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귀엽고 사랑스럽고 예쁜 커플을 어쩔거야.
연애는 이렇게 하는 것이지. 이렇게 순수하고 예쁘고 착하고 진실되게...
그들의 대화만 봐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나도 이런 연애하고파!
김애란 작가를 다시 보게 만든 책이다.
시처럼 아름다운 문체, 단편의 묵직함이 싸~악 사라진...
단연코 올해의 책에 손꼽고 싶은 소설되겠다.
2. 나를 세상 밖으로 꺼내준 책들, 세상에 눈을 뜨게 한 그런 책
올해 내가 제일 많이 떠들고 다닌 책일테다.
여기저기 보는 친구들마다 읽어보라 권유하고 추천하고. 이유야 여러 가지라고 할 수 있지만
딱 하나 대라면 역시 몰랐음에, 아니 관심 두지 않았음에 대한 미안함이라고 하자.
이 책을 읽지 않았으면 난 아직도 그것에 대해 알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몇 년을 묵힌 후에야 읽게 된 책. 역시 놀랍고 놀라워서 말문이 막힌;;
이런 책을 이제야 읽다니, 한심하기까지 한 나.
나서지 못하면 관심을 가지고 지켜라도 보고 힘이라도 줘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해준 그런 책.
정치도 제대로 알면 재미(!) 있다는 걸 가르쳐준 책.
물론 나꼼수가 아니었으면 아직도 정치 같은 것은 나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했겠지.
먹고 살기에도 바빠 죽겠는데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3. 나의 취향, 나의 감성, 나의 시
안현미 시인의 시를 알게 된 것이 어쩌면 올해 줄기차게 시집을 사서 읽은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익히 알아왔던 시인들이 아닌, 몰랐던 시인들의 시에 관심을 갖게 했으니까.
그래서 고마운 시집. 그의 시로 도배를 하고 팠던 블로그.
내가 만약 옛사람이 되어 한지에 시를 적는다면 오늘밤 내리는 가을비를 정갈히 받아두었다가 이듬해 황홀하게 국화가 피어나는 밤 해를 묵힌 가을비로 오래오래 먹먹토록 먹을 갈아 훗날의 그대에게 연서를 쓰리
'국화는 가을비를 이해하고 가을비는 지난해 다녀갔다'
허면, 훗날의 그대는 가을비 내리는 밤 국화 옆에서 옛날을 들여다보며 홀로 국화술에 취하리 _와유
아, 올해의 시집이라고 말하고 싶은... 볼수록 매력적인 시인.
두 권의 시집을 통째로 갈아먹고 싶은(-.-)
그가 산문을 쓰면 정말정말 멋지겠다 싶은...
(…)
사랑이 끝나면. 끝나면 너의 손은 흠뻑 젖을 것이다
방금 태어나 한 줌의 영혼도 깃들지 않은 아기의 살결처럼
나는 너의 손을 움켜잡는다. 나는 느낀다
너의 손이 내 손안에서 조금씩 야위어가는 것을
마치 우리가 한 번도 키우지 않았던 그 자그마한 새처럼
너는 날아갈 것이다
날아가지 마
너는 날아갈 것이다 _새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그녀의 시집.
두 번째 시집을 기다리고 있던 터였는데...
그녀 덕에 알게 된 미황사에서의 행복했던 시간. 그보다 더 아름다운 시.
(…)
그대 이 언덕길 다할 때까지
넘어지지 말기를
휘청거리지 말기를
마음은 저물도록 발길만 흩뜨리고
그대 사라진 언덕길 꼭대기에는
그제 막 보태진 세상의 불빛 한점이
어둠속에서 참 따뜻했더랬습니다 _세상의 불빛 한점
제목처럼 상처 가득한 시들.
상처는 내가 바라보는 세월이랬나. 무조건 공감하며 밑줄 좍좍.
세상에 시인들은 말도 잘하지.
(…)
여기 별자리가 있어요 이 별들이 당신에게 길을 데려다줄 거예요 머리카락을 땅에 박으며 그녀가 짧게 말했다 꽃들은 이미 시들고 있었고 그녀의 눈은 다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제자리에 멈춰 선 그녀에게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어떤 말도 더 이상 내 입을 지나칠 수 없었다 그녀의 꽃들이 한꺼번에 후드득 떨어지는 순간 내 몸은 이미 별들이 데려다준 길을 따라 지도에 없는 마을 쪽으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지도에 없는 마을은 결국 혼자서 가야 하는 마을이었다 바람도 나무도 꽃도 승냥이도 송사리도 따를 수 없는 깊은 곳이었다_지도에 없는 마을
읽어도 읽어도 새롭게 읽히는 신기한 시집.
내 맘 같아서 공감하게 되고 밑줄 긋게 만드는.
역시 상처 가득한 시들.
(…)
빈 옷처럼 겨우 일어나 창 밖을 내다본다
개나리 진달래 목련
온갖 꽃들이 다 제 몸을 뚫고 나와 눈부시다
나무들은 그렇게 제 흉터로 꽃을
내지 제 이름을 만들지
내 안의 무엇 꽃이 되고파 온몸을 가득
이렇게 못질해대는가
쏟아지는 빗속에 선
초록 잎들이며 단층집 붉은 지붕들이며
비 맞을수록 한층 눈부신 그들에
불쑥 눈물이 솟는다 나 아직 멀었다
아직 멀었다 _흉터
시를 이렇게 써도 되는구나. 좋구나!
깨닫게 해준 시집. 정말!
여태까지 내 취향이라고 소개한 시들과는 다르지만 어찌 보면 비슷한 시.
아는 사람만 알 것.
(…)
사랑은 울컥이란 짐승의 둥우리지
굽이치고 깊어지는 것만이 흙탕물의 운명이라
첫번째 징검들에 발도 못 얹은 나에게
다시 펄펄 끓는 울화통을 들이미는 당신
숫된 부끄러움을 가리웠던 내 꼬리뼈 어디쯤
이슬도 말라버린 강줄기를 치고 올라와
기어코 나를 구유 삼은 당신
목젖 안으로 부젓가락을 쑤셔 넣고
너라는 짐승이 죽으면 내가 살겠지
울컥거리는 내 사랑의 숨통이여
등 돌려 아득히, 함께 돌아갈 수 있겠는지
눈길만으로도 얼굴을 가리던 손, 그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오던 가는 숨결로 _울컥이라는 짐승
헉, 빼먹을 뻔 했다.
알게 된지 겨우 며칠 안 되었지만, 올해 마지막으로 꼽을 내 취향의 시집.
그의 두 번째 시집 기다리고 기다림.
(…)종일 기우는 해를 따라서 조금씩 고개를 틀고 틀다가 가만히 귀를 기울려 오는 방향으로 발꿈치를 들기도 하고 두 팔을 살짝 들었다가 놓는 너가 아니 너와 비슷한 모양으로라도 오면 나는 펼쳤다가 내려놓는 형편없는 독서 그때 나는 어떤 손짓으로 어떻게 웃어야 슬퍼야 가장 예쁠까 생각하고 그렇게 나, 나, 나를 날개처럼 접어놓는 너 너 너의 짓들(…)
이 책들이 있어서 올해 즐거웠고 행복했다.
나머지는 다음에. 오늘은 여기까지만...
에세이와 소설, 전작, 인문...등등은 나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