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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 개정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오쿠다 히데오는 재미있다고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내가 처음 읽은, 야쿠자의 도박장에 돈을 훔치가는 이야기인 한밤중에 행진이 조금 재미가 없어서 다른 작품은 찾아 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주인공들이 은행 강도사건을 벌인다는 줄거리를 보고 재미있겠다 싶어 읽게 된 작품이다. 제목도 최악이라니 특이하다 싶었다.
경제, 사랑, 인생, 모든 것이 최악의 순간으로 치닫는 세 주인공을 그린 소설인데 정작 내가 기대한 은행 강도사건은 590페이지 정도 되는 작품중에 480페이지 부근에 벌어져서 조금 지루했다. 앞의 480페이지는 세 주인공의 찌질한 인생사가 주구 장창 펼쳐지는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들이 어째서 스스로를 최악이라고 여기게 되는지 충분히 묘사가 되기 때문에 주인공들에 대한 애정이나 공감은 깊어진다. 그래서 마지막에 세 주인공이 모여 서로 자신이 최악의 삶을 살고 있다고 할 때는 웃음마저 나오게 된다.
철공소 사장인 가와타니 신지로, 은행의 말단 여직원 후지사키 미도리, 스무살 백수건달 노무라 가즈야가 세 주인공인데 주변에서 흔히 볼만한 인물들이다. 그리고 그들이 겪는 최악의 상황도 뉴스를 통해 만날만한 현실적인 것들이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이야기인 만큼 줄거리만 써도 한참을 써나가야 할만큼 각 주인공들은 갖가지 사연과 고민을 갖고 있다. 세 주인공의 시점으로 한명씩 번갈아가면서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간간히 서로 엮이는 지점이 나오다가 결정적인 은행 강도사건을 통해 세 주인공이 합세하게 된다. 그것도 주인공들의 의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어쩔수 없이 엮이게 되어 재미있다.
워낙 주인공들이 사연이 최악이라는 제목답게 찌질하고 구질하고 답답한데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라면 나는 아직 최악은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을 주기 때문이다.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랄까, 그래도 나는 이네들보다는 나은 삶을 살고 있구나 하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스스로 왜이렇게 되는일이 없나, 나는 왜이리 운이 나쁠까, 앞으로의 삶에 불행만 있을것 같다는 기분이 들 때 이 작품을 읽는 다면 힘이 나지 않을까 싶다. 그래, 나는 아직 최악은 아니야. 신지로의 말처럼 너는 아직 젊으니까 뭐든 새로 시작할수 있어, 하는 용기를 얻을수 있을 것이다. 나이든 분들은 그냥 포기하시고.
마지막으로 한가지 거슬리는게 있는데 작품 내내 숫자를 표기할때 15만을 십5만 이런 식으로 해서 거슬렸다. 그리고 한곳에선 앞문장에선 5십만 이래놓고 뒤에서는 50만으로 해서 이걸 도대체 왜 이렇게 표기한건지 알수 없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