

 

 

김애란 작가를 다시 보게 만든 책이다.

시처럼 아름다운 문체, 단편의 묵직함이 싸~악 사라진...

단연코 올해의 책에 손꼽고 싶은 소설되겠다.

 

비는 비, 낮은 낮, 여름은 여름...... 살면서 많은 말을 배웠다. 자주 쓰는 말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었다. 지상에 뿌리내린 것이 있고 식물의 종자처럼 가볍게 퍼져가는 말이 있었다. 여름을 여름이라 할 때, 나는 그것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럴 수 있다 믿어 자꾸 물었다. 땅이라니, 나무라니, 게다가 당신이라니...... 입속 바람을 따라 겹치고 흔들리는 이것, 저것. 그것. 내가 '그것'하고 발음하면 '그것......'하고 퍼지는 동심원의 너비. 가끔은 그게 내 세계의 크기처럼 느껴졌다.

 

 

 

2. 나를 세상 밖으로 꺼내준 책들, 세상에 눈을 뜨게 한 그런 책

 

 

올해 내가 제일 많이 떠들고 다닌 책일테다.

여기저기 보는 친구들마다 읽어보라 권유하고 추천하고. 이유야 여러 가지라고 할 수 있지만

딱 하나 대라면 역시 몰랐음에, 아니 관심 두지 않았음에 대한 미안함이라고 하자.

이 책을 읽지 않았으면 난 아직도 그것에 대해 알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몇 년을 묵힌 후에야 읽게 된 책. 역시 놀랍고 놀라워서 말문이 막힌;;

이런 책을 이제야 읽다니, 한심하기까지 한 나.

나서지 못하면 관심을 가지고 지켜라도 보고 힘이라도 줘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해준 그런 책.

 

 

정치도 제대로 알면 재미(!) 있다는 걸 가르쳐준 책.

물론 나꼼수가 아니었으면 아직도 정치 같은 것은 나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했겠지.

먹고 살기에도 바빠 죽겠는데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3. 나의 취향, 나의 감성, 나의 시

 

안현미 시인의 시를 알게 된 것이 어쩌면 올해 줄기차게 시집을 사서 읽은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익히 알아왔던 시인들이 아닌, 몰랐던 시인들의 시에 관심을 갖게 했으니까.

그래서 고마운 시집. 그의 시로 도배를 하고 팠던 블로그.

 

내가 만약 옛사람이 되어 한지에 시를 적는다면 오늘밤 내리는 가을비를 정갈히 받아두었다가 이듬해 황홀하게 국화가 피어나는 밤 해를 묵힌 가을비로 오래오래 먹먹토록 먹을 갈아 훗날의 그대에게 연서를 쓰리 

'국화는 가을비를 이해하고 가을비는 지난해 다녀갔다' 

허면, 훗날의 그대는 가을비 내리는 밤 국화 옆에서 옛날을 들여다보며 홀로 국화술에 취하리 _와유

 

 

 

아, 올해의 시집이라고 말하고 싶은... 볼수록 매력적인 시인.

두 권의 시집을 통째로 갈아먹고 싶은(-.-)

그가 산문을 쓰면 정말정말 멋지겠다 싶은...

 

(…)

사랑이 끝나면. 끝나면 너의 손은 흠뻑 젖을 것이다

방금 태어나 한 줌의 영혼도 깃들지 않은 아기의 살결처럼

나는 너의 손을 움켜잡는다. 나는 느낀다

너의 손이 내 손안에서 조금씩 야위어가는 것을

마치 우리가 한 번도 키우지 않았던 그 자그마한 새처럼

 

너는 날아갈 것이다

날아가지 마

너는 날아갈 것이다 _새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그녀의 시집.

두 번째 시집을 기다리고 있던 터였는데...

그녀 덕에 알게 된 미황사에서의 행복했던 시간. 그보다 더 아름다운 시.

 

(…)

그대 이 언덕길 다할 때까지

넘어지지 말기를

청거리지 말기를

마음은 저물도록 발길만 흩뜨리고

그대 사라진 언덕길 꼭대기에는

그제 막 보태진 세상의 불빛 한점이

어둠속에서 참 따뜻했더랬습니다 _세상의 불빛 한점

 

 

 

제목처럼 상처 가득한 시들.

