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책은 안 사야지(맨날 하는 다짐) 하고선 신간소개를 본다. 이 책은 페북에서 먼저 봐버렸다. 『어쩌다 당신이 좋아서』라는 제목이 낯설지 않았고 내 마음을 툭, 건들었기 때문인데 알고 보니 류근 시인의 시에 나온 거였다. 어쩐지 감성 살아있더라! 이 가을에 이렇게 잘 어울리는 제목을 가진 책이라니!  편집자의 짧은 책 소개와 사진을 보니 시인들이 첫사랑에게 보내는 서간문 형태의 에세이라고 한다. 표지도 편지 봉투처럼 디자인하여 예뻤다. 친필로 쓴 글도 실렸다고 한다. 안 살 수 없게 만들었으니 나는 오늘 또 책을 사고 만다.

 

 

만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을 때 만나고 사랑하는 것. 그것만큼 절실한 풍경이 어디 있을까. 그 비밀을 간직하지 못하는 심장은 타인의 기억에서 박동하지 않는단다. 그러므로 진정한 사랑은 전 생애를 비밀에 걸었을 때에만 이루어지지. 우리는 살아갈수록 비밀이 되어야 해.(윤성택)

울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나 때문이야, 난 너무 멍청하구나. 속으로 몇십 몇백 번이나 되뇌었던 말. 생각해보니 그때 나는 자책이라는 단어를 하나 배우게 되었던 거군요.(유희경)

지금 생각하니 꿈속의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분명 현실로 존재했었던 날들조차도요. 하지만 그 벽이 누렇게 변색되고 그 속의 나도 퇴색되어가리라는 것을 우린 알지요. 그리고 마침내 떼어내 버려진다는 것을요.(조윤희)

사랑의 뿌리는 아주 약하고 흔들리고 움직이기도 하지만, 마음과 마음이 서로 잘 포개지면 그 뿌리를 공중에서도 오래 붙들고 살아갈 수 있는 일다고 믿을래요. 그게 더 진짜 같아요.(박연준)

 

가을은 역시 시를 읽어야 하는 계절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병률 시인의 새 시집이 나왔다. 『눈사람 여관』, 책을 어제 받아놓고선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날씨 좋은 날, 공원의 벤치에 앉아 읽고 싶은데 시간이 안 난다. 결국엔 주말 늦은 오후 컴컴한 집, 어느 구석에서 쪼그리고 앉아 이 시집을 펼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이 시집을 읽으며 고개 주억거리고 감상에 젖을 것이다.

 

 

(…)

달의 저편에는 누군가 존재한다고 한다

아무도 그것을 알 수는 없고

대면한 적 없다고 한다

 

 

사람이라고 글자를 치면

자꾸 삶이라는 오타가 되는 것

나는 그것을 삶의 뱃속이라고 생각한다

_「면면」 중에서

 

 

나는 책 뒤편에 있는 '해설'보다는 친한 동료가 써주는 '발문'을 더 좋아하는 편인데 『눈사람 여관』의 발문을 애정하는 유희경 시인이 썼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단 한 명의 시인만 남겨둔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 일이 다른 누군가와 조금도 관계되지 않은 일이라는 인식이 달라졌다면 달라진 점이다. 그저 하얀 눈밭에 세워놓은 눈사람처럼, 한 사람의 시인이 녹고 있다. 무채색의 사람이다. 존재로 세계로 스스로의 몸을 만든 그런 사람이다. _발문에서

 

 

 몇 년 전에 히라노 게이치로의 트위터를 통해 『결괴』에 관한 얘길 들었다. 오랫동안 기다린 셈이다. 올해 1월 신문 인터뷰에서 “살인사건이 나면, 동네 사람들이 “저 사람이 저럴 사람이 아닌데”라고 말하잖아요. 그러나 한 사람 안에도 선한 모습과 악한 모습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 많고 어느 쪽이 적은지, 어떤 퍼센트로 나뉘는지가 중요하죠. 내 안에 여러 모습이 있지만 내가 편안하고 안식할 수 있는 부분을 늘려가는 삶이 평안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라고 한 기사를 읽었다. '나 스스로가 나를 포기하지 않게 할 거라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문학적 처방',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흥미롭다. 안 읽어볼 수 없다. 더구나 김연수 작가의 추천!

