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 - 용산 걸어본다 1
이광호 지음 / 난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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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친절한 여행 안내서도 아니고 글쓴이의 얼굴이 오롯이 드러나는 수필도 아니며 소설이나 시라는 이름의 문학은 더더욱 아닐 것'이라는 말로 시작한다. 처음엔 그저 그가 걷고 있는 길을 따라 걸었지만 읽다 보니 소제목처럼 "얼굴 없는 산책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그 산책자의 뒤를 따라 걸으며 그의 깊은 사유에서 저절로 떠오르는 나의 추억들과 생각을 나눠보고 싶었다.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는 [걸어본다]라는 주제로 작가들이 걸었던 도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첫 책으로 이광호 문학평론가의 "용산" 산책이다.

 

사실, 용산이라는 곳이 이렇게 큰 범위를 차지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그래서 처음 읽을 때만 해도 내가 아는 용산이란 지극히 좁은 동네, 서울역에서 한강 다리를 건너기 전, 배호의 가사처럼 '남몰래 찾아왔다가 돌아가는 삼각지' 그 근방이라고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전혀 아는 곳이 없을 것이라는 나의 예상과 달리 내가 알고 있는 '용산'도 많았다. 그 첫번째 장소가 용산전자상가이다.

 

용산전자상가로 가는 고가 밑에는 택배 회사가 있다. 밤이면 택배 차량들이 이곳에 밀집해서 주차를 하고, 밤에 이곳을 지날 때면 도로 가에 택배 상자들을 길거리에 부려놓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두운 밤거리에 쌓인 택배 상자들은 어딘가로 보내주어야 할 약속 같은 것이다. 노천에 쌓여 있는 그 약속들이 너무 허약하고 적나라해 보이는 것은 이 장소의 허술함 때문일 것이다. 밤이 되면 세상의 모든 안부와 약속 들은 갑자기 허약해진다.

 

단 한 번도 약속의 힘을 실감한 적이 없다. 약속은 언제나 무력한 자의 몫이다.

 

오래전 컴퓨터를 좋아했던 남자 친구와 데이트를 할 때면 항상 용산전자상가를 찾았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의 취향에 따라가기 마련이라 전자기계는 물론이거니와 컴퓨터의 컴자도 몰랐던 그때, 그 데이트는 그저 그 친구와 걸을 수 있다는 것 하나만이 위로가 되던 때였다. 지하철을 타고 내리면 긴 통로를 지나 전자상가로 들어선다. 컴퓨터 상가부터 시작해서 온갖 전자상가를 다 기웃거리는 일이 우리의 목적이었고, 가끔은 컴퓨터를 구입하고, 부품을 구하러 다니기도 했으며 친구들의 조립식 컴을 맞춰주기 위해 돌아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그 데이트도 그 친구와 헤어지면서 일단락되었고, 더 이상 용산전자상가에는 내가 갈 일이 없었다. 그곳은 내게도 이제 작가의 말처럼 '짧지 않은 시간 어렵게 작업한 데이터나 소중한 기억들을 대신하는 파일들을 순식간에 날려버린 사람들'만 가는 곳인 것이다.

 

그 완벽한 무력감에 대하여.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또 알게 될지도 모른다. 기억의 하드디스크는 언젠가는 반드시 망가질 것이며, 누군가가 그것을 복원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는 것을.

 

그다음 떠오르는 곳은 용산역이다.

용산역이라고 해서 용산역과 관련된 아름다운 추억이 아니라 너무나 깊이 내 뇌리에 박힌 한 이미지 때문이었다.

 

90년대 용산 전철역의 이미지는 기억 속에 실루엣처럼 남아 있다. 그 실루엣을 채우는 것은 대부분 붉은색의 이미지다. 붉은 얼굴의 군인들과 사창가의 붉은 불빛들은 지금 포장마차촌 알전구의 붉은 불빛으로 옮겨왔다. 기억 속에는 역사 앞을 오가는 군인들의 붉게 상기된 얼굴과 부대찌개나 감자탕집 같은 허름한 식당들의 이미지가 있다. 사창가에 대한 기억은 고등학교까지 그곳에서 다닌 미아리의 모습이 압도적이다. 미래와 현재에 어떤 확신도 사치스러웠던 한 시절. 학교 앞 개천 변의 유곽들은 짜장면집에서 몰래 보던 잔혹한 성인용 만화의 한 페이지 같았다. 미아리가 그랬던 것처럼, 용산역의 붉은 사창가들도 사라졌다. 붉은 불빛들이 새로운 환한 빛 속으로 사라진다 해도 이 거리가 붉은빛으로부터 풀려나는 것은 아니다. 거리는 붉은빛을 다 지우지도 못한 채 희고 불투명한 액체로 덧칠되었다.