상처는 내가 바라보는 세월이랬나. 무조건 공감하며 밑줄 좍좍.

세상에 시인들은 말도 잘하지.

 

(…)

여기 별자리가 있어요 이 별들이 당신에게 길을 데려다줄 거예요 머리카락을 땅에 박으며 그녀가 짧게 말했다 꽃들은 이미 시들고 있었고 그녀의 눈은 다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제자리에 멈춰 선 그녀에게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어떤 말도 더 이상 내 입을 지나칠 수 없었다 그녀의 꽃들이 한꺼번에 후드득 떨어지는 순간 내 몸은 이미 별들이 데려다준 길을 따라 지도에 없는 마을 쪽으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지도에 없는 마을은 결국 혼자서 가야 하는 마을이었다 바람도 나무도 꽃도 승냥이도 송사리도 따를 수 없는 깊은 곳이었다_지도에 없는 마을

 

 

 

읽어도 읽어도 새롭게 읽히는 신기한 시집.

내 맘 같아서 공감하게 되고 밑줄 긋게 만드는.

역시 상처 가득한 시들.

 

(…)
빈 옷처럼 겨우 일어나 창 밖을 내다본다
개나리 진달래 목련
온갖 꽃들이 다 제 몸을 뚫고 나와 눈부시다
나무들은 그렇게 제 흉터로 꽃을
내지 제 이름을 만들지
내 안의 무엇 꽃이 되고파 온몸을 가득
이렇게 못질해대는가
쏟아지는 빗속에 선
초록 잎들이며 단층집 붉은 지붕들이며
비 맞을수록 한층 눈부신 그들에 
불쑥 눈물이 솟는다 나 아직 멀었다
아직 멀었다 _흉터 

 

 

 

시를 이렇게 써도 되는구나. 좋구나!

깨닫게 해준 시집. 정말!

여태까지 내 취향이라고 소개한 시들과는 다르지만 어찌 보면 비슷한 시.

아는 사람만 알 것.

 

(…)

사랑은 울컥이란 짐승의 둥우리지

굽이치고 깊어지는 것만이 흙탕물의 운명이라

첫번째 징검들에 발도 못 얹은 나에게

다시 펄펄 끓는 울화통을 들이미는 당신

숫된 부끄러움을 가리웠던 내 꼬리뼈 어디쯤

이슬도 말라버린 강줄기를 치고 올라와

기어코 나를 구유 삼은 당신

목젖 안으로 부젓가락을 쑤셔 넣고

너라는 짐승이 죽으면 내가 살겠지

울컥거리는 내 사랑의 숨통이여

등 돌려 아득히, 함께 돌아갈 수 있겠는지

눈길만으로도 얼굴을 가리던 손, 그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오던 가는 숨결로 _울컥이라는 짐승

 

 

헉, 빼먹을 뻔 했다.

알게 된지 겨우 며칠 안 되었지만, 올해 마지막으로 꼽을 내 취향의 시집.

그의 두 번째 시집 기다리고 기다림.

 

(…)종일 기우는 해를 따라서 조금씩 고개를 틀고 틀다가 가만히 귀를 기울려 오는 방향으로 발꿈치를 들기도 하고 두 팔을 살짝 들었다가 놓는 너가 아니 너와 비슷한 모양으로라도 오면 나는 펼쳤다가 내려놓는 형편없는 독서 그때 나는 어떤 손짓으로 어떻게 웃어야 슬퍼야 가장 예쁠까 생각하고 그렇게 나, 나, 나를 날개처럼 접어놓는 너 너 너의 짓들(…)

 

 

 

이 책들이 있어서 올해 즐거웠고 행복했다.

나머지는 다음에. 오늘은 여기까지만...

