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전 1 - 유일한 단점은 짧다는 것뿐

귀신전 1
이종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2년전에 시나리오 모니터링 아르바이트를 할때 <이프>의 시나리오를 읽고 재미있어서 관심을 갖게 된 작가의 신작이다. 소설까지 찾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인터넷 메일로 전달되는 죽음이라는 설정이나 이야기 전개가 지금까지 나온 한국 공포물 중에선 최고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귀신전은 "오싹하면서도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공포소설을 써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귀신과 퇴마사의 이야기만큼 그런 의도에 잘 맞는 소재는 없다고 생각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귀신이 나오는 부분은 주위를 두리번 거리게 만들정도로 무서우면서도 주인공들의 일상을 그린 부분에선 농담을 통해 웃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리고 시각적인 묘사가 주를 이뤄서 읽어나가다 보면 영화를 보는듯이 장면들이 머리속에 그려진다. 일러스트를 사용한 표지나 짧은 분량 때문에 만화를 보는듯한 기분도 든다. 아무튼 여름에 가볍게 읽을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저승과 이승의 경계가 파괴된 ‘귀사리’라는 마을을 통해 세상으로 뛰쳐나온 귀신들을 중심으로 3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귀사리라는 한 시골마을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고로 끊임없이 사람이 죽어나간다. 이에 주인공 일행은 조사차 그곳으로 향한다. 귀사리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무너져 악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예상보다 문제는 심각했고 주인공 일행은 손을 쓰지도 못한 채 전력을 다 해 귀사리를 빠져나온다. 

 
두번째 에피소드에선 소설가이자 사이코메틀러인 소정은 진희라는 아이에게 이상한 편지를 받는다 . 진희의 가족은 지금은 사라진 천연두에 걸려 매달 그믐마다 한 사람씩 죽어가고 있었다. 진희를 찾아간 수정은 한눈에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 진희네 집을 찾는다. 수정은 죽은 진희 삼촌의 물건을 통해 귀신을 정체를 알아보려 한다. 하지만 손에 닿는 것만으로도 그 엄청난 원한에 짓눌려 변을 당할 뻔 한다. 밤이 되고 선일은 대문 밖에서, 수정과 진희는 방 안에서 귀신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하지만 귀신은 선일을 제압하고 수정과 진희가 있는 방까지 들어오고 끔찍한 귀신의 정체가 밝혀진다.

 

세번째 에피소드는 뺑소니를 당해 죽은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혼령이 된 남자는 자신이 죽었는데도 슬퍼하지 않는 아내를 보며 의심을 하게 되고 결국 악령이 된다. 친분이 있는 경찰을 통해 남자가 악령이 된 걸 알게 된 주인공 일행은 남자를 쫓는다. 그 사이 초능력 때문에 학교에서 왕따인 고등학생 공표는 같은 반 여자 친구의 부탁으로 여자의 이모의 아들의 혼령을 찾는 일을 맡게 된다.



 

대부분 일상과 연결된 이야기들이라 귀신 이야기가 더 무섭게 다가오는것 같다. 귀신이 된 사연이 안타까운 점도 있어서 헐리웃 악령 퇴치물처럼 신나게 귀신을 쳐부스는게 아니라 동정이 가고 약간 슬픈 여운도 남긴다. 

 

표지에는 3명만 그려져 있지만 총 6명의 퇴마사들이 등장한다. 땡중이나 건달로 불려도 억울하지 않을 정도로 껄렁껄렁하면서도, 이혼으로 떨어져 지내는 아이들이 그리워 어쩔 줄 몰라 하는 법사, 선일. 소설 《귀신전》의 작가로 사물의 사념을 읽는 능력을 가진 사이코메트리 수정. 무당이었던 엄마에게 피를 물려받아 퇴마사의 기질을 타고났지만 그를 따르는 귀신 묘화 때문에 학교에서 왕따가 된 고등학생 공표. 머리는 둘째, 무조건 몸으로 달려드는 우직하고 순박한 새내기 퇴마사 용만, 퇴마사들의 아지트로 낮에는 평범한 카페, 밤에는 귀신 전용 고민상담소로 바뀌는 ‘레테의 강’의 젊은 오너 찬수, 선일의 스승이자, 괴팍하고 제멋대로인 퇴마사들의 구심점이 되는 팀의 브레인 박두칠 영감. 각 에피소드마다 조합을 달리해 등장하는데 개성이 뚜렷해서 서로 부딪히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개인적으론 공표에게 들러붙은 여고생 귀신이 마음에 들었는데, 귀신이 되면서 기억상실에 걸려 기억을 되찾기 위해 공표에게 들러붙은 것이다. 여고생답게 감정 기복이 심하고 솔직한 말투가 재미를 준다. 공표와 귀신과 여자 친구의 삼각관계가 기대가 된다.

 

유일한 단점은 296페이지로 짧다는 것뿐 내가 그동안 읽었던 퇴마물 중에 최고인 소설 퇴마록이나 만화 아일랜드가 떠오르는 재미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