 

용산역 근처를 가려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 근처에서 길을 잃어 헤매다 우연히 그곳을 지나게 되었다. '붉은 불빛'들이 모여 있던 그곳을 지나면서도 처음엔 뭐지? 했다. 그 안에 곱게 차려입은 여인들이 앉아 있는 모습을 차창을 통해 스쳐지나가듯 바라보며, 그제서야 아, 이곳이 '그곳'이구나. 했었다. 지나는 데 몇 분은커녕 몇 초도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그 스침의 광경은 슬로우비디오처럼 천천히 선명하지도 않고 뿌연 화면처럼 보였다. 그녀들은 어떻게 저곳에 가게 된 것일까? 그날 밤 내내 혼자 이런저런 상상을 했다. 이후 용산역은 내게 그 '붉은 불빛'들 속의 여인들이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후 우연히 그 부근을 지나게 되었는데, 그곳이 맞는지도 헷갈릴만큼 변해 있었다. 그녀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어떤 장소가 제의적인 공간이 되는 것은 우연에 기댄 것이다, 스쳐지나가던 골목길과 육교와 작은 공원과 카페가 어느 순간 가벼운 마음으로 지나치지 못하는 장소가 되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이 만들어지는 것은 오로지 사람의 의지가 아니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만드는 것은 우연이라는 이름의 사소한 운명들이다. 그 우연들에 운명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겠지만, 어떤 우연들은 삶을 일거에 다른 시간으로 돌려놓고 되돌아오지 못하게 만든다. 그 우연들의 의미를 찾아낸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삶은 피할 수 없이 잔혹해보인다. 어느 봄날 작은 벚꽃 나무 아래에서 나눈 이야기가 기억날 수 없고, 그 평온한 눈빛도 기억나지 않고, 다만 그 공간의 따뜻한 공기들과 상냥한 속도로 떨어져내리는 꽃잎의 리듬만이 기억난다면, 그리고 그 순간이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순간이 되었다면, 그 장소는 한 사람에게는 제의적인 장소가 된다. 그 봄날이 몇 번이나 지난 뒤에도 눈 오는 날 그곳을 찾아가 한참 동안 혼잣말을 하거나 무언가를 눈 속에 묻거나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짧은 대화를 나누는 사람. 혼자만의 비밀스런 의례를 치르는 사람은 그 장소의 주인이 아니라, 그 장소에 찔린 자이다. 장소는 긴 애도의 자리가 된다.

 

'우연이라는 이름의 사소한 운명'이 만들어준 또 하나의 장소, 이태원

이태원의 첫 기억은 친구와의 쇼핑이었던 것 같다. 서울에서 보세옷을 살 수 있던 유일한 곳. 서울만 해도 낯선 곳이었던 내게 이태원은 더더 이상한 곳이었다. 한국말은 통하지 않을 것 같았고, 분명 서울의 한 곳인데 외국인이 더 많아 보였던 곳. 가끔 클럽에 가기 위해 이태원을 찾기도 했었지만 막상 가본 곳이 기억에 남지 않은 걸 보니 그때의 나는 그 작은 용기조차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렀고 다시 찾은 이태원은 마치 처음와본 곳처럼 낯설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풍경이었다.