 

에세이와 소설, 전작, 인문...등등은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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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11-12-19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야별로 나눌 만큼의 분량이 되시는군요.. 흐흐...

readersu 2011-12-19 13:36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책 읽는 사람으로서 그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아, 잘난 척;)
때론 누군가에겐 식상한(!) 책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놀라운(!) 책이 될 수도 있는..흐흐
(라주님에게 추천해주고 올라온 리뷰 보고 헉, 했더랬어요.
이런 맞아,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거야.-.-;;)

라주미힌 2011-12-30 08:08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제가 요즘 뭘 읽어도 시큰둥해요..;;

이진 2011-12-19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근두근 내인생에서 저 부분이 좋으셨군요. ㅎㅎ 저는 저 부분이 어려워서 말이죠..

[희랍어 시간].. 한강이 저런 아름다운 문체의 작가였나요 ㅠ 끌립니다!

readersu 2011-12-20 10:12   좋아요 0 | URL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는 저 부분뿐만이 아니라 첫 문장부터 절 마구 끌었어요. 고르다보니 저 문장을 고른듯;;

<희랍어 시간>은 한강 작가의 책을 다시 다 읽어봐야겠다 싶게 만들었어요.
꼭 읽어보세요. 안 읽어보심 후회하실 거예요^^

비로그인 2011-12-20 0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안의 무엇 꽃이 되고파 온몸을 가득
이렇게 못질해대는가
저도 궁금합니다. ㅎㅎ

readersu 2011-12-20 10:13   좋아요 0 | URL
킹피셔님 서재의 글들을 보니 아침부터 가슴이 두근거립디다^^;;
 

오랜만에 고향엘 다녀왔어. 내년이면 열일곱 살이 되는 큰조카와 한 침대에 누워 불을 끈 채로 밤새 수다를 떨었지. 친구, 학교, 진로, 가족, 요즘의 관심사와 책 이야기 등등 그동안 쌓였던 얘길 나누느라 잠 잘 생각도 안했어. 하, 근데 말이야, 큰조카가 태어나 아장아장 걸어 다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열일곱, 세븐틴이라니! 감개무량하더군.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렀을까? 내가 열일곱 살이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말이야. 그때의 나는 어땠었지?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난 뭘 제일 하고 싶을까? 곰곰 생각해 보았어. 근데 이만큼 세월이 흐르고 보니, 제일 아쉬운 것은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는 것이더라고. 아마도 책하고 꽤나 친한(!) 직업을 가진 탓도 있고 주변에 온통 책, 책, 책이야기 하는 친구들밖에 없으니 그런 생각을 하는지도 몰라. 책 좋아하는 친구들은 어릴 때 나무와 대화를 나눌 정도로 상상력을 키웠다는데… 그런 추억을 얘기할 때마다 할 말이 없는 나는, 어릴 때 나도 책을 열심히 읽었다면 어땠을까,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지.

 

그래서 만약 지금의 ‘내’가 열일곱 살의 ‘나’에게 책 선물을 한다면, 어떤 책을 할까, 어떤 책이 지금의 나와 또 다른 삶을 살게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봤어. 머릿속에 떠오르는 책 다섯 권, 바로 이 책들이야.

 

열일곱 살의 내게, 열일곱 살이 될 조카에게,

세상의 모든 열일곱 살에게도 선물해주고 싶은 책.

 

그 첫 번째 책은 토머스 하디의 《더버빌가의 테스》야. 열일곱 살에 처음 《테스》를 읽은 친구는 그땐 '무자비할' 정도로 소녀의 편견을 가지고 《테스》를 읽었대.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최근에 《더버빌가의 테스》를 읽으면서 진심으로 테스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해. 아직은 어린 네가 비극적인 테스의 삶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냐마는 지금은 소녀의 마음으로, 나중엔 여인의 마음으로 읽어 보면 사회의 인습과 편협한 가치관이 한 여성의 삶을 어떻게 바꿨는지, 다른 느낌으로 알게 될 거야. 또 한 편의 서사시와 같은 문체와 그 당시 농촌 풍경을 묘사한 토머스 하디의 글은 10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도 읽히고 있는 이유를 잘 설명해주고 있어. 고전의 힘이랄까, 그걸 모르고 자랐던 열일곱의 ‘나’에게, 그래서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기도 해.

