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에 수록된 「기차」는

레이먼드 카버가 존 치버의 단편 「다섯시 사십팔분」을 이어 쓴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존 치버의 단편을 먼저 읽어봐야겠지.

 

 

존 치버의 「다섯시 사십팔분」은 존 치버 단편선집 중 하나인

 『돼지가 우물에 빠졌던 날』에 수록되어 있다.

 

내용은 이러하다.

 

비서를 구하던 남자는 날씬하고 수줍음을 타는 살빛이 가무잡잡한 여자를 구했다. 그녀는 수수한 옷차림에 그저그런 외모와 줄이 나간 스타킹을 신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녀를 채용하고 며칠이 지난 뒤 그녀는 그에게 '자기는 여덟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었는데 그 뒤로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었다면서 자기에게 기회를 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고 했단다. 그는 그녀를 좀 더 알게 되자 그녀가 너무 예민한 탓에 외로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언젠가 그녀가 자신의 상상으로 그의 삶에 대해 말할 때, 그녀가 갖고 있는 묘한 박탈감을 남자는 느꼈다. 그녀는 유능했지만, 한 가지 흠이 있었다. 그건 필체가 그녀의 외모와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필적을 보고 그는 그녀가 어떤 내면적-어떤 정서적-갈등의 희생자였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그의 비서로 일한 지 삼 주쯤 되던 날, 그들은 술을 마셨다. 그녀의 집에서. 그가 그녀의 집에까지 간 것은 결국 하나의 목적을 위한 것이었고 서로 합의를 한 셈이다. 그는 '그녀의 망설임, 그녀의 관점에서 본다면 박탈감이 그에게는 어떤 결과도 생기지 않도록 해주겠다는 약속인 셈'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관계를 가졌던 많은 여성들 중 대부분이 자부심이 부족했으므로 그에게 선택이 되었으니까. 일이 끝난 후 그녀는 울었고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화장대 위에 놓인 쪽지에서 청소하는 여자에게 써놓은 글을 우연히 읽었고 다음날 점심 때 그는 인사과에 말해서 그녀를 해고해달라고 전하고 조퇴했다. 이유를 알 수 없던 그녀는 회사로 몇 번 찾아와 그를 만나보려 했지만 그는 만나주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그는 그녀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평생 원한 건 약간의 사랑뿐이었"다고.  그러니까 그는 그녀를 잘 몰랐던 것이다. "그녀가 처음에 몇 달 동안 입원해 있었다는 말을 했을 때 의심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는 것과도 같았다. 그녀의 소심하고 주저하는 태도, 그리고 얼간이가 끼적여놓은 부호들처럼 보였던 그녀의 필적을 경계하지 않았던 불찰을 후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실수를 돌이킬 길이라고는 없었"다는 것을 뒤늦게서야 알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해준다. 무릎을 꿇었고, 쓰레기 더미 속에 고꾸라져 울기까지 했다. 그제서야 그녀는 말한다.  "이제야 좀 속이 풀리네" 이야기는 그녀가 그곳을  떠나 역으로 가고, 남자는 그녀가 자기를 잊었다는 것, 그녀는 원했던 바를 성취했고 자기는 안전하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걸로 끝난다.

 

이후 그녀, 미스 덴트는 사람 없는 대합실로 간다고 레이먼드 카버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기차」가 시작된다.

 

 

대합실에 들어간 미스 덴트는 뒤이어 들어온 남녀와 인사를 나눈다. 그들은 그들만의 대화를 시작하고 그들의 대화를 미스 덴트는 듣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방해가 된다는 듯이 여자는 미스 덴트를 의식하지만 그녀 역시 그 자리가 불편하지만 막상 피할 곳도 없다. 여자는 미스 덴트에게 말수가 적다고 말을 하며 비아냥거리지만 그들은 그녀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말을 하기도 했고 둘만이 아는 대화를 하는 지라 무슨 말이라도 하며 끼어들어보려 했지만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망설이던 순간 기차는 도착하고 셋은 기차에 오르기 위해 걸어간다. 그 모습을 기차 안 승객들은  바라본다. 그들은 그들이 바라보는 대로 그 셋을 유추한다. 동반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테고, 이 늦은 시간에 왜 이 역에서 기차를 타는지 상상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내 기차 안 승객들은 그 셋이 자리를 잡아 앉자마자 셋에 대한 생각을 접어버린다. 그리고 그들을 보기 전에 했던 저마다의 생각으로 빠져든다. 옮긴이 김연수는 이 단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 소설은 존 치버가 쓴 「다섯시 사십팔분」이라는 단편을 이어서 쓴 작품이다. 그 단편에 나오는 두 인물 중 미스 덴트를 따라가면서 소설이 끝난 뒤에 일어난 일들을 카버가 다시 쓴 셈인데, 흥미로운 것은 시점의 변화다. 처음에는 미스 덴트가 시점인물이다. 화자는 미스 덴트의 생각까지도 읽는다. 그녀 앞에 등장하는 두 남녀는 차림새도 이상한데다가 외국어까지 쓰기 때문에 미스 덴트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 철저하게 미스 덴트를 시점인물로 하기 때문에 독자들도 그 두 남녀가 나누는 이야기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마지막 부분에 이르면 시점이 미스 덴트에서 기차에 탄 승객들로 느닷없이 옮겨지면서 미스 덴트 역시 이해받지 못하는 존재가 된다." 

 

다른 듯 비슷한 두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누군가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을 이어 가면 재미있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이번엔 기차를 탄 미스 덴트가 우연히 예전에 입원했던 병원의 간호사나 의사를 만나는 거다.

그렇게 해서 미스 덴트가 병원에 들어가게 된 사연을 알게 되는 거지.(-.-);;

너무 진부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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