 

여행객이란 그런 것이다. 누군가와 장소의 스토리를 말해주기 전에는 그 장소의 의미를 알 수 없으며, 그 장소의 의미는 여행객의 시선 앞에 한없이 가벼워지거나 무화된다. 이태원에서는 모든 사람이 여행객이 된다.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이 거리는 여행객의 거리다. 여행의 시작은 알 수 있지만, 아무도 그 여행의 끝을 알지 못한다. 어떤 시간도 완전히 수습되지 않은 채 어느 순간 닫힐 수도 있는 길, 끝없이 도착이 연기되는 길의 시간을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쩔 수 없는 오인과 참혹한 우연으로서의 생은 결국 전모를 다 알기도 전에 불현듯 마감될 것이다. 이번 생의 여행이 어떤 장면에서 멈추게 되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생은 비밀로 남게 된다.

 

키가 크고 덩치가 있는 친구는 '큰옷'을 파는 곳에서 옷을 사야한다고 했다. 친구와 만나 그가 원하는 옷을 찾기 위해 '큰옷'을 파는 가게들을 드나들었다. 어릴 때 처음 이곳에 왔을 때의 느낌과는 사뭇 다른 느낌. 이제 이태원은 서울의 어느 곳과 다를 바가 없어보였다. 그저 이제는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외국인들이 조금 더 많이 보일 뿐이었다. 친구가 원하던 옷을 사고 헤어지기가 서운하여 이태원을 걸었다. 해밀턴 호텔 쪽으로 걷다가 골목길로 들어갔고, 골목길에서 배가 고파 어묵을 사먹었다. 다시 걷다가 우리가 간 곳은 보광동 방면의 앤티크 가구거리였다.

 

세상에는 세 가지 종류의 물건이 있을 것이다. 버릴 수 있는 물건과 버릴 수 없는 물건, 그리고 버릴 수도 없고 바라볼 수도 없는 물건. 세번째 물건이 많은 사람은 돌보지 않아도 되는 창고가 필요하다. 내게 가장 절실했던 공간.

 

이제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을 떠올리는 용산의 장소는 남산이다.

서울에 올라오신 부모님은 항상 남산 케이블카와 유람선 이야길 하셨다. 서울에 온지 몇 년이 지났어도 유람선은커녕 케이블카를 타볼 생각도 안 하던 터라, 그곳에 가보게 된 것도 부모님 덕분이겠다.

 

이태원의 번잡함이 지겨워져서 문득 어두운 하늘 저편을 보게 된다면, 그곳에는 어김없이 남산이 있다. 남산은 용산구와 중구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이것이 의미라는 것 중의 하나는 남산이 한양 도성과 그 외곽의 경계선이었다는 것이다. 남산은 서울을 보호하는 성곽인 동시에 서울에 진입하는 통로였으며 서울 시내를 정신적으로 지배하는 상징이었다. 이런 이유로 남산의 역사는 용산의 다른 지역들처럼 처절한 내력을 갖는다.

 

그후로 남산은 용산에 속하는 장소들 중에서 가장 자주 간 곳이 되었다. 친구들과 산책을 가기도 했고, 도서관에도 갔다. 남산 팔각정 옆에 있는 전망대에서 묶여있는 자물통들을 부러워했고, 서울시내가 보이는 레스토랑에 앉아 수다를 나누기도 했다. 어두워지는 서울의 모습을 전망대에서 보고 있노라면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넓고, 이렇게 많은 건물들과 차, 사람들. 저곳에 누가 살고, 저 차들은,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어느 하나 흐트러지는 것 없이 일제히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고 돌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상상. 그러고선 시골에서 서울로 와서 그래도 잘 살고 있구나, 하는 안도에 가까운 한숨을 내쉬기도,

 

이 거리에 영혼의 거점 같은 것은 처음부터 없다. 이곳은 영혼 밖에 있는 풍경. 이제 너와 함께 걸을 수 있는 것은 풍경 밖의 일이다.

 

용산을 걷는 작가의 뒤를 따라 걸으며 내가 떠올린 기억들은 어쩌면 용산이라고 한정하였지만 지방에서 살다가 성인이 되어 올라온 사람들이 느끼는 그 어느 곳하고도 상통할 것 같다. 용산만이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가 아니라, 내가 가장 오래 살았던 곳, 혹은 내가 자주 갔던 곳들은 모두 '지나치게 산문적'일 수밖에 없으리라. 그의 말처럼  '우연이라는 사소한 운명'이 그 어디에서라도 작동을 했을 테니.