 

두 번째 책은 한창훈 작가의 《꽃의 나라》야. 이 책엔 열일곱 살의 소년이 나오지. 내가 이 책을 열일곱 살의 ‘나’에게 선물하려는 이유는 부끄러워서야. 친구가 어느 날 내게 이런 말을 하더군. ‘동시대에 있었던 일이었는데 어쩜 넌 그렇게 모를 수가 있었냐.’ 고. 그 말이 날 많이 부끄럽게 했어. 열일곱 살의 나와 열일곱 살이던, 그곳의 소년. 같은 시대를 살면서도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 한둘은 아니겠지만 무의식적으로 모른 척하진 않았을까, 생각했어. 어려서라고 말하기도, 몰랐다고 말하기도 미안한 일이지만, 세월이 지나고 보니, 정치적이든 아니든 세상에서 제일 나쁜 것이 ‘무관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 그러니 열일곱 살의 너는 꼭 잊지 말기를 바라. 시대의 아픔과 사건들 속으로, 비록 직접 뛰어들어 참여하고 행동하지 못하더라도 관심만이라도 가지길. ‘사실’을 알려고 하는 태도만이라도 유지하며 살길 말이야.

 

세 번째로 선물하고 싶은 이 책은, 어쩌면 열일곱 살의 ‘나’에게 가장 주고 싶은 책일지 모르겠어. 정영 시인의 《지구 반대편 당신》이라는 여행 에세이야. 시인인 저자가 지구 여기저기를 다니며 쓴 글을 모았어. 이 책엔 여행 책이면 으레 나오는 여행지의 정보나 관광지가 나오진 않아. 하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사진이 시인의 감성적인 글과 어울려 책을 덮는 순간, 어디든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열일곱 살은 꿈꾸기 좋은 나이. 이 책을 읽고 세상의 문을 열고 나갔을 때 경험하게 될, 보석과도 같은 순간을 꿈꿔보길 바라. (사실, 지금의 나는 세상의 문 앞에서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제일 아쉽거든.)

 

네 번째 책은 바로 정끝별 시인의 《시심전심》이야. 시는 마음을 읽는 거래. 시를 읽으면 왠지 차분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져. 좀 감상적이 되기도 하고 때론 압축된 짧은 시를 읽으며 가슴 아파하고 세상에 분노하기도 하지. 그동안 시를 어렵게 생각했었어. 아마 마음을 열고 시를 읽은 것이 아니라 공부를 위해 시를 먼저 접했기 때문일 거야. 은유로 가득한 시, 이해는커녕 오히려 시를 가까이하지 못하게 한 요인인 것 같아. 그래서 시인의 말처럼 ‘무엇보다 ‘교과서에 실린 시’를 읽는다는 것은 시를 정말로 좋아할 수 있도록, 시의 맛과 시의 정신을 느끼면서 풍요롭게 ‘맘껏’ 상상하며 읽어내야 하는 일‘ 인 것 같아.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열일곱 살 땐 왜 이렇게 ‘친절한‘ 책이 없었을까, 아쉬웠어. 시인이 되라는 것은 아니지만 공부보다는 마음으로 시를 가까이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 그러면 훨씬 감성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아, 이제 마지막인가. 이번엔 뜬금없지만 만화를 선물할게. 요시다 아키미의 ‘바다마을 다이어리’ 시리즈 세 권이야. 《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 《한낮에 뜬 달》, 《햇살이 비치는 언덕길》. 이 아름답고 따뜻한 만화는 열일곱 살인 너에게도 그대로 그 마음을 전해줄 거야. 자매가 없는 ‘나’는 분명 부러워하며 읽을 테지만, 네 자매의 평범하지만 소소한 일상을 들여다보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질지도 몰라. 살아 보니 인생이란 별 게 아니더라고. 뭐든지 ‘내’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더라. 그러니 항상 따뜻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면 좋겠어. 난 열일곱 살의 ‘내‘가 공부만 하고 교과서만 읽는 소녀가 아니길 바라니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인성이고 마음이라는 것. 어느 정치인만 봐도 알 수 있잖아. 