 

(…)

소설의 앞부분에서 히라노 게이치로는 평범한 인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한다. 심연에 이를 때까지. 거기서 뭔가 끔찍한 것이 툭 튀어나올 때까지. 그리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우리 모두에게는 마음의 짐처럼 '왜일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결괴』는 이 의문의 해답을 찾아가는 기나긴 여정을 통해 이 시대 악의 반대는 선이 아니라 행복이라는 놀라운 통찰에 이른다. _김연수

 

 

성석제 작가의 새 소설집이 나왔다. 제목은 『이 인간이 정말』이다. 새 소설집은 『지금 행복해』이후 5년 만이다. 8편의 단편에는 작가의 기억으로 포장된 우리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한다. 그의 문체를 알기에, 인생을 흔들만한 사건은 없어도 읽고나면 그래, 이만하면 괜찮은 삶이야, 느끼게 해줄 것이다.

 

남자는 여자의 립밤을 가리키며 "그거 자꾸 칠하는 거 중독이라던데. 거기다 중독성 물질을 넣었대. 그 성분 중에서는 입술 조직을 괴사시키는 것도 있다더라고." 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남자가 가고 난 뒤 여자는 길게 한숨을 내뿜은 뒤 언제부터인가 되플이해서 말해온 듯한 문장을 발음했다.

 

"됐다 새끼야, 제발 그만 좀 해라."

_「이 인간이 정말」 중에서

 

 

어쩌다 나는 당신들이 좋아서 이렇게 또 책을 샀다. 9월이 지날 때까진 절대로 안 사려고 했건만, 좋으면 어쩔 수가 없는가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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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고 가야하니까, 책은 조금만! 아니 그것보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아무리 많은 책을 들고 가더라도 결국 읽지도 못하고 다시 들고 오니까, 딱 2권만 가져가자고 속으로 다짐했지만, 오늘 출근하면서 배낭에 챙긴 책은 무려 6권. 오후에 한 권 더 챙겨서 지금은 7권이다. 몹시 고민중에 있다. 분명 다 못 읽을 것이다. 하지만 빼놓을 수가 없다. 못 읽더라도, 내 어깨가 빠지더라도 챙겨야 한다! 한데 문제는 오늘 집으로 책 세 권을 더 주문했다는 사실!(-.-) 아, 아무리 다 읽고 싶어도 욕심을, 버려야할 것 같다. 그런데!

 

 

 

     

 

『도자기 박물관』, 윤대녕 작가가 돌아왔다. 주말에 표제작을 읽고 푹, 빠져버렸다. 이럴 수가! 멋지다. 몇 년 전에 『제비를 기르다』가 나왔을 때 친구들 사이에 이 책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근데 그때 그냥 시큰둥했던 것 같다. 왜 그랬을까? 막막 후회하는 중이다. 집중을 해서 읽었으면 분명 좋아했을 텐데...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제비를 기르다』를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이 책에 대한 페이퍼를 최근에 다시 보고 궁금해졌다. 관심이 가는 책인데 예전에 구입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 번역이 좋다고 한다. 이 책을 구입했다고 하니 내 친구들, 다들 말하기를, 그걸 이제 구입했어? 한다. 헉!

 

 

『세상의 모든 아침』, 키냐르의 책은 얇으니까, 금방 읽을 것이다.....라고 지금 생각은 하고 있지만 얇다고 금방 읽는다는 보장이 없으니. 그래도 키냐르에게도 빠져봐야 할 추석.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이것도 읽어줘야 하는 책인데 얇아서 일단 챙겼다. 두껍지 않아야 일단은 들고갈 마음이라도 드니까.(-.-)

 

 

 

    

 

 

 

『눈에 보이는 귀신』, 파주북소리에 이 책의 작가인 리앙 선생이 온단다. 그에 맞춰 작가와 만남 행사가 있다.(http://cafe.naver.com/mhdn/72660) 통역은 번역하신 김태성 선생님이 하신단다. 책소개를 보니 호기심이 당긴다. 두 선생님을 만나는 소규모의 행사라서 기대!

 

 

『모든 게 노래』, 중혁 작가의 책, 봄만 읽고 아직 못 읽고 있다. 여름 가을 겨울. 다 읽고 나면 내 친구들처럼 추천 음악들 다 담아 들어야지.