 

어떤 장소는 기억 너머에 있고, 어떤 장소는 기억 이전에 있다. 영감을 주는 특별한 장소 같은 것이 있다고 믿기 힘들다. 가보지 못한 장소와 지나친 장소, 차마 지나치지 못한 장소가 있을 뿐이다. 멀리서 보면 장소는 무심하고 자명하며, 가까이서 보면 장소는 비밀스럽고 남루하다. 생의 매 순간 우울과 설렘 속에 자리잡은 특별한 장소가 있을 것이다. 평범한 장소가 문득 지울 수 없는 뉘앙스로 마음에 새겨질 수 있다. 익숙한 풍경이 낯선 시선 속에서 특별한 장소로 전환되는 그런 순간. 하지만 그 순간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으며, 그 순간에 대한 기억은 어떻게 보존될 수 있을까? 무감한 시간들을 견딜 수 있는 고유한 장소가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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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4-07-10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용산전자상가를 남친과 걸었던 적이...무단횡단 딱지를ㅠㅠ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에 수록된 「기차」는

레이먼드 카버가 존 치버의 단편 「다섯시 사십팔분」을 이어 쓴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존 치버의 단편을 먼저 읽어봐야겠지.

 

 

존 치버의 「다섯시 사십팔분」은 존 치버 단편선집 중 하나인

 『돼지가 우물에 빠졌던 날』에 수록되어 있다.

 

내용은 이러하다.

 

비서를 구하던 남자는 날씬하고 수줍음을 타는 살빛이 가무잡잡한 여자를 구했다. 그녀는 수수한 옷차림에 그저그런 외모와 줄이 나간 스타킹을 신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녀를 채용하고 며칠이 지난 뒤 그녀는 그에게 '자기는 여덟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었는데 그 뒤로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었다면서 자기에게 기회를 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고 했단다. 그는 그녀를 좀 더 알게 되자 그녀가 너무 예민한 탓에 외로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언젠가 그녀가 자신의 상상으로 그의 삶에 대해 말할 때, 그녀가 갖고 있는 묘한 박탈감을 남자는 느꼈다. 그녀는 유능했지만, 한 가지 흠이 있었다. 그건 필체가 그녀의 외모와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필적을 보고 그는 그녀가 어떤 내면적-어떤 정서적-갈등의 희생자였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그의 비서로 일한 지 삼 주쯤 되던 날, 그들은 술을 마셨다. 그녀의 집에서. 그가 그녀의 집에까지 간 것은 결국 하나의 목적을 위한 것이었고 서로 합의를 한 셈이다. 그는 '그녀의 망설임, 그녀의 관점에서 본다면 박탈감이 그에게는 어떤 결과도 생기지 않도록 해주겠다는 약속인 셈'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관계를 가졌던 많은 여성들 중 대부분이 자부심이 부족했으므로 그에게 선택이 되었으니까. 일이 끝난 후 그녀는 울었고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화장대 위에 놓인 쪽지에서 청소하는 여자에게 써놓은 글을 우연히 읽었고 다음날 점심 때 그는 인사과에 말해서 그녀를 해고해달라고 전하고 조퇴했다. 이유를 알 수 없던 그녀는 회사로 몇 번 찾아와 그를 만나보려 했지만 그는 만나주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그는 그녀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평생 원한 건 약간의 사랑뿐이었"다고.  그러니까 그는 그녀를 잘 몰랐던 것이다. "그녀가 처음에 몇 달 동안 입원해 있었다는 말을 했을 때 의심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는 것과도 같았다. 그녀의 소심하고 주저하는 태도, 그리고 얼간이가 끼적여놓은 부호들처럼 보였던 그녀의 필적을 경계하지 않았던 불찰을 후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실수를 돌이킬 길이라고는 없었"다는 것을 뒤늦게서야 알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해준다. 무릎을 꿇었고, 쓰레기 더미 속에 고꾸라져 울기까지 했다. 그제서야 그녀는 말한다.  "이제야 좀 속이 풀리네" 이야기는 그녀가 그곳을  떠나 역으로 가고, 남자는 그녀가 자기를 잊었다는 것, 그녀는 원했던 바를 성취했고 자기는 안전하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걸로 끝난다.