 

   

     

이렇게 다섯 권의 책을 열일곱 살의 ‘나’에게 선물하면서 곰곰 생각해봤어. 정말 이 책들을 열일곱 살에 읽었으면 지금과 조금은 다른 삶을 살았을까? 물론 알 수 없는 일이겠지만 어쨌든 책은 세상으로 통하는 문이야. 책이 주는 정보와 지식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을 주지. 열일곱 살의 ‘내’가 들으면 좀 재수 없는 말이지만 나이가 들어 보니 그렇더라. 어른들 말씀, 틀린 게 하나도 없다고. 그러니 책 많이 읽어. 난 세상의 모든 열일곱들이 항상 밝고 맑게 자라주길 바라. 그리고 많은 꿈을 꾸길 바라기도 하고 말이야.

 

그럼 이젠 안녕, 열일곱의 꿈 많은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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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1-12-16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저 [시심전심]책 샀는데!,
첫부분만 읽었는데 정말 좋은책인거 같아요.
깔끔하게 정리도 잘 되어있구

readersu 2011-12-19 10:48   좋아요 0 | URL
소이진 님 반가워요^^
시를 뒤늦게 좋아하면서 아주 반가워했던 책이었답니다.
공유한 책에 같이 공감하여 넘 좋네요^^
 

 

'티벳 소년' 같은, 심보선 시인이 나온다기에 아무 생각없이 따라간 시 낭독회.

전날 늦게 잠을 자는 바람에 몹시 피곤하여 그냥 가지말까,

하다가 낭독 장소가 회사 근처라 그냥 가기로 함.

친구랑 만나 저녁을 간단하게 먹고 찾아간 곳. <문지문화원 사이>

8시가, 20분도 더 남았는데 꽉꽉, 메운 독자들. 심보선 시인을 좋아하는 독자들인가? 싶은^^

이날 낭독 시인은 네 명, 김소연, 심보선, 이민하, 유희경.

 

  

아팠다던 김소연 시인은 오늘 퇴원하고 오는 길이랬다.

그래서인지 첫 낭송의 목소리, 아픈 탓에 끝내줬다^^;

이민하 시인은 꽤나 동안이시다. 심보선 시인은 머리 파마했다.

김소연 시인 아파 병원에 있는 동안 문병 안 왔다고 티박(!) 받았다. 해서

마지막 끝내는 말에 심보선 시인이 말하기를,

친구가 하루라도 병원에 입원하면 꼭 병문안을 갑시다!(ㅋㅋ티벳소년, 까칠 ㅎㅎ)

그리고

유희경 시인,


 

 

오늘의 시집이로다. 간만에 만난 시집. 이민하 시인이 읽어준 <해줄 말>이란 시.

낭송을 듣는 순간, 어 좋다! 하니 옆에 앉은 친구가 시들 다 괜찮아요. 한다.

유희경 시인이 말하더군. 닮고 싶은 시인은 심보선과 기형도라고.

낭송회가 끝난 후에 시집을 구입했다. 단돈 5,000원!! 5,000원의 값어치는 크다.

시를 읽으면서 내내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결코 편하지 않은 시라고 해도 그렇다.

 

"(…)언제나 그러하듯 슬픔은 완성되지 못한 채 낡아가는 집 같아서

사내는 붉어진 얼굴을 견디고 젖은 어둠이 흘러온다 어둠이 곧 촛불을 끌 것이다

한숨에도 흔들리는 사람이란 그런 것이다(…)"_어떤 연대기

 

"(…)비밀은 비밀이어야 한다고 나는 돌멩이처럼 말했다 내 말이 굴러가는 소리

물이 흔들리는 소리(…)"_深淸

 

"(…)더 갈 수 없는 오늘을 편하게 생각해본 적 없다 손끝으로 당신을 둘러싼 것들만 더듬는다

말을 하기 직전의 입술은 다룰 줄 모르는 악기 같은 것 마주 앉은 당신에게 풀려나간,

돌아오지 않는 고요를 쥐여 주고 싶어서(…)"_내일, 내일

 

"(…)어쩌면 구름은. 그냥 보이는 것이고. 그저 나는 풀썩, 구름 위에 앉고 싶어 하는

한 사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러니까 자꾸 풀썩, 풀썩, 하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_궤적

 

"(…)기억은 기억이 괴롭힌다 치마 아래 하얗게 일어난 보풀 같은 사람

뜯어낼수록 점점 더 많아지다가 버려지는(…)"_오늘의 바깥

 

이제 겨우 반을 읽었을뿐인데 이 외에도 맘에 들어온 시들이 많다.

