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피를 마시는 새』이후 3년 동안 침묵하던 이영도가 드디어 장편소설 『그림자 자국』으로 돌아왔다.『드래곤 라자』출간 10주년을 기념해 출간된 작품인데 10년전 한번 읽고 나서 다시 읽지 않아서 전작과의 연관성은 잘 알수 없었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핸드레이크나 길리언 왕자는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드래곤 라자』로부터 약 천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후, 미래를 정확하게 예언하는 예언자와 마법사 아프나이델의 강력한 무기를 놓고 벌어지는 인간과 드래곤의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간단히 줄이면 바이서스의 왕이 전쟁을 일으키고 패배하는데 예언자가 그걸 알면서도 예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왕비가 잡아다가 고문을 한다. 그리고 못넘는 담이 없는 왕지네라는 여자가 있는데 예언자의 예언을 훔치려 담을 넘었다가 예언자와 친해지고 예언자를 구해낸다. 풀려난 예언자는 떠돌다가 여자 화가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된다. 하지만『드래곤 라자』에 등장했던 이루릴이라는 앨프가 드래곤의 의뢰를 받고 예언자를 3년동안 감금한다. 그리고 화가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반전과 슬픈 전쟁이 벌어진다. 작품초반 ~지요. ~어요. 같은 구연동화를 듣는듣한 분위기로 이야기가 진행되서 조금 당황했다. 듀나의 작품도 이런 어투가 등장하는데 독특하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연출해서 좋아한다. 다작을 하지 않아서 인지 『눈물을 마시는 새』나『피를 마시는 새』도 그렇지만 이 작품도 참 구성력이 뛰어나다. 엔딩과 어우러지는 프롤로그나 각 문단에 가름 그림이라고 세가지 캐릭터의 그림이 들어가는데 이것이 작품이 흐름에 따라 변한다. 그것은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림자 지우개라는 최종병기에 의한 내용의 혼돈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 그림자 지우개는 상대의 존재를 세상에서 완전히 지우버리는 병기인데 그로 인해 재구성되는 세상이 묘사되므로 이 가름 그림이 없었다면 작품의 재미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헷갈렸을 것이다. 그림자 지우개라는 설정은 독창적인것은 아니지만 이 가름 그림의 사용은 아주 신선했고 재미있었다. 비교적 최근에 읽은 이영도의『눈물을 마시는 새』나『피를 마시는 새』가 생각나게 하는 이영도 다운 작품이었다. 진지한 주제, 적절한 진행, 경쾌한 유머. 유치하지 않은 판타지를 읽고 싶은 사람에게 꼭 맞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