 

이후 그녀, 미스 덴트는 사람 없는 대합실로 간다고 레이먼드 카버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기차」가 시작된다.

 

 

대합실에 들어간 미스 덴트는 뒤이어 들어온 남녀와 인사를 나눈다. 그들은 그들만의 대화를 시작하고 그들의 대화를 미스 덴트는 듣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방해가 된다는 듯이 여자는 미스 덴트를 의식하지만 그녀 역시 그 자리가 불편하지만 막상 피할 곳도 없다. 여자는 미스 덴트에게 말수가 적다고 말을 하며 비아냥거리지만 그들은 그녀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말을 하기도 했고 둘만이 아는 대화를 하는 지라 무슨 말이라도 하며 끼어들어보려 했지만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망설이던 순간 기차는 도착하고 셋은 기차에 오르기 위해 걸어간다. 그 모습을 기차 안 승객들은  바라본다. 그들은 그들이 바라보는 대로 그 셋을 유추한다. 동반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테고, 이 늦은 시간에 왜 이 역에서 기차를 타는지 상상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내 기차 안 승객들은 그 셋이 자리를 잡아 앉자마자 셋에 대한 생각을 접어버린다. 그리고 그들을 보기 전에 했던 저마다의 생각으로 빠져든다. 옮긴이 김연수는 이 단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 소설은 존 치버가 쓴 「다섯시 사십팔분」이라는 단편을 이어서 쓴 작품이다. 그 단편에 나오는 두 인물 중 미스 덴트를 따라가면서 소설이 끝난 뒤에 일어난 일들을 카버가 다시 쓴 셈인데, 흥미로운 것은 시점의 변화다. 처음에는 미스 덴트가 시점인물이다. 화자는 미스 덴트의 생각까지도 읽는다. 그녀 앞에 등장하는 두 남녀는 차림새도 이상한데다가 외국어까지 쓰기 때문에 미스 덴트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 철저하게 미스 덴트를 시점인물로 하기 때문에 독자들도 그 두 남녀가 나누는 이야기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마지막 부분에 이르면 시점이 미스 덴트에서 기차에 탄 승객들로 느닷없이 옮겨지면서 미스 덴트 역시 이해받지 못하는 존재가 된다." 

 

다른 듯 비슷한 두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누군가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을 이어 가면 재미있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이번엔 기차를 탄 미스 덴트가 우연히 예전에 입원했던 병원의 간호사나 의사를 만나는 거다.

그렇게 해서 미스 덴트가 병원에 들어가게 된 사연을 알게 되는 거지.(-.-);;

너무 진부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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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미 시인의 새 시집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를 장바구니에 넣으면서 그것만 구매하기엔 뭔가 아쉬워 찜해주었던 책들을 같이 구매하려고 다시 보았다. 아는 언니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책 소개, 너무 하다. 앞으론 책소개 같은 거 하지 마라!" 참고로 이 언니는 내가 추천하는 모든 책을 구매하는 사람이다. 월 구매액이 얼마인지는 말 못함. 이런 언니 몇 명(^^)만 더 있어도 출판사는 절대로 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을 한다. 아무튼, 오늘 구매할 몇 권의 책,

 

줄리언 반스의 최근작이 나왔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표지도 제목도 달달구리하다. 소설이 아니고 에세이인데, 아내와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단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는 그가 자신과 아내에 관해 쓴 유일무이한 '회고록'이자 개인적인 내면을 열어 보인 에세이이다. 또한 동시에 이 작품은 가슴 아픈 러브스토리를 담은 소설이자 19세기 기구 개척자들의 모험담을 담은 짧은 역사서이기도 하다."

 

       

 

통영은 언제나 그리운 곳. 여행지 중에서 어쩌면 가장 많이 가본 곳일지도 모르겠다. 어제 아는 분의 책 리스트 사진을 보고 찜했던 책인데, 이 출판사는 통영에 있다. 페북으로 몇 번 본 것 같은데, 잊고 있었다. <통영 섬 부엌 단디 탐사기>, 여행서라기보다는 문화 기행, 통영의 역사, 문화에 관한 책이라고나 할까. 흥미롭다. "이 책은 먹을거리를 중심으로 한 섬의 생활문화와 자연에 순응하며 현명하게 살아가는 섬사람들의 모습, 그들이 지켜오고 있는 민속 문화를 생생히 담고 있다."