내 스탈, 내 취향, 내 감성^^

어제 어떤 남자 분이 심보선 시인에게 그랬다.

아니, 누구이기에 내 마음과 꼭 같은 시를 썼냐고, 그렇게 느낀 사람이 어디 그 남자분 뿐이었겠어.

심보선 시인의 시는 누구에게나 그런 마음일 걸.

근데 유희경 시인의 시도 좋다. 

 

 

마지막 인사 말에 유희경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서명을 받으실 분은 이쪽으로 나오세요." 푸핫, 친구에게 서명이래, 하며 웃었다.

그래서 시집 사서 서명(!) 받았다.

날 보더니 어디서 본 것 같다고... 이런 말은 내가 꽤나 흔한, 지극히 평범한 인상이라는 건가?

글씨를 하두 작게 쓰길래, 글씨가 참 귀여우세요. 하니

못 써서 그렇단다. ㅋ

 

한동안은 또 유희경 시인의 시집을 읽느라 시간 보내겠다.

 

짬뽕이란 단어는 어떻게 발음해도 슬퍼지지 않는다

단단히 묶인 팔자 매듭처럼 풀리지 않는 숙취는

이토록 웃기다 거진, 습관이란 게 그런 거지만,

물에서 짬뽕 국물 맛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새인지 비행기인지 모를 것이 떠 있는 하늘에서

뭐가 내릴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날엔 내게 없는

아내가 식탁에 앉아 펑펑 쏟는 눈물을 보고 싶다

(…)_맑은 날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짬뽕,

 

진짜, 웃기는 짬뽕일세.

(짬뽕이란 단어는 아무리 써봐도 슬퍼지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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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8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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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8권이다! 무조건 사고 싶은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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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있었다. 서경식 선생의 《나의 서양음악 순례》, 서경식 선생에게 푹 빠진 친구가 언젠가 서경식 선생의 모든 책을 추천해주었음에도 응, 알겠어 하고 읽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만났다. 이번에는 기필코 내가 읽어보고야 말겠어. 하고도 한참을 뜸들이다가 읽었다. 그러니 처음으로 서경식 선생의 책을 읽는 셈이다. 한데 어랏, 시작부터 너무 좋잖아! 음악이 위험하다는 이야길 이렇게 풀어주다니 그만 혹해서 정신없이 책을 읽고 있었다.  

"그래도 그렇지, 저런 끔찍한 '광란의 장'을 오페라로 만들어서 상연하는 인간, 그것을 감상하며 싫증낼 줄 모르는 인간의 심리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이 뒷부분에 나오는 음악의 정의가 멋지시다. 음악에 빠지는 것은 여자에게 빠지는 것과 같은 것이란다. 오홋!)

원래 책이란 읽다 보면 비슷한 내용을 가진 책들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클래식에 대해 나는 문외한. 아는 것이라곤 소품 몇 곡이다. 서경식 선생은 처음 클래식을 들었을 때, 그 음악은 본인과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듣는 음악이라고 생각했단다. 사실 나도 그랬다. 음악 중에서도 특히 클래식은 취향과 분위기때문인지 뭔가 특별한 사람들이나 듣는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음악을 이해하며 읽어낼 만한 책도 못 읽었다. 뭘 알아야 읽지. 아,  딱 하나 있긴 있다. 몇 년 전에 읽었던 지휘자 금난새의 클래식 관련 책, 서평이벤트가 되어 읽었다. 의외로 쉽고 재미있었다. 그러면 클래식이라고 해도 조금이라도 이해하겠다는 자세로 읽으면 공감할 수 있는 것? 그걸 서경식 선생이 부추기는 것 같다. 나로서는 다른 분야, 다른 세계를 맛보는 것이니.

