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와 시험과 소환수 1 - NT Novel
이노우에 켄지 지음, 김애란 옮김, 하가 유이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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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개그물이라는 장르에서 『박살천사 도쿠로』이후 가장 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작품으로, 『이 라이트노벨이 대단하다! 2008』에서 8위를 차지하는 등 서평계에서의 평가도 높다고 해서 출간을 상당히 기대하고 있던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학원 개그물로는 토라도라를 가장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작품은 토라도라에 판타지적인 설정을 더한듯한 작품으로 만화 엠제로와 더욱 비슷한 작품이다. 지적으로는 떨어지지만 육체적으로는 강인한 주인공이 외모와 지적으로 뛰어난 여주인공 미즈키와 엮이는 줄거리도 비슷해 보인다. 물론 여주인공이 주인공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는것은 말할것도 없겠다.

시험 점수를 사용해 소환수를 불러내는 시험소환시스템이 주요 설정인데 시험소환시스템은 학생들의 학력저하를 해결하기 위한 동기부여로 도입된 것으로, 학생들은 점수의 상한이 없는 시험을 치르면서 그 점수로 소환수를 불러내어 승부를 하게 된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실력에 따라 대우를 달리 하는 분반제도로 A반은 SF작품에서나 나올법한 리클라이닝 시트에 냉난방 시설까지 완비한 갖춘 교실에서 수업을 받지만 F반은 곰팡이핀 다다미방, 책상은 탁구대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것이다. 그로인해 F반에 속한 주인공은 분반시험중 아파서 어쩔수 없이 F반으로 오게된 미즈키를 위해 반의 대표 유우지를 부추겨 A반과 반을 바꾸기 위해 반 대항 전쟁을 시작한다. 그 과정이 웃기기도 하지만 더욱 웃긴건 캐릭터들이다.

어쩔 도리가 없는 바보인 주인공 요시이 아키히사, 가끔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지만 역시 바보인 학급대표 사카모토 유지, 보건체육(성교육) 점수만 높은 과묵한 츠지야 코타 등 바보 캐릭터들에 의한 만담류의 개그가 정말 웃기다. 특히 남학생이지만 웬만한 여학생보다 예쁘게 생긴 키노시타 히데요시의 호모개그가 인상적이다. 2권을 본 사람에 따르면 호모개그가 점점 많아진다는데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재미있었기 때문에 더욱 기대된다.

또한 에피소드 사이사이에 삽입되어 있는 바보테스트도 상당히 재미있는데 주요 인물들이 시험에 답한 내용과 그에 대한 선생님의 코멘트를 첨부한 것으로 바보같은 답도 그렇지만 선생님의 반응이 웃음을 유발한다.

한마디로 개그, 학원, 판타지, 배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만족할만한 작품으로 진지한 내용이 전혀 없기 때문에 개그 일변도의 분위기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라 할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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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모에 - 혼이여 타올라라!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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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굵직한 대중 문학상을 휩쓸며 일본 대중 소설계를 평정한 기리노 나쓰오의 신작이라 읽게 되었다.
기리노 나쓰오는 <아임 소리 마마>,<아웃>등 추리, 스릴러, 하드보일드류의 작품을 주로 썻는데 최초로 순문학적 작풍을 시도해 궁금하기도 했다. 솔직히 줄거리를 보면 국내 텔레비전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의 일본판을 보는 듯하다는 평가처럼 추리, 스릴러를 주로 읽는 나의 취향과는 거리가 있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기리노 나쓰오의 이름만 믿고 읽어 나갔다.
아, 중간에 몇번 못 읽어야겠다는 고비가 있었으나 끝까지 읽었다. 끝까지 읽을수 있었던 것은 이 작품의 주인공인 도시코 여사와 아들,딸의 관계가 우리집과 유사성이 있어서 감정이입이 잘 된 덕분이었다.

우선 나이대가 비슷했고 최근 20년간 하시던 문방구를 정리하시고 돌아온 가정주부가 되신 어머니나 갑자기 남편을 잃은 도시코 여사나 큰 상실감을 겪는 다는 점에서 비슷했다. 그리고 뮤지션이 되겠다고 도미했으나 자리를 잡지 못하고 돌아와 어머니에게 의지하려는 아들의 모습에서 아직 독립하지 못하고 취직하지 못한 내모습이. 31살인데 제대로된 직장없이 파트타임으로 살아가는 딸의 모습에선 같은 상황인 누나가. 이래저래 끼워맞춰 나가며 감정이입이 되서 주인공이 보여 주는 일탈과 자립 욕구의 표출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답게 주인공이 겪는 고난의 강도가 수위는 낮춰졌지만 여전해서 재미있었다. 남편과의 사별 이후 혼자의 삶을 준비하는 도시코 여사 앞에 찾아오는 남편의 과거, 재산 분할, 자녀들과의 분쟁, 남자의 접근 등은 중년 여성이라면 인생 속에서 한번쯤 겪어볼 만한 문제이기에 현실감이 있어서 몰입이 되었다. 그리고 각 문제에 대처하는 도시코 여사의 선택이나 동기 역시 과장되지 않고 진솔했다.