 

잡지에 실린 도서 리스트를 보며 어, 이 작가는 누구지? 했다. 요즘은 신인 국내 작가들을 잘 모른다. 그나마 "젊은작가상", 덕분에 많이 알게 되었는데, <센티멘탈도 하루이틀> 김금희 작가의 소설집이다. 등단이 5년이나 되었고, 소설집을 낼만큼 소설을 썼는데도 처음 들어보다니 ㅠㅠ 젊은 작가 소설, 더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 했다.

 

기다리던 책이 나왔다. <안녕이라고 말할 때까지>. 세상엔 평범한 삶을 살다가, 벼락을 맞은 것처럼 병이 찾아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녀도 그랬단다. 내 삶의 끝을 알게 되는 아픔은 직접 겪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 삶의 끝부분을 지혜롭게, 두려움 없이 무엇보다도 기쁘게 살기로 다짐했단다. 그 과정이 담긴 책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책이다. "무엇보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기쁘게 살아내겠다는 그녀의 의지, 기쁘게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그녀의 용기가 삶과 죽음에 대한 특별한 깨달음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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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새벽에 페북 들어갔다가 애정하는 안현미 시인의 새 시집 소식을 들었다.

 

그녀를 알게 되고, 그녀의 시집 <이별의 재구성><곰곰>을 읽고, 세번째 시집은 언제 나오냐고 매번 볼 때마다 묻지는 않았지만(^^), 궁금해했던 애정 독자로서 정말정말정말 너무너무너무 반가운 소식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새로운 시를 읽을 수 있게 되는 것은 행복하고 즐거운 일. 두고두고 아껴 읽어야지.

 

 

사랑

연암은 열하를 일러 '사나이가 울 만한 곳'이라 했다는데
당신은 바다를 일러 '사랑이 울 만한 곳'이라 한다

지금은 세계가 확장되는 시간

난 한번도 세계를 제대로 읽어본 적 없다
그건 늘 당신으로부터 사랑이 왔기 때문
그밖의 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아주 나중에 말할 수 있다

지금은 사랑이 확장되는 시간

물고기가 키스하는
이 명랑, 이 발랄!

우리는 본능적으로 어떤 시간을 활용할지 아는 연인처럼
혹은 맨 처음 바다로 나아간 최초의 사람처럼

우리는 진짜 인생을 원해

저 바람 좀 봐 애인을 도대체 어디로 데려가는 거야
저 파랑, 저 망망!

그리고 공연히 무작정의 눈물이 왔다

 

 

 

봄봄

 

 

그 봄으로 한 여자가 입장한다

 

 

망할 놈의 봄비

망할 놈의 제비

 

 

그 봄에 한 여자가 아프다

 

 

봄이 두개라면?

봄이 두부라면?

그 봄에 한 여자가 웃는다

 

 

자신이 끌고 다닌 바퀴 달린 가방처럼

테두리가 사라지고 있는 영혼처럼

 

 

다시 테두리로 되풀이되는

다시 테두리만 되풀이되는

 

 

 

구리

 

 

누군가 정성으로 아니 무심으로 가꿔놓은 파밭 그 앞에 쪼그려 앉아 파 한단을 다듬는 동안 그동안만큼이라도 내 생의 햇빛이 남아 있다면, 그 햇빛을 함께해줄 사람이 있다면, 여름과 초록과 헤어지는 일쯤은 일도 아닐까 무심으로 무심으로 파 한단을 다듬을 동안

 

 

망우리 지나 딸기원 지나 누군가 무심으로 아니 정성으로 가꿔놓은 파밭 지나 구리 지나 여름을 통과하는 동안 하얗게 하얗게 파꽃이 피는 동안 여름과 초록과 헤어지는 동안

 

 

 

 

아, 좋으다! 좋으다! 좋으다!