 

 

『사슴 사냥꾼의 당겨지지 않은 방아쇠』, 이해경 쌤의 장편소설이 나왔다. '위태로웠던 젊은 날, 나쁜 피에 관한 기록'이란다. 제목도 독특하고. 작가의 말이 끌린다.

 

 

『제7일』, 구매한 줄 알았더니 아직도 안 하고 있었다. 깜놀라서 얼른 구매. 고향집으로 갈 것이다. 간만에 읽는 위화!

 

『팽이』, 좋아하는 작가, 최진영 작가의 소설집이 나왔다. 그녀의 장편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단편도 맘에 들어오리라 생각하며.

 

『오늘, 수고했어요』, 이수동 글 그림의 이 책은 정말 예쁘고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책 나온다는 이야기 듣자마자 기다리고 있었다. 양장 노트 선물로 주고 있다. 얼른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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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책이 온 지 겨우 이틀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또 다시 장바구니를 채우게 만드는, 작가들! 밉다, 미워! 아니 출판사를 미워해야 하는 건가?(ㅠ_ㅠ)

 

김중혁 작가의 에세이, 이번엔 노래다. 『모든 게 노래』 그래, 모든 게 노래란다. 어쩐지 읽어보면 내가 다 알 것 같은 노래다. 나는 김추자도 알고 비틀즈도 알고 벨벳 언더그라운드도 알고 팻 매스니도 알고(그들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냐고? 뭐, 암튼 다 안단 말이다)... 김중혁도 아니까 ㅋ 샛노란 표지도 예쁘고 제목도 예쁘고 김중혁도 예...암튼 사야 한단 소리다. 근데 말입니다, 예판 끝나고 작가가 그린 엽서 혹은 작가의 사인이 들어 있는 책, 뭐...이런 이벤트 하지 않겠죠????? 하면 미워할 거예요!!!!(-.-)->(근데 줌파 라히리 책은 언제 나오죠?^^;;)

 

『제7일』 무심코 넘겼는데 위화의 소설이다!!!!!!! 책소개를 보니 확, 당긴다. 당장 질러야 한다. 이런 책은!  표지가 삼삼(!)하다. 마치 잡지 같다, 라고 생각하고 미리보기를 했더니 엉? 그 글씨들은 다 어디로 갔지? 천천히 사려고 했는데, 책소개를 보니 궁금해서 당장 사야겠다.

 

 

 

『도자기 박물관』 윤대녕 작가의 소설집도 나왔다!! 건재하고 있는 작가들을 보면 너무 기분이 좋다. 책소개에 나온 "동요 '반달'의 가사를 차용하여 캄캄한 밤하늘과도 같은 삶을 헤맬 수밖에 없는 인간 존재의 아픔과 아름다움을 그려낸 '반달'은 윤대녕의 소설세계가 이전보다 정교하고 치밀해졌음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그리고 어느 봄날의 아름다운 편지 '상춘곡'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이 소설집의 첫머리에 실린 '비가 오고 꽃이 피고 눈이 내립니다'는 선물과도 같은 작품이다." 이 글을 읽으니 당장 읽어보고 싶다. 아, 이러니 자꾸 책을 사지 ㅠ_ㅠ

 

 

『아무것도 보지 못한 숲』 『달고 차가운』, 민음사에서 나오는 '오늘의 젊은작가'시리즈는 얇고 예뻐서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나올 때마다 사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조금 걱정이 된다. 민음사 카페에서 책 표지에 관한 글을 읽었는데, 처음 표지였다면 나도 사 모을 생각 안 했을 거 같다 ㅋ

 

 

『불멸의 작가들』 목차를 보니 익숙한 이름의 작가들이 많이 보인다. 호기심은 동하나 작가 인명 사전 같은 책일세. 현존하는 작가들이 많아 뭔가 새로운 느낌이 든다. 한 권 정도 있어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은 했다.

 

 

 

『백일야화』, 중세 아랍의 이야기 모음집이란다. 크레이그 톰슨의 『하비비』를 재미있게 봐서 그런지 궁금해진다. "인도와 이란, 이라크, 시리아, 아라비아, 이집트 등의 갖가지 설화가 한데 어우러져 세상에서 가장 격정적이고 신비로운 이야기로 우리의 밤을 매혹"한단다.

