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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 ㅣ 미스터리 박스 1
히라야마 유메아키 지음, 권일영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화려한 수상기록을 가진 작품이라 출간전부터 기대하던 작품이다. 원서 표지도 내가 좋아하는 기괴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작품을 써서 기대가 높았다. 우선 한국판 표지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원서 표지가 대체로 기괴하고 미래적인 배경을 가진 이 작품집의 성격을 잘 표현하고 있다면 한국판은 표제작인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의 성격만 보여주고 그 조차도 그다지 인상적으로 보여주고 있지 못해 아쉽다. 원서의 표지가 개인적으로 아주 좋았던터라 이점을 꼭 말하고 싶었다.
8편의 단편들로 구성된 단편집인데 이지메에서부터 연쇄살인, 고문 등 과격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내가 그렇게 많은 작품을 읽어보지 않아서 자신있게 말은 못하겠지만 지금까지 국내 출간된 소설중에 가장 잔인한 묘사와 끔찍한 상황을 그리고 있다고 말할수 있다. 물론 인터넷을 통해 공포, 괴담류의 일본 작품을 번역한것을 몇번 읽어본 나로서는 그다지 충격적이진 않았지만 공포, 괴담류의 소설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겐 악몽을 꿀수 있을 정도다. 90년대라면 19금이나 출판금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최근엔 호스텔이나 쏘우 같은 사지절단 공포영화가 많이 나오고 많이들 보니까 그렇게 큰 충격은 없을지 모르지만 영상과 문장은 또 맛이 다르다.
에그 맨 - 처음엔 변태 살인마가 변덕을 부려 아름다운 여경찰에게 순순히 잡혀가 실랑이를 벌이는 것이 양들의 침묵을 살짝 떠올리게 하는데 후반에 SF적인 반전으로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작품집 중 첫 작품으로 변태 살인마의 살인행각이 자극적으로 묘사되 흥미를 확 돋구면서 앞으로 펼쳐질 작품들의 분위기를 알수 있게 해주는 작품.
C10H14N2(니코틴)과 소년-거지와 노파 - 에그 맨 처럼 자극적인 사건은 없지만 굉장히 이상한 감상을 주는 작품이다. 구체적으로 기억은 안나지만 어릴때 읽었던 동화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인데 그것의 내용은, 마을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착한 소년이 마을의 거지를 보고 자신보다 더 딱하게 보여 잘 대해주고 거지는 고마워하며 자신이 소중히 여기던 것을 준다. 시간이 지나고 소년은 괴롭힘에 지쳐 자신도 악한 마음을 갖게 되어 거지에게 폭력을 가하는데 거지는 전에 자신에게 따듯하게 대해 줬던 소년을 잊지 못해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소년을 용서하고 소년이 잊어버리고 간, 자신이 주었던 선물을 찾던 중에 죽는다는 이야기다. 어찌보면 슬픈 동화 같지만 신체회손의 소재가 섞이면서 찝찝하고 기괴하면서 슬픈, 복합적인 감상을 준다. 역자 후기를 보면 일본어를 사용한 말장난이 제목에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앞부분만 가르쳐주고 뒷부분은 가르쳐주지 않아서 궁금하다.
Ω의 성찬 - 서커스에서 많이 먹는것으로 장기를 선보이던 사람을 야쿠자 두목이 데려와 사체를 먹는 일을 시켜서 400킬로 그램의 거구가 된 오메가라는, 사람인지 코끼리인지 알수 없는 존재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주인공은 오메가를 관리하라는 명을 받은 사람인데 오메가가 먹을 사체를 조리하고 청소를 맏게 된다. 영화 세븐에서 많이 먹여서 죽게 한 남자가 떠오르는 끔직한 상황인데 주인공이 수학자이고 수학계의 유명한 명제들을 이야기에 섞어서 작품이 가벼워지지 않고 조금 생각을 하게 만든다. 마지막 주인공의 선택이 인상적인 작품.