발문을 한창훈 쌤이 하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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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14-05-20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고기가 키스하는 이 명랑 이 발랄^^ 저도 좋으네요. 찾아 읽어봐야겠어요
 

아, 잊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친구 생일을 맞아 책선물을 했더랬다. 시리즈로 사주면 좋을 것 같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예판을 하기에 4권을 주문. 한데, 책 보내고 며칠 뒤에 세트로 나왔다. 그것도 가격 할인에, 선물로 에코백까지 주면서. 아놔, 친구에게 선물하는 거라 참았는데 옆에 직원이 에코백이 예뻐서 책을 구매했다며 보여줬다.  예쁘긴 하더라! 그런데 바빠서 잊고 있다가, 에코백을 보니.. 세트로 예쁘게 들어앉아있는(!) 책을 보니, 갑자기 기억이 나면서 짜증(!)이 좀 났는데... 솔직히 가격 때문에 더 열받았....-.-;;;

 

세트를 놓친 것은 어쩔 수 없다치고,(출판사들 다 예판 끝나면 이벤트 시작하니까) 가격은 내리지 말아야하는 게 아닌가, 싶네.(물론 세트는 싸게 파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그래도 예판 끝나자마자 약올리듯이...그러는 것은 아니지요..흥! 그나저나 예판도 혜택이 있었나?? 기억도 안 나네;;) 나야, 선물이었으니 선물 주면서 싼 거보다는 비싼 것이 좋겠지만.. 그래도 말이다. 내 소장용으로 샀으면 정말정말 열받아서 출판사 쳐들어갈 뻔..ㅋ

 

난 어차피 못 읽을 것 같아서 탐도 안 내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냥 왠지 막 억울해서, 출판사 마케팅 이해는 하면서도..그냥 막 억울해서...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이 개정판으로 예판 중이다. 구판이 품절되면서 이 책은 중고로도 꽤 가격이 올라갔다. 출판사 카페에는 잊을만하면 개정판 언제 나오느냐, 질문이 올라왔고. 이번에 빨간책방에서 이동진이 단편 하나를 읽어주기에 읽어보려고 책을 찾았는데, 헉! 책이 없다!! 분명 읽고 리뷰도 쓴 것 같은데, 책이 없다. 책이 어디 갔을까? 레이먼드 카버를 좋아하는지라, 친구에게 줬을 리도 없고, 빌려 읽을 리도 없는데.... 책이 어디 갔을까? 하긴, 그런 책이 한두 권이 아니다. 분명 꽂아둔 것 같은데 책이 안 보이는.. 책은 읽지 않고, 책만 사서 꽂아두니 그 책이 어디에 꽂혀 있는지도 기억도 안 나고... 이래서는 안 된다, 하면서도 자꾸만 책만 사서 꽂아두고..(아, 또 산으로 가는 글;;)

 

암튼,

더 이상 그의 신간을 볼 수 없기에, 두고두고 아껴가며(핑계임) 읽겠노라, 그의 책을 사두곤 안 읽었는데 이번에 <대성당>이 나오면 같이 읽어볼 생각이다. 아마, 처음 읽을 때의 느낌과 지금 다시 읽을 때의 느낌은 확연히 다를 거라 짐작이 된다. 소문에 의하면, 번역을 한 김연수 작가의 해설도 넘넘 좋다고...ㅋ 나, 연수 작가의 애정독자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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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ersu 2014-05-16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세트!
난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 생일 선물로 다시 주문을 했다. 세트로!(-.-).
친구는 에코백까지 받고 좋아했다.

근데, 아직 두권이나 더 나올 예정이라는 얘길 들었다.(완결이 6권?)
그럼 다음에 나올 때는 다시 또 6권을 묶을 예정인가?
차라리 그냥 그때 6권으로 묶어 세트로 팔지...
나머지 2권을 따로 사면 바..보 같..잖아..(뭐, 나는 안 샀으니..상관 없지만;;)

하양물감 2014-05-24 0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장바구니에 담았다가....망설이는 중입니다...
그런데 저는 어차피 박스는 와도 버리는 사람이라 (--)
세트박스에 넣어두면 예쁘긴 한데 어차피 책장에 꽂으면 똑같아서...
다만 가격할인이 개별 구매보다 차이가 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