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새벽에 페북 들어갔다가 애정하는 안현미 시인의 새 시집 소식을 들었다.

 

그녀를 알게 되고, 그녀의 시집 <이별의 재구성><곰곰>을 읽고, 세번째 시집은 언제 나오냐고 매번 볼 때마다 묻지는 않았지만(^^), 궁금해했던 애정 독자로서 정말정말정말 너무너무너무 반가운 소식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새로운 시를 읽을 수 있게 되는 것은 행복하고 즐거운 일. 두고두고 아껴 읽어야지.

 

 

사랑

연암은 열하를 일러 '사나이가 울 만한 곳'이라 했다는데
당신은 바다를 일러 '사랑이 울 만한 곳'이라 한다

지금은 세계가 확장되는 시간

난 한번도 세계를 제대로 읽어본 적 없다
그건 늘 당신으로부터 사랑이 왔기 때문
그밖의 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아주 나중에 말할 수 있다

지금은 사랑이 확장되는 시간

물고기가 키스하는
이 명랑, 이 발랄!

우리는 본능적으로 어떤 시간을 활용할지 아는 연인처럼
혹은 맨 처음 바다로 나아간 최초의 사람처럼

우리는 진짜 인생을 원해

저 바람 좀 봐 애인을 도대체 어디로 데려가는 거야
저 파랑, 저 망망!

그리고 공연히 무작정의 눈물이 왔다

 

 

 

봄봄

 

 

그 봄으로 한 여자가 입장한다

 

 

망할 놈의 봄비

망할 놈의 제비

 

 

그 봄에 한 여자가 아프다

 

 

봄이 두개라면?

봄이 두부라면?

그 봄에 한 여자가 웃는다

 

 

자신이 끌고 다닌 바퀴 달린 가방처럼

테두리가 사라지고 있는 영혼처럼

 

 

다시 테두리로 되풀이되는

다시 테두리만 되풀이되는

 

 

 

구리

 

 

누군가 정성으로 아니 무심으로 가꿔놓은 파밭 그 앞에 쪼그려 앉아 파 한단을 다듬는 동안 그동안만큼이라도 내 생의 햇빛이 남아 있다면, 그 햇빛을 함께해줄 사람이 있다면, 여름과 초록과 헤어지는 일쯤은 일도 아닐까 무심으로 무심으로 파 한단을 다듬을 동안

 

 

망우리 지나 딸기원 지나 누군가 무심으로 아니 정성으로 가꿔놓은 파밭 지나 구리 지나 여름을 통과하는 동안 하얗게 하얗게 파꽃이 피는 동안 여름과 초록과 헤어지는 동안

 

 

 

 

아, 좋으다! 좋으다! 좋으다!

발문을 한창훈 쌤이 하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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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14-05-20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고기가 키스하는 이 명랑 이 발랄^^ 저도 좋으네요. 찾아 읽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