<다마 모에>라는 제목이 참 적절한것 같다. 혼이여 타올라라는 부제때문에 혼불이라는 작품 제목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평범한 가정주부로서 중년이 된 여성이 남편과의 사별 이후로 각종 문제에 부딪히며 이겨나가는 모습이 혼이여 타올라라고 외치는듯 보인다.

작가 개인적으로도 여러 의미를 지닌 소설로 이라지만 나에게도 여러 의미를 준 작품이다. 어머니와의 관계에 변화를 모색해 보는 계기가 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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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세상을 점령하다 - TBWA KOREA가 청바지를 분석하다
TBWA KOREA 지음 / 알마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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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리바이스 블랙진이 입고 싶어져서 검색하다가 알게된 책이다. 그리고 평소부터 인상적인 광고를 만들어서 관심을 갖고 있던 광고회사 TBWA KOREA에서 쓴 책이라 해서 읽고 싶어졌다.

책 표지부터 우둘투둘한게 청바지랑 질감이 비슷한데 내용도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서 패션잡지의 한 코너를 보는듯한 기분을 준다.

TBWA KOREA의 신입사원 7명에게 독특한 입문 교육을 시키며 "청바지를 읽어라. 청바지는 무엇이 크리에이티브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 질문에 대한 7명의 답을 한명씩 챕터로 분류해 풀어놓았다.

리바이스 블랙진을 검색하면서 알게된 사실들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서 조금 재미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대부분 신선한 시각으로 청바지를 바라봐서 TBWA KOREA의 신입사원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CHAPTET5. 보보스_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에서는 청바지를 입은 보보스의 위상이 정장을 입은 부르주아를 넘어섬으로써 자연스럽게 청바지의 위상도 올라갔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올라간 위상에 맞추어 프리미엄진이 등장하고 프리미엄진이 등장함으로써 청바지는 기존의 편안하고, 자유로운 옷에서 프리미엄까지 그 영역이 확장된 것이다. 천막 쪼가리에서 어떻게 현대처럼 고가의 청바지가 등장하게 되었을까 궁금했었는데 보보스의 역할이 컷던 것이다.

CHAPTET6. 다양화_“진정한 종교”가 되다 에서는 프리미엄진은 무엇이 다른가에 대해 알수 있었다. 디자인과 소재, 디테일에서 기존의 청바지와는 다른 차별화로 몇배의 값을 받는다는 것. 잘 알지 못했던 프리미엄진에 대해 알수 있어 좋았다.

지름신을 영접한 듯이 뜬금없이 청바지에 대한 욕구가 생겨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은 책인데 여러가지 정보도 얻고 청바지 하나 갖고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청바지를 구입하려는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청바지를 구입해야 할지에 대한 정보도 얻을수 있고 평소 청바지를 즐겨입던 매니아라면 내가 사랑하는 청바지가 어떤 역사를 갖고 있나에 대한 소양을 쌓을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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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시에이션 러브
이누이 구루미 지음, 서수지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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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반드시 두 번 읽고 싶어지는 소설이라는 소개가 인상적이라 관심을 갖게 된 작품이다. 마지막 세 줄을 읽는 순간 모든 것이 뒤바뀐다!는 소개도 인상적이었는데 정말 말 그대로 책의 마지막 세 줄을 읽는 순간 앞에 읽었던 이야기가 전부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서술 트릭을 사용한 작품중에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가 최고의 반전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은 마지막 세 줄의 반전을 경험하고도 바로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꼬인 작품이었다. 꼬였다는데 얽히고 설키고 한것이 아니라 착각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다 읽고 해설을 읽었는데 해설 앞부분에 내가 생각했던것이 착각이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것이 재미포인트라서 참 설명하기가 어렵다. 아무튼 광고문구가 거짓이 아닌 작품이라는 점은 보증한다. 