 

 

 

『낚싯대를 메고 산으로 간 거스 오비스턴은 왜?』 제목이 재미있네. 낚싯대, 라는 단어를 보니 낚시하고 싶어진다. "낚시밖에 모르던 스무 살의 외골수 청년 거스 오비스턴이 홀로 강 옆에서 살며 자연과 인생의 법칙을 깨닫는 과정을 매혹적으로 그리고 있는 유쾌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청춘 이야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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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 2013-09-05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마음산책입니다. 쨘! 여기로 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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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ersu 2013-09-09 18:08   좋아요 0 | URL
넵! 이미 응모를 했는데, 될 수 있으려나요? ㅎㅎㅎ

2013-09-09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09 1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매일 신간을 주목하고, 한두 권씩 장바구니에 넣어 적은 금액으로(적립금의 유혹을 뿌리치고 나는 항상 두세 권만 구입한다) 구매를 한다. 그러고선 나는 책을 많이 구매하지 않아요, 라고 지인들에게 말했다. 매번 5만원 이상 구매해대는 친구들을 보면서. 한데 언제부터인가 '고객님의 알라딘 멤버십 플래티넘 등급의 유효기간이 연장 되었습니다'라는 제목의 메일이 오기 시작했다. 무심결에 보았다가, 깜짝! 놀랐다. 난 정말 책을 많이 구입하지 않았는데 이게 웬일?(ㅠ_ㅠ) 

 

장바구니 구매욕구는 어느날 갑자기 똑똑, 문을 두드리며 나타난다. 문을 두드리면 열지 않을 수가 없다. 에트가르 케레트의 표제작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그렇게 지난 주에 사모은, 내 맘에 들어온 외국문학들!!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의 소설. 추천사가 장난 아니다. 띠지의 김영하는 둘째치고, 조너선 사프란 포어가 추천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이 책을 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끝내주게 재미있고 어둡고도 통렬하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카프카적이라 하고 싶지만 실은 가장 그다운 작품이다." 카프카적? 이 작가는 처음 본 작가다. 그러니 그의 작품을 두고 카프카적, 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동안 카프카와 비슷한 문체를 써왔다는 뜻일까? 그건 읽어보면 알겠지. 에트가르 케레트, 그는 이스라엘 작가다. 단편을 중심으로 문학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이스라엘 문학의 기수! 란다. 

 

짧은 이야기를 써온 작가의 글을 그동안 몇 권 읽은 것 같다. 환상적인 얘길 들려주는 일본 작가도 있었고, 풍자와 웃음을 주는 터키 작가도 있었다. 소설은 장편보다 단편, 그것도 짧은 글로 써내기가 더 힘들다는 얘길 많이 들었는데 내가 읽은 짧은 소설들은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그래서 이 소설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무조건적으로 끌리기도 했던 작품. 한데 저 추천사들!!!

 

모두 서른여섯 편의 짧고 환상적인 이야기가 현실과 초현실을 넘나들며 유머와 아이러니로 인간과 세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준단다. 더구나 출간에 맞춰 방한한다고 하니, 책 읽고, 그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길 들으면 일석이조이겠다는 생각. 

 

 

 

표지를 봐서는 세상의 모든 아침이 다시 올 것만 같은데 파스칼 키냐르는 "세상의 모든 아침은 다시 오지 않는다"고 한다. 표4에 적힌 본문의 내용을 보니 이해가 간다. 키냐르의 소설을 읽은 것은 『혀끝에서 맴도는 이름』뿐이었다. 그 책을 읽고 『은밀한 생』을 잡았으나 읽지 못했다. 그리고 『빌라 아말리아』를 사두고선 아직도. 그러고도 개정판이 나오니 또 구매부터 했다. 책 출간 순서대로라면 『세상의 모든 아침』을 먼저 읽어주는 것이 맞긴 하다.(-.-) 어쨌든, 간만에 키냐르의 문체에 빠져봐야지.

 

"활을 켤 때 내가 찢는 것은 살아 있는 내 작은 심장 조각이네. 내가 하는 건 어떤 공휴일도 없이 그저 내 할 일을 하는 거네. 그렇게 내 운명을 완성하는 거지."

