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고 있었다. 서경식 선생의 《나의 서양음악 순례》, 서경식 선생에게 푹 빠진 친구가 언젠가 서경식 선생의 모든 책을 추천해주었음에도 응, 알겠어 하고 읽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만났다. 이번에는 기필코 내가 읽어보고야 말겠어. 하고도 한참을 뜸들이다가 읽었다. 그러니 처음으로 서경식 선생의 책을 읽는 셈이다. 한데 어랏, 시작부터 너무 좋잖아! 음악이 위험하다는 이야길 이렇게 풀어주다니 그만 혹해서 정신없이 책을 읽고 있었다.
"그래도 그렇지, 저런 끔찍한 '광란의 장'을 오페라로 만들어서 상연하는 인간, 그것을 감상하며 싫증낼 줄 모르는 인간의 심리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이 뒷부분에 나오는 음악의 정의가 멋지시다. 음악에 빠지는 것은 여자에게 빠지는 것과 같은 것이란다. 오홋!)
원래 책이란 읽다 보면 비슷한 내용을 가진 책들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클래식에 대해 나는 문외한. 아는 것이라곤 소품 몇 곡이다. 서경식 선생은 처음 클래식을 들었을 때, 그 음악은 본인과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듣는 음악이라고 생각했단다. 사실 나도 그랬다. 음악 중에서도 특히 클래식은 취향과 분위기때문인지 뭔가 특별한 사람들이나 듣는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음악을 이해하며 읽어낼 만한 책도 못 읽었다. 뭘 알아야 읽지. 아, 딱 하나 있긴 있다. 몇 년 전에 읽었던 지휘자 금난새의 클래식 관련 책, 서평이벤트가 되어 읽었다. 의외로 쉽고 재미있었다. 그러면 클래식이라고 해도 조금이라도 이해하겠다는 자세로 읽으면 공감할 수 있는 것? 그걸 서경식 선생이 부추기는 것 같다. 나로서는 다른 분야, 다른 세계를 맛보는 것이니.
이런 책을 읽다 보면 앞에서도 말했지만 비슷한 책을 찾게 된다. 마땅히 없으면 관련 책이라도 눈에 띄는데 그 맘을 알기라도 하듯 우연히 이 책이 눈에 띄었다(그리고 순간적으로 한번 엮어보고 싶어진다). 이 책은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져서 들여다보게 된다. 클래식을 읽다가 세계음악을 읽는 재미. 좋을지 아닐지 그냥 봐서는 잘 모르겠지. 그래서 일단 챙겼다. 바로 음악칼럼니스트 강민석의 《바람이 속삭이는 너의 이름을》이다.
오늘 아침, 비가 내려 버스가 엄청 막혔다. 설상가상으로 사고까지 났고 버스는 아무 생각없이 서 있기만 했다. 비가 내려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음악만 들으며 아이폰만 만지작거렸다. 그 시간이 엄청 길어지자 드디어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지겨워, 란 말이 저절로 나왔다. 가방을 뒤졌다. 책 한 권이 나왔다. 강민석의 책이다. 그래, 어떤 내용인지 간(!)이나 보자며 펼쳤다. 오홀, 흥미로웠다. 시작은 에디트 피아프. 그녀의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나도 안다. 꽤 많은 노래를. 하지만 그녀의 삶에 대해선 자세히 몰랐다. 책은 글이 길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쉽게 읽혔다. 이해도 쉬웠다. 술술 읽히며 맘에 들어오니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들이 들어보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결과. 당장 에디트 피아프의 셀력션을 찾았다. 죄다 다운 받아 들었다. 좋았다. 더구나 그녀가 진실로 사랑했다는 권투선수 마르셀 세르당을 위해 지은 '사랑의 찬가', 그 노래의 탄생이 이러했다니. 친구에게 말하자 <라비앙 로즈> 못 봤어? 한다. 못 봤는데.. 찾아봐야겠다. 친구 말로는 너무(!) 좋단다.
점심을 먹고 알라딘에 들어왔다. '김중혁 추천, 산문집'이란 글을 봤다. 김중혁이 추천했다고? 그런 문구에는 혹, 해서 잘 넘어간다. 들어가봤더니 어랏, 이것도 음악 관련 책? 《청춘의 사운드》란다. 목차를 보니 검정치마, 황보령, 가을방학 같은 인디 음악가들부터 브라운아이드걸스, 노라조, 샤이니까지 다양한 우리나라 음악이다. 차우진이 누구인지는 몰랐으나 저자 소개에 보니 대중음악평론가, 란다. 갑자기 호기심이 확!(근데 왜 '짙은'은 없지?-.-)
지금 읽고 있는 두 권의 책은 눈으로, 귀로, 날 즐겁게 해준다. 한 꼭지씩 읽으면서 음악을 찾아 듣고 있다 보니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좋다. 특히 오늘처럼 흐린 날 잘 어울린다. 그렇다면 차우진의 책 역시 맘에 들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음악은 사람들사이에서 공유의 즐거움을 준다. 내가 알고 있는 노래를 상대가 알고 있으면 갑자기 친근감이 생기고 만다. 이 노래 알아? 응, 그 노래 나올 때 나는 어쩌고 하다 보면 서로의 눈이 반짝거려진다. 달라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클래식이든 세계음악이든 또 우리나라 대중 음악이든 간에 '성장과 상실, 그 어디쯤엔가 있을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청춘의 시간을 음악으로 기억하는 이들과 함께 나누고픈 이야기'가 있기 마련일 것이다.
아무튼 다양한 책 세 권이다. 나는 그러하겠지만 기회가 되면 다른 사람들도 읽는 김에 같이 읽어보면 꽤 흥미로울 것 같다(이런 유도, 아무래도 직업병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