  

이런 책을 읽다 보면 앞에서도 말했지만 비슷한 책을 찾게 된다. 마땅히 없으면 관련 책이라도 눈에 띄는데 그 맘을 알기라도 하듯 우연히 이 책이 눈에 띄었다(그리고 순간적으로 한번 엮어보고 싶어진다). 이 책은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져서 들여다보게 된다. 클래식을 읽다가 세계음악을 읽는 재미. 좋을지 아닐지 그냥 봐서는 잘 모르겠지. 그래서 일단 챙겼다. 바로 음악칼럼니스트 강민석의 《바람이 속삭이는 너의 이름을》이다.  

오늘 아침, 비가 내려 버스가 엄청 막혔다. 설상가상으로 사고까지 났고 버스는 아무 생각없이 서 있기만 했다. 비가 내려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음악만 들으며 아이폰만 만지작거렸다. 그 시간이 엄청 길어지자 드디어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지겨워, 란 말이 저절로 나왔다. 가방을 뒤졌다. 책 한 권이 나왔다. 강민석의 책이다. 그래, 어떤 내용인지 간(!)이나 보자며 펼쳤다. 오홀, 흥미로웠다. 시작은 에디트 피아프. 그녀의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나도 안다. 꽤 많은 노래를. 하지만 그녀의 삶에 대해선 자세히 몰랐다. 책은 글이 길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쉽게 읽혔다. 이해도 쉬웠다. 술술 읽히며 맘에 들어오니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들이 들어보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결과. 당장 에디트 피아프의 셀력션을 찾았다. 죄다 다운 받아 들었다. 좋았다. 더구나 그녀가 진실로 사랑했다는 권투선수 마르셀 세르당을 위해 지은 '사랑의 찬가', 그 노래의 탄생이 이러했다니. 친구에게 말하자 <라비앙 로즈> 못 봤어? 한다. 못 봤는데.. 찾아봐야겠다. 친구 말로는 너무(!) 좋단다. 

 

점심을 먹고 알라딘에 들어왔다. '김중혁 추천, 산문집'이란 글을 봤다. 김중혁이 추천했다고? 그런 문구에는 혹, 해서 잘 넘어간다. 들어가봤더니 어랏, 이것도 음악 관련 책? 《청춘의 사운드》란다. 목차를 보니 검정치마, 황보령, 가을방학 같은 인디 음악가들부터 브라운아이드걸스, 노라조, 샤이니까지 다양한 우리나라 음악이다. 차우진이 누구인지는 몰랐으나 저자 소개에 보니 대중음악평론가, 란다. 갑자기 호기심이 확!(근데 왜 '짙은'은 없지?-.-)  

지금 읽고 있는 두 권의 책은 눈으로, 귀로, 날 즐겁게 해준다. 한 꼭지씩 읽으면서 음악을 찾아 듣고 있다 보니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좋다. 특히 오늘처럼 흐린 날 잘 어울린다. 그렇다면 차우진의 책 역시 맘에 들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음악은 사람들사이에서 공유의 즐거움을 준다. 내가 알고 있는 노래를 상대가 알고 있으면 갑자기 친근감이 생기고 만다. 이 노래 알아? 응, 그 노래 나올 때 나는 어쩌고 하다 보면 서로의 눈이 반짝거려진다. 달라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클래식이든 세계음악이든 또 우리나라 대중 음악이든 간에 '성장과 상실, 그 어디쯤엔가 있을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청춘의 시간을 음악으로 기억하는 이들과 함께 나누고픈 이야기'가 있기 마련일 것이다.

아무튼 다양한 책 세 권이다. 나는 그러하겠지만 기회가 되면 다른 사람들도 읽는 김에 같이 읽어보면 꽤 흥미로울 것 같다(이런 유도, 아무래도 직업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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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1-12-01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업병 맞습니다! ^^

readersu 2011-12-01 16:22   좋아요 0 | URL
그쵸????
뇌 발달은 잘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