소녀의 기도 - 이상한 종교에 빠진 엄마와 새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해 얼굴이 이상해져서 학교에서도 괴롭힘을 받는 소녀가 주인공이다. 그리고 동네에서 연쇄살인이 벌어지는데 소녀는 새아버지의 폭력과 의지하던 엄마에게도 버림받자 살인현장마다 찾아 다니며 연쇄살인범에게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소녀의 절망과 이상한 종교에 빠진 엄마의 심리에 대한 묘사가 막장을 제대로 보여준다. 그래도 소녀를 응원하던 나에게 시원한 결말을 보여주어서 가장 마음에 든 작품이다.
오퍼런트의 초상 - 미래를 배경으로 범죄심리를 연구해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조정하는 오퍼런트라는 프로그램이 시행되는 사회를 그리고 있다. 유일하게 오퍼런트를 무너뜨리는 것이 예술이라는걸 알게된 정부는 모든 예술을 금지하는데, 주인공은 금지된 예술을 하는 사람을 잡다가 만나게 된 여자에게 반해 고민을 하게 된다. 금지된 예술을 하다 잡혀온 사람들이 당하는 끔찍한 장면 외에는 멜로 분위기를 자아내는 묘한 작품인데 마지막 반전이 인상적이다.
끔찍한 열대 - 어느날 18년 만에 나타난 아버지가 큰 돈이 되는 일이 있다며 찾아와 아들과 함께 열대 정글로 간다. 그 일이란 한 남자를 죽이는것. 그 남자는 열대에서 재배되는 마약을 유통하는 사람으로 얼마전부터 야쿠자와의 거래를 끊고 독자적인 유통망을 통해 돈을 벌고 있어서 야쿠자가 죽이길 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남자는 열대 우림안에 자신의 돈을 이용해 독자적인 왕국을 건설해 자신을 죽이려 오는 사람들을 다 처리하고 있다는것. 별다른 대책없이 이 부자는 열애 우림안으로 서서히 들어가는데, 열대 우림안에 있을법한 온갖 끔찍한 생물들이 등장해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장면들이 펼쳐지며 지옥을 보여준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영화 지옥의 묵시록이 떠올랐는데 설정에서 유사한 면이 있다. 그리고 아버지와 남자의 관계에서 비밀이 들어나면서 정말 어이없는 감상을 준다. 뭐 이런게 다 있나 싶으면서 실소를 하게 만든다.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 - 택시 기사가 사용하는 지도가 주인공으로 그 기사는 연쇄살인범이다. 그리고 우연한 사고로 기사가 죽고 지도를 아들이 갖게 되는데, 기사가 시체를 묻은 장소를 표시해놓은 것을 아들이 흥미를 느끼고 찾아다니며 시체를 발굴하면서 자신도 연쇄살인범이 된다. 아들의 직업이 뒤에 밝혀지면서 약간 놀라움을 주는데 그 점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인상깊은 점은 없었다.
괴물 같은 얼굴을 한 여자와 녹은 시계 같은 머리의 남자 - 이 작품집의 대미를 장식하며 마지막으로 고문의 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고문 기술자가 주인공으로 그는 파트너가 고문기술자로서의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하지만 그래도 계속 일을 해나가는 사람이다. 그의 고용주는 그점을 염려하지만 그는 괜찮아 보인다. 그리고 한 여자가 고문 대상으로 들어오며 새 고문 파트너와 함께 고문이 시작된다. 고문 기술이나 주인공의 심리묘사, 고문 대상의 고통에 대한 묘사가 펼쳐지는데 끔찍하면서도 눈을 뗄수가 없다. 그냥 상대방의 고통을 보며 즐거워하는 것이 아니라 직업으로서 일을 처리하는 주인공이 특이해서 그렇다. 그리고 주인공이 계속 고문을 해나갈수 있도록 정신력을 지탱해 주는, 주인공이 고문 중간중간에 꾸는 꿈에 대한 묘사가 환상적이라 전체적으로 작품을 환상적으로 보이게 한다. 시각적인 묘사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듯한 작품이다.
다 읽고 나니 일본 고어영화를 몇편 본듯한 기분이다. 고어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문장으로 만나는 고어의 특별한 맛을 느낄수 있겠다. 그 외에 어떤 사람에게 권하면 좋을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사일런트 힐이란 일본 호러 게임의 음악을 들으면서 읽었는데 덕분에 작품에 더 빠져들었던것 같다.