 

 

 

지인의 추천으로 알게 되었다. 아흐멧 알탄의 『감정의 모험』. 여성 심리 묘사의 대가란다. 터키 작가인 아흐멧 알탄은 '터키의 밀란 쿤데라'로 불린단다. 내용은 우리가 익히 알던 불륜의 형식을 이어가는 듯한데…(읽는중) 정말, 여성 심리 묘사의 대가라는 말처럼 그가 써내는 감정의 묘사가 한마디로 죽인다(!) 새로운 욕망에 눈 뜨고,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에게 서서히 빠져들어가는 모습을 어찌나 잘 표현해냈는지! 읽다 보니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이 생각났다. 그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은데, 달랑 한 권 있는 것도 품절이네.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나타나는 순간적 변화, 감정의 파동, 우연에 의해 만나고 헤어지는 일, 의식의 저변에 숨겨진 갈망을 미리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를 안다면 고요한 바닷물에 갑자기 솟구쳐 오르는 괴물을 보았을 때 가련한 어부가 경험하는 공포와 비슷한 것을 느낄 것이다.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상대를 다 알 수는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어둠의 지대가 존재하며..., 어떤 사람이든 완벽하게 합치될 수 없다."

 

 

실비아 플라스의 시 전집이 나왔단다. 완역본! 언젠가 그녀의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보다가 마지막에 가스 켜놓고 자살하는 모습을 보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더랬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그녀가 자살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나는 자살이라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 충격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이후 그녀가 궁금했다. 

 

『벨 자』를 읽은 기억이 나기도 하는데 정확하지 않다. 이번에 시 전집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구매를 하려다가 『벨 자』의 개정판을 보았다. 시를 읽기 전에 그녀에 대해 먼저 자세히 알아야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벨 자』부터 읽고. 그나저나 4천원 적립금 줄 때, 빨리 구매해야 하는데 『실비아 플라스 시 전집』 (-.-)

 

 

 

파울로 코엘료의 새 책이 나온단다. 그의 잠언(!)과도 같은 글을 좋아하진 않지만 읽다 보면 이상하게 공감의 고개를 끄덕인다. 『아크라 문서』, 이번 책의 배경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단다.  "SNS를 통해 많은 독자들과 소통하면서,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거대한 절망에 빠진 모습을 보았습니다. 자기 존재가 쓸모없다고 여기며 꿈을 포기한 채 살고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두려움, 불안 등에 관한 모든 이야기는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소개에 올려둔 밑줄이 마음에 들어온다.

 

"홀로인 때가 없으면 자기 자신에 대해 알 수가 없다. 자기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하면, 내면의 공허를 두려워하게 된다.”

“쓸모 있는 존재가 되려고 애쓰지 말라. 그저 충실히 살려고 노력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런 글을 읽고 나면 궁금해진단 말이다. 귀가 어찌나 얇은지 마음에 안 듣다고 하면서도 장바구니에 넣고 클릭을 해대는 책수집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구한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이 책은 그래픽 노블인데, 지난 주에 크레이그 톰슨의 『하비비』를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니 지인이 추천해준 책이다. 사려고 하니 잠시 품절이 되어 있었다. 이벤트도 걸려있는데 품절이라니. 검색해보니 내용상 19금을 달아야 한단다. 어느 블로거의 글에 나온 이유로 봐서는 그다지 뭐, 19금을 달 필요가... 알람을 해두었더니 문자가 왔다. 어제 책이 왔는데, 일단 읽어보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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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3-09-04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이리 탐나는 책들로만!! 담달즈음엔 제 장바구니에도ㅋ 갑자기는 아마 낼 갑자기 오겠죠?^^

readersu 2013-09-05 11:16   좋아요 0 | URL
중혁 작가 책이 나왔잖아요! 장바구니에 넣지도 않고 바로 구매를 했을 것 같지만...ㅎㅎ 아, 가을은 독서의 계절!! 열심히 읽어요. 우리^^
 

아침에 일어나니 조금 쌀쌀했다. 어, 이제 가을이 왔나보다 생각하며 가을에 관한 시를 하나 찾아 읽어야지, 했다. 책꽂이에 꽂힌 시집을 하나씩 펼쳐보다가 '가을'은 못 찾고, '시인의 말'에 꽂혔다. 하나하나 맘에 들어오는 '시인의 말', 다 적고 보니 '참, 좋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생에 태어나면 '선천적' 시인으로 태어나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우리는 상처를 만드는 사람이면서

치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상처를 받은 사람이면서

자신을 힐난하는 데 그토록 많은 시간을 바친다.