제목인 이니시에이션 러브는 작품속의 설명에 따르면 사랑의 통과의례 라는 의미다. 이니시에이션 러브라는 제목이 확 와닿지가 않는데 사랑의 통과의례 라고 하기도 연애와 미스터리가 적절히 섞인 이 작품의 성격을 보여주기는 힘들것 같다. 연애 소설과 미스터리의 완벽한 조화라는 소개문구도 있는데 나는 주로 살인이 등장하는 미스터리물만 읽어서 이 작품을 끝까지 읽는데도 살인사건이 일어나지 않아 뭔가 했다. 굳이 따지자면 연애의 미스터리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수 있겠다.

줄거리는 1,2부로 나뉘는데 1부는 대학 시절 마지막 여름 대타로 나간 미팅에서 스즈키가 마유를 처음 만나 한눈에 사랑에 빠지고 여름과 가을, 계절을 지나 크리스마스이브의 달콤한 밤까지 서툴지만 차곡차곡 쌓여가는 소중한 시간을 함께 보내며 두 사람은 사랑을 키운다는 것이고 2부는 졸업 후 마유를 위해 시즈오카에 있는 회사에 취직한 스즈키지만 도쿄 발령을 받고 만다. 어쩔 수 없이 원거리 연애를 시작한 두 사람 사이에 생기는 거리감과 스즈키의 여자 직장동료와의 관계진전이다.

1부를 읽으며 왠지 연예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던 기억이 났다. 동급생 같은 옛날 연예시뮬레이션 게임. 왜나하면 여자와 연애를 시작하고 서서히 관계가 친밀해진뒤 극적으로 베드신을 펼치는 과정이 게임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내가 로맨스 소설을 거의 않읽어서 생각나는게 게임일뿐인지도 모르겠는데 아무튼 게임처럼 상당히 진한 베드신이 펼쳐진다. 동급생을 해본 사람이라면 기대해도 될만큼 자극적이다.

마지막 반전이 없었다면 그저 평범했을 연애물이라 반전을 말하지 않고는 더 이상 이 책에 대해 말할것이 없다. 256페이지의 가벼운 분량이니 빨리 읽고 한번 더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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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자국 - 드래곤 라자 10주년 기념 신작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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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피를 마시는 새』이후 3년 동안 침묵하던 이영도가 드디어 장편소설 『그림자 자국』으로 돌아왔다.『드래곤 라자』출간 10주년을 기념해 출간된 작품인데 10년전 한번 읽고 나서 다시 읽지 않아서 전작과의 연관성은 잘 알수 없었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핸드레이크나 길리언 왕자는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드래곤 라자』로부터 약 천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후, 미래를 정확하게 예언하는 예언자와 마법사 아프나이델의 강력한 무기를 놓고 벌어지는 인간과 드래곤의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간단히 줄이면 바이서스의 왕이 전쟁을 일으키고 패배하는데 예언자가 그걸 알면서도 예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왕비가 잡아다가 고문을 한다. 그리고 못넘는 담이 없는 왕지네라는 여자가 있는데 예언자의 예언을 훔치려 담을 넘었다가 예언자와 친해지고 예언자를 구해낸다. 풀려난 예언자는 떠돌다가 여자 화가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된다. 하지만『드래곤 라자』에 등장했던 이루릴이라는 앨프가 드래곤의 의뢰를 받고 예언자를 3년동안 감금한다. 그리고 화가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반전과 슬픈 전쟁이 벌어진다.

작품초반 ~지요. ~어요. 같은 구연동화를 듣는듣한 분위기로 이야기가 진행되서 조금 당황했다. 듀나의 작품도 이런 어투가 등장하는데 독특하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연출해서 좋아한다.

다작을 하지 않아서 인지 『눈물을 마시는 새』나『피를 마시는 새』도 그렇지만 이 작품도 참 구성력이 뛰어나다. 엔딩과 어우러지는 프롤로그나 각 문단에 가름 그림이라고 세가지 캐릭터의 그림이 들어가는데 이것이 작품이 흐름에 따라 변한다. 그것은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림자 지우개라는 최종병기에 의한 내용의 혼돈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 그림자 지우개는 상대의 존재를 세상에서 완전히 지우버리는 병기인데 그로 인해 재구성되는 세상이 묘사되므로 이 가름 그림이 없었다면 작품의 재미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헷갈렸을 것이다. 그림자 지우개라는 설정은 독창적인것은 아니지만 이 가름 그림의 사용은 아주 신선했고 재미있었다.

비교적 최근에 읽은 이영도의『눈물을 마시는 새』나『피를 마시는 새』가 생각나게 하는 이영도 다운 작품이었다. 진지한 주제, 적절한 진행, 경쾌한 유머. 유치하지 않은 판타지를 읽고 싶은 사람에게 꼭 맞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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