 

징후와 예후만으로 이루어진

위독의 자리마다

모든 과장과 생략과 시치미.

 

진짜 같은, 의 핵심은 같은인데

진짜 같은 공포와 피로가

살갗에 제 발자국을 마구 찍는데

진짜는 없고 발자국만 있다.

 

위독의 자리,

훌륭한 칼잡이가 된다는 것.

훌륭한 칼놀림이란

죽이면서 또한 구하는 것.

그것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

_이현승, 『친애하는 사물들』

 

 

진정한 지옥은 내가 이 별에 왔는데

약속한 사람이 끝내 오지 않는 것이다.

사랑한다고,

그립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_류근, 『상처적 체질』


 

 


봄날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꽃다발 한목숨 바치는 것으로 될까!

 

훗날 훗사람을 위해

우리들 다 바치는 것으로 될까!

 

그래도, 그러는 사이에도

한세상 또 한세상

말없이 누구나 단풍 들고 낙엽 지고

말없이 봄볕 들고 새순 돋는다는 다정한 말,

나는 믿는다!

 

첫 울음소리 다시 들리는 날이다.

_이사라, 『훗날 훗사람』

 

 

 

(……)

 

 

사랑의 주소는 자주 바뀌었으나

사랑의 본적은 늘 같은 자리였다.

_이정록, 『정말』

 

 

 

 

내 슬픔에게 접붙인다.

감히 나는 이 가을이 너무 좋구나

감히 나는 살아 있구나

감히 나는 너를 사랑하는구나

감히 나는 눈물을 떨구는구나

감히 나는 목숨이 저 봄 같기를 소원하는구나

감히 나는 시시하구나

감히 나는 안녕하구나

감히 나는 시를 쓰는구나

 

부러 그리한 것은 아니었으나

내 존재로 인해 고통받았던 여인들

무덤 속에 있는 엄마와 태백에 있는 엄마

내 삶과 죽음의 공양주 보살들에게

‘감히’이 시집을 바친다.

_안현미, 『이별의 재구성』

 

 

 

돌아올 수 없는 추억은 아름답다

그런 추억일수록 

현실을 누추하게 관통해야 한다

모든 기억은 추억으로 죽어가면서

화려해지기 때문이다

_윤성택, 『감(感)에 관한 사담들』

 

 

 

 

결국 영원으로부터도  

 또한 순간으로부터도

우리는 소외되었다.

언제부터 너였는지 모르고

언제까지 나일는지 모른다.

 

그러므로,

새가 나는 법을 버리고

다만 나는 것처럼

어떤 약속도 바람도 없이

다만 시작되기를.

_신용목, 『아무 날의 도시』

 

 

가을, 나직하게 옷 속으로 스며드는 햇살은 여전하구나

이곳에 온전히 돌아왔다는 사실에 눈물이 나

절름발이가 되었고

허리도 굽었지만

 

 (……)

 

언덕 끝까지 이어지는 길

돌 하나

모든 곳에 함께 있었던 하늘

 

그래서 지금, 여기 모두들

있어줘서

 

고마워

_곽은영, 『불한당들의 모험』

 

 

 

 

수십 개의 단어와 한 사람을 동시에 떠올리는 일

나는 아직도 이런 일을 생각한다.

_유희경, 『오늘 아침 단어』

 

 

 

 

 

 

나도 당신처럼 한번 아름다워보자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나 멀리 흘렀다.

내가 살아 있어서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저 세상에 살고 있다.

물론 이 세상에도 두엇쯤 당신이 있다. 만나면 몇 번이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_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어떤 밤에 우리는 

 

연필의 검은 심을 모질게 깎고

 

이 고독한 밤을 바꿀 수만 있다면

이 고독한 밤을 바꿀 수만 있다면

 

서로의 얼굴을 백지 위에 갉작 갉작 그려 넣으며

 

납득이 가지 않는 페이지는 찢었다

_황병승, 『육체쇼와 전집』

 

 

 

 

(……)

 

간신히, 희망!

정말 희망은 우리에게 마지막 여권, 뿌리칠 수 없는 종신형인가 보다.

_김승희, 『희망이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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